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세관 "OK"해도 광주세관 "불법" 추징…관세 남발에 기업 '골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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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심판원 찾는 기업들 급증
가스公, 최근 3건 소송서 모두 이겨 3000억 돌려받아
SK E&S 등 가스업계 3년간 6000억원 되찾을 전망
가스公, 최근 3건 소송서 모두 이겨 3000억 돌려받아
SK E&S 등 가스업계 3년간 6000억원 되찾을 전망
국내 주요 가스업체들은 조세심판원의 ‘단골손님’으로 꼽힌다. 관세청의 세금 추징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을 찾는 일이 부쩍 늘어서다. 심판 청구 가운데 상당수는 가스·정유업체들이 이겼다. 한국가스공사는 2017년과 2018년 관세청과 맞붙은 세 건을 모두 이겨 3000억원가량을 돌려받았다. 이번에 부가가치세 취소 결정이 나온 SK E&S와 조만간 결정날 포스코를 더하면 최근 3년간 가스업계가 돌려받는 돈만 6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관세청이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한 과세를 남발한다”는 비판이 재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중복조사에 무리한 해석까지
SK E&S와 포스코가 액화천연가스(LNG)를 함께 도입하기로 한 건 2002년 11월이었다. 광양제철소를 돌리는 데 쓸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가스공사를 거치지 않고 LNG를 직접 도입한 첫 사례였다. 이듬해 두 회사는 해외 11개사를 대상으로 공개 경쟁입찰을 부쳤고,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양측은 2004년 100만btu(열량단위)당 3.5달러(2009년 4.1달러로 조정)에 2006년부터 2026년까지 매년 110만t(SK E&S 60만t, 포스코 50만t)을 들여오기로 합의했다. 당시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에 불과했고 아시아 지역에 LNG 공급가능량이 수요량을 초과했던 덕분에 싼 가격에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관세청은 SK E&S가 부가가치세를 덜 내기 위해 가격을 낮게 신고한 것으로 의심하기 시작했다. 서울세관은 2007년과 2013년 두 차례나 조사했지만 별다른 문제점을 찾지 못했다. 다 끝난 사안을 다시 테이블 위로 끌어올린 건 광주세관이었다.
광주세관은 2016년 재조사에 들어가면서 BP가 2003~2009년에 SK전력(2011년 SK E&S에 흡수합병) 지분 35%를 보유했던 걸 물고 늘어졌다. 수입가격을 낮춰 부가세를 덜 내면 SK전력의 수익이 늘어나고, SK전력 주주인 SK(주)와 BP의 배당이 확대되는 점을 노렸다고 본 것이다. 광주세관은 이에 따라 실제 계약가격(100만btu당 3.5~4.1달러)을 부정하고, 가스공사가 2013~2015년에 똑같은 가스전에서 구입한 가격(11~16달러)을 기준가로 설정해 차액만큼 부가세와 가산세를 물렸다.
하지만 심판원은 SK의 손을 들어줬다. BP가 LNG 가격을 낮춰서 득 볼 게 별로 없다고 봤다. 또 ‘구매자 우위시장’일 때 SK가 체결한 20년 장기계약 가격과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오르내리던 ‘판매자 우위시장’ 때 가스공사가 맺은 4년 단기계약 가격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줄줄이 패소하는 관세청
관세청의 ‘헛발질’은 이번뿐이 아니다. 작년에는 조세심판원 결정으로 가스공사에 추징한 관세 등 1040억원을 전액 돌려줬다. 2017년에는 LNG 수입과 관련해 가스공사와 맞붙은 조세소송에서 두 번 연속 완패하며 2000억원가량을 환급해줬다.
산업계에선 ‘일단 때리고 보는’ 관세청의 무리한 법 집행이 조세 불복을 낳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조세심판원에 접수된 관세 관련 불복 사건에서 납세자 승소율(인용률)은 29.2%로 전체 평균(20.1%)을 크게 웃돌았다. 2017년에는 전체 인용률이 46.7%에 달했다. 불복 심판사건 두 건 중 한 건은 관세청이 졌다는 얘기다. 그해 광주세관을 상대로 납세자가 제기한 불복사건 인용률은 무려 82.6%였다. 광주세관이 이긴 건 115건 중 고작 20건뿐이었다.
조세심판원이 관세청의 손을 들어줘 ‘2라운드’(행정소송)로 간 사건에서도 3분의 1은 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정소송에서 관세청의 승소율은 △2016년 84.2% △2017년 76.0% △2018년 71.4% △2019년 1~8월 66.7%로 떨어지고 있다.
