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CEO들 '혁신의 디자이너' 돼야"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은 18일 “앞으로 최고경영자(CEO)들은 혁신의 ‘수석디자이너’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제주 서귀포시 디아넥스 호텔에서 열린 ‘2019년 CEO 세미나’ 폐막 연설에서 “지금까지 CEO는 결정권자이자 책임자로만 인식됐지만,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모델과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기 위해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사고’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SK그룹의 CEO 세미나는 매년 개최되는 경영 전략 회의로, 올해엔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열렸다. 최 회장을 비롯해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주요 계열사 CEO들이 참석했다. 올해는 ‘딥 체인지(deep change·사업 구조의 근본적 혁신) 실행, 구성원들이 함께 만드는 행복’이란 주제로 열렸다.

최 회장은 그동안 자신이 꾸준히 강조해 온 ‘행복 경영’을 계열사들이 사업 모델로 소화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성공한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행복해지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가설이 있다”며 “이 가설을 성립시키기 위해서는 CEO들이 지속적으로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치밀한 전략을 세우듯 행복을 추구할 때도 정교한 전략과 솔루션이 필요하다”며 각 계열사가 수립 중인 ‘행복 전략’을 구체화해 줄 것을 요구했다.

특히 최 회장은 “불확실성 시대에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려면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며 “딥 체인지를 이끌 디지털 전환의 속도를 높이고 사람에 대한 투자를 통한 인적 자본 강화에 SK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말했다.

계열사 CEO들은 이번 세미나에서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 활용 △사회적 가치 추진 등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 위한 혁신 전략을 가속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의 주문대로 ‘행복 전략’ 실행과 인적 자본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이날 세미나에서의 결정에 따라 SK그룹은 앞으로 △행복 전략 고도화 △SKMS(SK경영관리체계) 개정 △사회적 가치 성과 가속화 △SK 유니버시티를 통한 딥 체인지 역량 육성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SK그룹의 경영관리체계인 SKMS는 1979년 제정된 뒤 2016년까지 경영환경 변화 등을 반영해 열세 차례 개정됐다. 이번 개정안에는 사회적 가치가 이해관계자의 행복임을 명시하고, 이에 기반해 사업 모델을 혁신하는 내용이 담긴다.

SK그룹은 인적 자본 축적을 위해 그룹 차원의 교육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최 회장의 제안에 따라 지난 7월 ‘SK 유니버시티’ 설립 준비에 들어갔다. AI, 디지털 전환, 사회적 가치 등 8개 분야의 450여 개 과정이 개설된다. 그룹 임원을 비롯해 대학교수, 실무 전문가 등을 교수진으로 구성해 내년 1월 문을 열 예정이다. SK그룹 직원들은 이곳에서 업무시간의 10%, 연간 200시간 이상의 교육을 받는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첫날인 16일 기조연설에서 “지난 8월 미국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많은 미국 기업이 주주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한 경영을 하겠다고 결의했다”며 “SK의 행복 경영이 올바른 길이라는 확신을 갖고, ‘행복 전략’을 자신감 있게 추진해 SK를 더욱더 행복한 초일류 기업으로 만들어나가자”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