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당권파 하태경·이준석 징계…당권파·비당권파 갈등 최고조
바른미래당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손학규 대표는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촛불집회에서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을 겨냥해 "자유한국당 가겠다는 사람 말리지 않겠다"며 사실상 결별을 선언했다.
같은 시간 변혁은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회동을 갖고 탈당과 신당 창당을 포함한 향후 로드맵을 놓고 논의했다.
당 정체성과 노선, 지도체제 등을 놓고 갈등을 거듭해온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것으로, '한 지붕 두 가족'에 이어 결국 분당 수순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바른미래당의 내홍은 지난 4·3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본격화됐다.
당내 바른정당계를 중심으로 '손학규 퇴진론'이 제기되면서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갈등은 부상했고, 내홍 수습을 위해 출범한 혁신위원회는 제대로 된 활동 없이 갈등의 불씨만 키웠다.
손 대표는 '추석 때까지 당 지지율이 10%에 미치지 못하면 그만두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지만 당 지지율은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이를 놓고 양측의 불신은 깊어졌다.
이 과정에서 비당권파 최고위원들의 '보이콧'으로 주요 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의는 무력화됐다.
급기야 유승민계와 안철수계 등 비당권파는 지난달 30일 '변혁'을 출범, 독자 행보를 선언했다.
또한 당 윤리위원회가 비당권파인 하태경 의원에 이어 역시 비당권파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징계를 결정, 최고위원직을 내려놓도록 함으로써 '분당 시계'를 앞당긴 양상이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손 대표가 임명한 윤리위원장이 이끄는 윤리위의 징계는 사당(私黨)화"라고 즉각 반발했고, 하태경 전 최고위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손 대표는 안철수·유승민이 만든 바른미래당을 완전히 말아 드셨다"며 작심 비판했다. 이에 손 대표는 정면 대응을 택했다.
변혁 출범에 대해 "해당 행위"라고 경고하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해온 손 대표가 이날 비당권파를 향해 '나가라'는 신호를 공개적으로 발신한 것이다.
손 대표는 비당권파 의원들을 두고 '한국당에서 공천받으려는 사람들'이라고 지칭하면서 "한국당 가겠다는 사람 말리지 않겠다.
갈 테면 빨리 가라"고 돌직구를 던졌다.
최근 보수통합을 위해 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만나 대화할 수 있다고 밝힌 유승민 의원을 겨냥해서는 "'꼴통보수'를 다시 추구한다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비당권파는 당을 떠날 채비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변혁 일각에서는 12월 신당 창당을 목표로 한 단계적 탈당도 거론된다.
비례대표이거나 당직·국회직 등을 맡아 당장 탈당이 어려운 의원들에 앞서 일부가 먼저 탈당해 신당을 만들고, 추후 나머지가 합류한다는 것이다.
변혁의 탈당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야권의 정계개편 움직임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 향배는 비당권파의 진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비당권파가 한국당과의 보수통합보다는 중도·보수층을 겨냥한 독자 세력 구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