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의 무역협상 '미니딜'에 그쳐
지재권 보호 등 구조적 문제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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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은 지난 11일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대량으로 수입하고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 인상을 보류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미니딜’에 합의했다. 하지만 아직 공식적인 합의문은 마련하지 못했다. 향후 합의문에 서명하더라도 지식재산권 보호, 강제 기술 이전 금지 등 ‘구조적인’ 이슈가 다수 남아 있어 이른 시일 안에 무역협상이 완전히 타결될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많다.
중국의 주요 경제지표도 부진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작년 같은 달보다 1.2% 하락했다. 올 7월(-0.3%)과 8월(-0.8%)에 이어 3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시장에선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하락)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생산 증가율은 17년6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8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하는 데 머물러 2002년 2월 2.7%를 기록한 후 가장 낮았다. 9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5.8%로 반등했지만 일시적인 반등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1~9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작년 동기 대비 5.4%로 올해 중국 정부의 목표치인 5.5~6.0%를 밑돌고 있다.
올해와 내년 중국의 성장률은 잇따라 하향 조정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5일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2%에서 6.1%로, 내년 전망치는 6.0%에서 5.8%로 낮췄다. 영국 금융분석기관 TS롬바르드는 올 4분기 중국의 GDP 증가율이 6%를 밑돌고 내년에는 5.7% 증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내년에는 공식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내년 중국의 성장률이 5.7%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도 중국 경제가 계속 6%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인정했다. 리 총리는 지난달 러시아 방문 중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보호주의와 일방주의가 거세지면서 중국 경제가 받고 있는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경제가 6%대 성장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시장에선 3분기 성장률이 둔화함에 따라 중국 정부가 추가로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인민은행이 오는 21일 발표할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가 현재 연 4.2%에서 4.0%로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LPR은 지난 8월부터 기준금리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인민은행이 금융회사 지급준비율을 추가로 낮출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달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내려 9000억위안(약 150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