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개월째 ‘경기가 부진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2005년 3월 경기진단 보고서(그린북)를 처음 발표한 이후 최장기간 ‘부진 진단’이다.

기획재정부는 18일 펴낸 그린북 10월호에서 “생산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지만 수출과 투자는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 미·중 무역갈등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 반도체 업황 부진 등으로 대외여건이 악화됐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그린북에서 7개월째 ‘부진’이라는 표현을 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 최장 기록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경기가 급격히 위축된 2016년 10월부터 2017년 1월까지 4개월이다.

최근 주요 실물경제지표는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다. 8월 설비투자는 1년 전에 비해 2.7% 감소했다. 같은 기간 광공업 생산 역시 2.9% 줄었다. 경기 전망도 어둡다. 향후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8월 98.3으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생산과 투자가 장기간 부진한 건 ‘경제 대들보’인 수출이 하락세를 지속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1.7% 줄어 작년 12월 이후 10개월 연속 감소세다. 반도체(-31.5%) 석유제품(-18.8%) 석유화학(-17.6%) 디스플레이(-17.1%) 등 주력 제품의 수출이 부진했다. 수출 지역별로도 중국(-21.8%) 미국(-2.2%) 중동(-9.2%)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하락폭이 컸다.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에 대한 수출 역시 작년 동기보다 5.9% 감소했다.

홍민석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향후 수출과 투자를 좌우하는 건 반도체”라며 “반도체 초과 공급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되는 내년 상반기에는 수출과 투자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등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면서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투자·내수·수출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