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의 주력 계열사 이마트가 창사 이후 최초로 외부에서 대표를 영입한다. 지난 2분기 처음으로 적자를 내는 등 현 위기상황을 극복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이갑수 이마트 사장을 교체하기로 했다. 오는 12월 초 그룹 정기인사를 두 달 가까이 남겨둔 시점에 급작스럽게 나온 결정이다. 신임 대표는 그룹에 있는 임원이 아니라 외부에서 ‘수혈’하기로 했다. 후임 인사는 21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위기 상황을 돌파하려면 혁신을 주도할 외부 사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마트가 외부 출신을 대표로 곧바로 영입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신세계는 이 사장 외에도 10명의 임원을 교체하기로 하고, 이날 당사자들에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교체 통보를 받고 주요 임원들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그는 “재임 기간 열정을 다해 준 임직원들에게 고맙다. 신세계에서 37년을 일한 것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남은 사람들이 소임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신세계그룹 관례에 따라 3년간 상근고문직을 맡게 된다.

이 사장은 1982년 신세계그룹에 입사했다. 1999년 이마트로 옮겨 판매·상품·고객서비스 부문 등을 두루 거쳤다. 2014년 이마트 대표에 올라 6년간 국내 최대 대형마트의 성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의 급속한 성장에 따른 실적 악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마트는 생필품을 최저가로 판매하는 쿠팡 등 e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의 공세에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그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밑에서 대대적인 초저가 전략을 세우고 반격을 꾀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분기 299억원의 적자를 냈다. 실적 악화에 따른 책임론이 부각됐고 이 사장이 퇴진하게 됐다는 게 이마트 주변의 해석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기 인사를 두 달 앞두고 전격적으로 계열사 대표를 교체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엄중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