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 28일부터 예산심사 돌입…내달 29일 의결→본회의
일자리예산·남북협력기금 놓고 충돌 전망…보건복지 예산도 '암초'
'513조 예산전쟁' 개막…與 "원안사수" vs 野 "대폭삭감"
국회는 오는 22일 정부로부터 513조5천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청취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예산 전쟁'에 돌입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시정연설과 같은 날 내년도 예산안 공청회를 여는 데 이어 28∼29일 종합정책질의, 30일과 11월 4일 경제부처 예산 심사, 11월 5∼6일 비경제부처 예산심사를 벌인다.

이와 함께 국회 각 상임위원회도 소관 부처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진행한다.

내년도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할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예산소위)는 11월 11일부터 활동에 들어간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예결위 간사는 11월 29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내년도 예산안의 본회의 처리 법정시한은 12월 2일이다.

이렇듯 짜인 예산안 심사 일정표에 따라 여야는 내년도 나라 살림을 정밀 심사한다.

내년도 예산안은 사상 처음 500조원을 초과한 '슈퍼예산'으로, 재정 확장을 놓고 여야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513조 예산전쟁' 개막…與 "원안사수" vs 野 "대폭삭감"
◇ 與 "확장재정 긴요…원안 사수" vs 野 "재정중독…대폭 삭감"
여당인 민주당은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균형 재정'만을 고집하다가는 경기 침체와 재정 건전성 악화라는 악순환의 늪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하며 적극적인 재정 투입 필요성을 알릴 방침이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은 2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석학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까지 대한민국을 찍어서 확장 재정이 필요하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미중 무역 분쟁, 일본과의 경제적 마찰에 의한 어려움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정을 확장적으로 해서 즉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해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관련 분야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정부와 민간의 요구가 있다면 추가 예산을 반영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반면 제1야당인 한국당은 올해 예산(469조6천억원)보다 44조원가량 증가한 규모로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한 것은 심각한 '재정 중독'의 결과라며 대폭 삭감을 벼르고 있다.

무엇보다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해 예산안 곳곳에 '선심성 퍼주기' 예산을 배치했다고 보고 현미경 심사를 하겠다는 각오다.

예결위 한국당 간사인 이종배 의원은 통화에서 "2020년도 예산안을 보면 정부가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입맛대로 뜯어고친 흔적이 즐비하다"며 "수입은 적은 데 지출을 늘리려다 보니 내년도 적자국채 발행 규모는 사상 최대인 60조2천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총선용 선심성 예산은 전액 삭감하고 국민에게 필요한 민생예산은 적극적으로 증액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재정 확대 필요성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는 입장이다.

다만 선거를 겨냥한 포퓰리즘 성격의 예산은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각오다.

예결위 바른미래당 간사인 지상욱 의원은 통화에서 "경기가 어렵고 내수도 안 되고 수출도 안 되는 경제 상황에서 재정 확대는 해결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무분별한 복지·일자리 예산이나 선거용 예산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513조 예산전쟁' 개막…與 "원안사수" vs 野 "대폭삭감"
◇ 최대 쟁점은 일자리·남북협력기금…보건·복지 예산도 이슈
내달 말까지 이어질 여야 예산전쟁에서 최대 쟁점은 역시 일자리 예산과 남북협력기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일자리 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인 25조7천697억원으로, 올해(21조2천374억원)보다 21.3% 증가했다.

민주당은 어려운 경기상황에서 서민 생활의 근간인 일자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반드시 원안을 지켜내겠다는 생각이다.

전 의원은 "기본적으로 일자리는 민간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맞지만, 정부 또는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며 "모든 일자리 문제를 재정으로 해결할 수는 없지만 필요한 것에 대해선 재정이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은 지난달 6일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됐을 때부터 일자리 예산에 대한 큰 폭의 삭감을 예고했다.

고용 창출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일자리 예산은 그야말로 청년층·노년층 등을 향한 '퍼주기 예산'이라며 불필요한 예산 항목은 철저히 걸러내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인 한국당 추경호 의원은 "질 낮은 단기성 청년·노인 일자리, 구직자들에게 매달 50만원씩 지원하는 한국형 실업부조는 총선을 앞세우다 경제를 파탄 내는 예산"이라고 비판했다.
'513조 예산전쟁' 개막…與 "원안사수" vs 野 "대폭삭감"
남북관계가 소강 국면에 놓인 가운데 올해보다 10.3% 늘어난 남북협력기금(1조2천200억원)을 놓고도 여야 간 충돌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남북협력기금은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해 온 '평화 경제'의 기반을 구축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한 지렛대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역설해 원안 규모를 지켜낼 방침이다.

전 의원은 "현재 남북 대화가 원만하게 진행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향후 남북 대화와 평화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 중요하다"며 "그런 면에서 남북협력기금 예산을 과도하게 깎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또 국민 생활과 밀접한 사회안전망 복지 예산 확대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지키기 위한 지출이란 점을 부각할 생각이다.

보건·복지·노동 부문 내년도 예산은 올해(160조9천972억원)보다 12.8% 증가한 181조5천703억원으로 편성됐다.

반면 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야당에서는 남북협력기금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전환되지 않는 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라며 올해 대비 증액이 아닌 감액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아울러 내년도 보건·복지 분야 예산에는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성격의 '눈먼 돈'이 다수 포함됐다고 보고 면밀히 가려내겠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차관 출신인 송언석 의원은 "전년 대비 증액된 예산의 47%에 해당하는 20조6천억원이 보건·복지·노동 예산에 배분됐다"며 "반면 연구·개발 분야에는 8.2%인 3조6천억원만 배분됐다.

이는 일본 경제보복에 대응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목소리와 배치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