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저임금 덜 오르자 편의점 다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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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급증 불확실성 해소
'빅3' 개업 올해 1900개 예상
지난해보다 230개 증가할 듯
'빅3' 개업 올해 1900개 예상
지난해보다 230개 증가할 듯
‘편의점 시대’라고들 했다. 자고 일어나면 동네슈퍼가 하나둘 편의점으로 바뀌었다. 저물어가는 대형마트 백화점과는 달랐다. 2015년부터 편의점은 매년 수천 개씩 늘었다. 2017년이 정점이었다. 3대 편의점(CU GS25 세븐일레븐)만 한 해 4000개 가까이 생겼다. ‘1인 가구’라는 트렌드에 올라탄 편의점에 제동을 건 것은 최저임금이었다. 작년과 올해 2년간 최저임금이 29% 오르자 편의점을 하려던 사람들이 발길을 돌렸다. 남는 게 없다고 판단했다. 작년 3대 편의점은 1644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편의점이 너무 많아 포화상태라는 얘기도 미래의 사장들을 위축시켰다.
올해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내년 2.87%에 그치자 편의점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9월까지 3대 편의점만 1300개 이상 늘었다. 이대로 가면 올해 1900개가량 늘어 4만 개에 육박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데는 최저임금 외에 ‘자율협약’이란 것도 영향을 미쳤다. 편의점이 있으면 100m 거리에 다른 편의점이 들어설 수 없게 했다. ‘장사권’을 보장하자 투자심리가 회복됐다.
이유는 또 있다. 은퇴자들은 편의점의 낮은 폐업률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었다. 대형 편의점 폐업률은 3%대. 실패할 확률이 가장 작은 프랜차이즈다. 5년간 생존율도 85%나 된다. 일반 자영업은 이 비율이 27.9%밖에 안 된다. 여기에 서울 변두리는 7000만~1억원 정도면 문을 열 수 있다. 가져가는 돈이 얼마 안 되더라도 월수입이 있는 사장이 되는 것이다. 은퇴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가 편의점을 유력한 선택지로 점찍는 이유다.
편의점도 변했다. 초기에는 담배가게였다. 지금은 커피숍이자 푸드코트가 됐다. 택배도 취급하고, 화장품과 패딩조끼까지 판다. 만물상이 되자 이용자도 다양해졌다. 수요가 확대됐다는 얘기다. 한 대형 편의점 사장의 말이다. “그동안 편의점이 동네슈퍼를 대체했다면 앞으로는 동네식당, 문구점 자리에도 들어설 것이다.”
'만능가게'로 바뀌자 골목장사 '쏠쏠'…편의점에 몰리는 사장님들
편의점 출점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양상은 과거와 다르다. 2017년 폭발적으로 편의점이 늘 때는 본사가 주도했다. 웬만큼 장사가 될 것 같으면 일단 자리부터 확보했다. 편의점 점포 개발담당 직원들은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밤낮없이 뛰어다녔다. ‘편의점을 하겠다’는 점주가 나타나면 그 자리를 보여줬다. 하루 매출 130만원이 나오면 됐다. 신규 출점의 대체적 ‘기준선’이었다.
편의점들은 최근 이 기준을 확 높였다. 편의점 관계자는 “임차료가 높은 서울 도심에선 하루 180만원은 돼야 본사 승인이 난다”고 말했다. 그래도 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고 있다. 장사를 하면 그만한 매출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편의점 역할 ‘무한 확대’
3~4년 전만 해도 편의점은 ‘담배 가게’로 불렸다. 전체 매출에서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달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이 비중이 40% 밑으로 떨어졌다. 도시락, 삼각김밥, 샌드위치 등 식품 매출이 크게 늘었다. 편의점이 웬만한 동네 식당 역할까지 하고 있다.
‘식품 특화 매장’이 나올 정도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7월 서울 한남동에 ‘푸드드림’이란 새로운 형태의 편의점을 냈다. 국수, 우동 등 기존 편의점에서 찾기 힘들었던 음식을 판매한다. 여기에 와인 코너, 가정간편식(HMR) 코너 등도 별도로 뒀다. 미니스톱은 치킨, 어묵, 소프트 아이스크림, 원두 커피 등을 대부분의 매장에서 판매한다. ‘식품에 특화된 편의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잡고 있다.
