허윤경 "골프맘은 오래 못 간다? 엄마의 끈기로 끝까지 간다!"
프로스포츠에서 ‘선수의 엄마’는 있어도 ‘엄마 선수’는 찾기 힘들다. 육아와 선수생활 병행이 그만큼 어렵다. 출산 후 찾아오는 신체 변화와 육아로 인한 훈련 공백으로 예전 기량을 회복하는 것부터가 힘들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허윤경(29·하나금융그룹·사진)의 활약은 그래서 놀랍다. 그는 2016년 한국여자오픈 우승자 안시현(35)을 빼면 정규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유일한 ‘골프맘’이다. 18일 K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KB금융스타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이 열린 경기 이천 블랙스톤이천GC(파72·6660야드)에서 그를 만났다. 전날 2타를 잃어 커트 탈락 위기에 몰렸다가 이날 3타를 줄여 중간합계 1언더파 143타로 무난히 커트를 통과한 그는 “예전에는 커트 탈락 위기에 몰리면 조급했는데 이젠 노련미가 생긴 것 같다. 위기가 와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며 웃었다.

그는 올 시즌 상금 1억2120만원을 모아 상금 랭킹 44위에 올라 있다. 이변이 없는 한 내년에도 투어 카드를 유지한다. ‘젊은피’가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 견줘 괄목할 성적이다. 2017시즌 평균 245야드에 달했던 비거리는 지난해 8월 출산 뒤 올해 뚝 떨어져 232야드에 그치고 있으나 투어프로 9년 차 ‘내공’으로 버티고 있다.

허윤경은 “비거리는 줄었지만 그린 주변에서의 플레이, 정확성 등은 여전하다”며 “투어 9년 차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확실히 코스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고도 했다.

아쉬운 건 경기 중엔 아이와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엔 아이 돌봐주기 서비스가 있다고 하자 허윤경은 “너무 부러운 일”이라며 “나는 아들(박시환 군)이 함께 오면 주변 박물관이나 식물원에서 할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한다”고 했다. 그는 “항상 시환이를 돌봐주는 엄마와 시어머니, 이모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KLPGA투어 3승의 허윤경은 아직 보여줄 것이 많다. 마음만은 아직 신인 때와 같다는 게 그의 말이다. 허윤경은 “출산 전까지 내 삶의 100%가 골프였다면 이제는 85%가 아들 생각이고 골프는 1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막상 경기를 시작하면 골프가 다시 내 마음속 100%를 모두 차지하면서 신인 때 마음으로 돌아간다. 컨디션도 좋은 만큼 ‘엄마의 끈기’로 끝까지 열심히 해볼 계획”이라고 다짐했다.

‘영파워’ 임희정(19)과 박민지(21), 시즌 2승을 노리는 박소연(27)이 나란히 10언더파 134타로 공동 선두를 달렸다.

이천=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