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 용의자 이춘재/사진=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 용의자 이춘재/사진=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56)에 대해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치권에서는 특별법을 발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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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3명은 지난달 '화성연쇄살인사건 공소시효 폐지 특별법'을 발의했다.

안 의원은 20일 "반인륜적이고 잔악무도한 화성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해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하자는 취지"라며 "모방 범죄 등을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리상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상임위 의원들을 만나 설득해 이해를 구해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화성 사건은 모든 범죄의 공소시효가 2006년 4월 2일을 기해 만료돼 처벌이 불가능하다.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한 '태완이법'은 2015년 당시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살인죄에 대해서는 적용이 가능(부진정소급)하지만, 화성 사건처럼 이미 공소시효가 끝난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이춘재 특별법'이 만들어진다면 '진정 소급 입법'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진정 소급 입법이란 새로운 법을 제정했을 때 이 법을 이미 종료된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에 다시 적용하는 것을 뜻한다.

한국 헌정사에서 이 법이 적용된 대표적 사례는 1995년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5·18 특별법)이다. 5·18 특별법은 1979년 12월 12일 사건과 1980년 5월 18일 민주화운동을 전후해 발생한 헌정질서 파괴범죄 행위에 대한 '공소시효 정지' 등을 규정한 법이다. 당시 내란죄 등 이 사건 범죄의 공소시효는 만료됐으나 전두환과 노태우 두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을 시효에서 제외해 처벌 대상에 포함했다.

헌법재판소는 법원의 공소시효 정지 조항 등과 관련한 위헌심판제청에 대해 위헌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합헌으로 결론 내렸다. 헌재의 결정은 5·18 관련자를 처벌하기 원하는 국민적 합의와 정부 입법 취지에 손을 들어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5·18 특별법과 달리 이춘재 특별법은 통과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전망한다. 한 수도권 법원 관계자는 "5·18 특별법은 역사적 중요성을 고려한 결정이었으나 특정 인물과 사건에 대한 소급 입법은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만약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5명을 살해한 사람이나 7명을 살해한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적용 사례를 확장한다면 권력자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소급 입법을 하는 행위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법조 관계자도 위헌 소지가 크다고 봤다. 경기지역의 한 변호사는 "공소시효가 완료돼 죄를 물을 수 없는 사람에 대해 법 적용을 하는 것은 인권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며 "과거 태완이법 입법 과정에서도 법의 형평성, 안정성 등 여러 문제가 제기돼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만 적용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보다 오히려 태완이법 개정이 '심플'하다고 생각된다"며 "이 법에서 살인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의 완성 전후를 가리지 않고 처벌한다고 개정하는 것이 논리의 일관성이 있어 보인다"고 부연했다.

한편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최근 이춘재를 피의자로 정식 입건했다. 현행법상 그를 처벌할 수 없더라도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경찰의 책무라는 판단에서다. 이춘재는 최근 14건의 살인과 30여 건의 강간 및 강간미수 사건을 직접 했다고 자백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소시효와 무관하게 화성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