상품만 파는 게 아니라 서비스 영역으로도 진출했다. GS25 일부 매장은 요즘 세탁물을 수거해준다. 전동 킥보드 충전과 주차 시설도 뒀다. CU는 중고 스마트폰 수거를 돕는다. 24시간 공과금 납부 서비스도 가능하다.
상품과 서비스가 다양해지자 편의점 매출이 늘고 있다. GS25의 작년 점포당 연평균 매출은 전년 6억5078만원에서 6억7205만원으로 3.2% 늘었다. 편의점 숫자가 크게 늘었지만 점포당 매출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편의점들은 계속 상품과 서비스를 늘려 사람을 모으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편의점 하겠다는 사람 줄 이어
새로 자영업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도 편의점을 하려고 한다. ‘편의점이 큰돈은 못 벌어도 가장 안전하다’는 인식이 커진 영향이다.
편의점 본사는 ‘상생 방안’을 작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최저임금 상승, 출점 증가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점주를 지원하겠다며 편의점 본사들이 내놓은 일종의 ‘해결책’이다. 본사 이익을 일부 포기하고서라도 점주 이익을 보존해주겠다는 의도다. CU, GS25 두 편의점 본사가 매년 이렇게 주는 돈만 각각 500억원 안팎에 달한다.
CU는 개점부터 폐점까지 ‘생애 주기별 관리 프로그램’이란 것도 도입했다. 편의점이 새로 문을 열면 일정 기간 폐기하는 상품 비용을 본사가 대준다. 24시간 문을 열면 전기료도 일부 지원해준다. 폐점 시에는 중도 해약하더라도 해약금을 다 받지 않고 상황에 따라 일부 혹은 전액을 면제해준다. GS25는 최저수입 보장 기준 매출을 기존 연 50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크게 올렸다. 24시간 운영 매장의 전기료 지원도 100% 해준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베이비붐 세대(출산율이 높았던 1955~1963년 태어난 사람)가 본격적으로 은퇴하면서 가장 먼저 자영업 시장에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데, 이들이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업종 중 하나가 편의점”이라며 “잠재적인 편의점 점주가 계속 늘고 있어 이들에게 맞는 형태의 편의점 유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시장 확대에도 자유로워
편의점은 온라인 쇼핑이 성장해도 큰 위협을 받지 않는다는 것도 투자심리가 안정된 요인이다.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 등 대부분 오프라인 유통 매장은 쿠팡 등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가 성장하자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의 성장은 기존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을 가져간 결과이기 때문이다.
편의점은 다르다. 아직까지 e커머스 성장 여파를 크게 안 받고 있다. 편의점 주력 상품이 바로 먹어야 하는 음식, 온라인으로 팔지 못하는 담배와 술 중심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동네 어디를 가든 있어 접근성도 좋다. 편의점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돌아설 이유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올해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내년 2.87%에 그치자 편의점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9월까지 3대 편의점만 1300개 이상 늘었다. 이대로 가면 올해 1900개가량 늘어 4만 개에 육박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데는 최저임금 외에 ‘자율협약’이란 것도 영향을 미쳤다. 편의점이 있으면 100m 거리에 다른 편의점이 들어설 수 없게 했다. ‘장사권’을 보장하자 투자심리가 회복됐다.
이유는 또 있다. 은퇴자들은 편의점의 낮은 폐업률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었다. 대형 편의점 폐업률은 3%대. 실패할 확률이 가장 작은 프랜차이즈다. 5년간 생존율도 85%나 된다. 일반 자영업은 이 비율이 27.9%밖에 안 된다. 여기에 서울 변두리는 7000만~1억원 정도면 문을 열 수 있다. 가져가는 돈이 얼마 안 되더라도 월수입이 있는 사장이 되는 것이다. 은퇴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가 편의점을 유력한 선택지로 점찍는 이유다.
편의점도 변했다. 초기에는 담배가게였다. 지금은 커피숍이자 푸드코트가 됐다. 택배도 취급하고, 화장품과 패딩조끼까지 판다. 만물상이 되자 이용자도 다양해졌다. 수요가 확대됐다는 얘기다. 한 대형 편의점 사장의 말이다. “그동안 편의점이 동네슈퍼를 대체했다면 앞으로는 동네식당, 문구점 자리에도 들어설 것이다.”