재계는 관세청의 무리한 세금 추징이 더 많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경기 둔화 여파로 내년 국세수입(292조원)이 올해(294조원)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 만큼 세수확보를 위한 관세청의 기획조사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져서다. 실제 국세수입이 전년보다 줄어든 2013년 조세심판원의 관세 불복사건 처리대상 건수(339건)는 2012년(223건)보다 52.0% 늘었고, 인용률(관세청 패소율)도 35.4%에서 54.8%로 대폭 상승했다. 2013년 사건이 이월된 2014년 인용률 역시 56.4%에 달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SK E&S와 포스코가 액화천연가스(LNG)를 함께 도입하기로 한 건 2002년 11월이었다. 광양제철소를 돌리는 데 쓸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가스공사를 거치지 않고 LNG를 직접 도입한 첫 사례였다. 이듬해 두 회사는 해외 11개사를 대상으로 공개 경쟁입찰을 부쳤고,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양측은 2004년 100만btu(열량단위)당 3.5달러(2009년 4.1달러로 조정)에 2006년부터 2026년까지 매년 110만t(SK E&S 60만t, 포스코 50만t)을 들여오기로 합의했다. 당시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에 불과했고 아시아 지역에 LNG 공급가능량이 수요량을 초과했던 덕분에 싼 가격에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관세청은 SK E&S가 부가가치세를 덜 내기 위해 가격을 낮게 신고한 것으로 의심하기 시작했다. 서울세관은 2007년과 2013년 두 차례나 조사했지만 별다른 문제점을 찾지 못했다. 다 끝난 사안을 다시 테이블 위로 끌어올린 건 광주세관이었다.
광주세관은 2016년 재조사에 들어가면서 BP가 2003~2009년에 SK전력(2011년 SK E&S에 흡수합병) 지분 35%를 보유했던 걸 물고 늘어졌다. 수입가격을 낮춰 부가세를 덜 내면 SK전력의 수익이 늘어나고, SK전력 주주인 SK(주)와 BP의 배당이 확대되는 점을 노렸다고 본 것이다. 광주세관은 이에 따라 실제 계약가격(100만btu당 3.5~4.1달러)을 부정하고, 가스공사가 2013~2015년에 똑같은 가스전에서 구입한 가격(11~16달러)을 기준가로 설정해 차액만큼 부가세와 가산세를 물렸다.
하지만 심판원은 SK의 손을 들어줬다. BP가 LNG 가격을 낮춰서 득 볼 게 별로 없다고 봤다. 또 ‘구매자 우위시장’일 때 SK가 체결한 20년 장기계약 가격과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오르내리던 ‘판매자 우위시장’ 때 가스공사가 맺은 4년 단기계약 가격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줄줄이 패소하는 관세청
관세청의 ‘헛발질’은 이번뿐이 아니다. 작년에는 조세심판원 결정으로 가스공사에 추징한 관세 등 1040억원을 전액 돌려줬다. 2017년에는 LNG 수입과 관련해 가스공사와 맞붙은 조세소송에서 두 번 연속 완패하며 2000억원가량을 환급해줬다.
산업계에선 ‘일단 때리고 보는’ 관세청의 무리한 법 집행이 조세 불복을 낳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조세심판원에 접수된 관세 관련 불복 사건에서 납세자 승소율(인용률)은 29.2%로 전체 평균(20.1%)을 크게 웃돌았다. 2017년에는 전체 인용률이 46.7%에 달했다. 불복 심판사건 두 건 중 한 건은 관세청이 졌다는 얘기다. 그해 광주세관을 상대로 납세자가 제기한 불복사건 인용률은 무려 82.6%였다. 광주세관이 이긴 건 115건 중 고작 20건뿐이었다.
조세심판원이 관세청의 손을 들어줘 ‘2라운드’(행정소송)로 간 사건에서도 3분의 1은 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정소송에서 관세청의 승소율은 △2016년 84.2% △2017년 76.0% △2018년 71.4% △2019년 1~8월 66.7%로 떨어지고 있다.
재계는 관세청의 무리한 세금 추징이 더 많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경기 둔화 여파로 내년 국세수입(292조원)이 올해(294조원)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 만큼 세수확보를 위한 관세청의 기획조사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져서다. 실제 국세수입이 전년보다 줄어든 2013년 조세심판원의 관세 불복사건 처리대상 건수(339건)는 2012년(223건)보다 52.0% 늘었고, 인용률(관세청 패소율)도 35.4%에서 54.8%로 대폭 상승했다. 2013년 사건이 이월된 2014년 인용률 역시 56.4%에 달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