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준중형 세단 SM3와 준대형 세단 SM7을 단종한다. 르노삼성은 올 상반기 중형 세단 SM5 생산을 중단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르노삼성의 ‘라인업 구조조정’이 내수 판매 부진 장기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지난달부터 SM3와 SM7을 생산하지 않고 있다. SM3는 소량의 전기차 모델만 조립하고 있고, SM7은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이 회사는 SM3와 SM7의 후속 모델을 내놓지 않을 계획이다. 이미 생산한 차량만 판매하기로 했다.

‘SM3-SM5-SM6-SM7’으로 이어진 르노삼성의 세단 라인업에는 SM6 하나만 남게 됐다.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도 SM6와 QM6, 닛산 로그(수탁생산 차량) 등 세 종류로 줄어들었다. 다음달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XM3 생산이 시작되지만 내년 초 로그 수탁생산이 끝나기 때문에 결국 생산 차종은 세 모델뿐이다.

르노삼성은 SM3와 SM5, SM7의 단종이 이미 계획됐던 일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업계에선 라인업 축소가 르노삼성의 내수 판매 부진을 부채질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르노삼성의 올 1~9월 내수 판매량은 6만402대로 작년 같은 기간(6만2343대)보다 3.1% 감소했다. 2017년 1~9월(7만5172대)과 비교하면 19.6%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르노삼성 내수 판매의 30%가량을 차지한 SM3, SM5, SM7을 단종한 만큼 판매 회복 시기가 더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SM6와 QM6 등 소수 차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라며 “문제는 이들 차량 판매가 미진하면 회사 전체가 휘청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르노삼성이 수출 물량 확보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내수 판매마저 흔들리면 회사 존립을 걱정해야 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르노삼성은 XM3 유럽 수출 물량(연간 약 8만 대)을 따내겠다는 계획이지만, 프랑스 르노 본사는 1년 가까이 물량 배정을 미루고 있다. 강성 노조 탓에 스페인 바야돌리드공장에 물량을 뺏길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가량(연간 약 10만 대)을 차지하는 로그 생산이 내년 초 끝나고, XM3 수출 물량까지 놓치면 연간 생산량은 반토막이 난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 르노삼성 부산공장 생산직(1800명)의 근무 방식은 하루 2교대에서 1교대로 바뀔 수밖에 없다. 1교대 근무 체제가 되면 800~900명가량이 ‘남는 인력’이 되고,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물량 확보 여부와 상관없이 내수시장에서 부진을 이어가면 르노 본사가 한국에서 공장을 계속 운영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