'만능가게'로 바뀌자 골목장사 '쏠쏠'…편의점에 몰리는 사장님들
편의점 출점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양상은 과거와 다르다. 2017년 폭발적으로 편의점이 늘 때는 본사가 주도했다. 웬만큼 장사가 될 것 같으면 일단 자리부터 확보했다. 편의점 점포 개발담당 직원들은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밤낮없이 뛰어다녔다. ‘편의점을 하겠다’는 점주가 나타나면 그 자리를 보여줬다. 하루 매출 130만원이 나오면 됐다. 신규 출점의 대체적 ‘기준선’이었다.
편의점들은 최근 이 기준을 확 높였다. 편의점 관계자는 “임차료가 높은 서울 도심에선 하루 180만원은 돼야 본사 승인이 난다”고 말했다. 그래도 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고 있다. 장사를 하면 그만한 매출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편의점 역할 ‘무한 확대’
3~4년 전만 해도 편의점은 ‘담배 가게’로 불렸다. 전체 매출에서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달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이 비중이 40% 밑으로 떨어졌다. 도시락, 삼각김밥, 샌드위치 등 식품 매출이 크게 늘었다. 편의점이 웬만한 동네 식당 역할까지 하고 있다.
‘식품 특화 매장’이 나올 정도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7월 서울 한남동에 ‘푸드드림’이란 새로운 형태의 편의점을 냈다. 국수, 우동 등 기존 편의점에서 찾기 힘들었던 음식을 판매한다. 여기에 와인 코너, 가정간편식(HMR) 코너 등도 별도로 뒀다. 미니스톱은 치킨, 어묵, 소프트 아이스크림, 원두 커피 등을 대부분의 매장에서 판매한다. ‘식품에 특화된 편의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잡고 있다.
상품만 파는 게 아니라 서비스 영역으로도 진출했다. GS25 일부 매장은 요즘 세탁물을 수거해준다. 전동 킥보드 충전과 주차 시설도 뒀다. CU는 중고 스마트폰 수거를 돕는다. 24시간 공과금 납부 서비스도 가능하다.
상품과 서비스가 다양해지자 편의점 매출이 늘고 있다. GS25의 작년 점포당 연평균 매출은 전년 6억5078만원에서 6억7205만원으로 3.2% 늘었다. 편의점 숫자가 크게 늘었지만 점포당 매출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편의점들은 계속 상품과 서비스를 늘려 사람을 모으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편의점 하겠다는 사람 줄 이어
새로 자영업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도 편의점을 하려고 한다. ‘편의점이 큰돈은 못 벌어도 가장 안전하다’는 인식이 커진 영향이다.
편의점 본사는 ‘상생 방안’을 작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최저임금 상승, 출점 증가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점주를 지원하겠다며 편의점 본사들이 내놓은 일종의 ‘해결책’이다. 본사 이익을 일부 포기하고서라도 점주 이익을 보존해주겠다는 의도다. CU, GS25 두 편의점 본사가 매년 이렇게 주는 돈만 각각 500억원 안팎에 달한다.
CU는 개점부터 폐점까지 ‘생애 주기별 관리 프로그램’이란 것도 도입했다. 편의점이 새로 문을 열면 일정 기간 폐기하는 상품 비용을 본사가 대준다. 24시간 문을 열면 전기료도 일부 지원해준다. 폐점 시에는 중도 해약하더라도 해약금을 다 받지 않고 상황에 따라 일부 혹은 전액을 면제해준다. GS25는 최저수입 보장 기준 매출을 기존 연 50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크게 올렸다. 24시간 운영 매장의 전기료 지원도 100% 해준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베이비붐 세대(출산율이 높았던 1955~1963년 태어난 사람)가 본격적으로 은퇴하면서 가장 먼저 자영업 시장에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데, 이들이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업종 중 하나가 편의점”이라며 “잠재적인 편의점 점주가 계속 늘고 있어 이들에게 맞는 형태의 편의점 유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시장 확대에도 자유로워
편의점은 온라인 쇼핑이 성장해도 큰 위협을 받지 않는다는 것도 투자심리가 안정된 요인이다.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 등 대부분 오프라인 유통 매장은 쿠팡 등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가 성장하자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의 성장은 기존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을 가져간 결과이기 때문이다.
편의점은 다르다. 아직까지 e커머스 성장 여파를 크게 안 받고 있다. 편의점 주력 상품이 바로 먹어야 하는 음식, 온라인으로 팔지 못하는 담배와 술 중심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동네 어디를 가든 있어 접근성도 좋다. 편의점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돌아설 이유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