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여행을 꿈꾸다
한 10여 년 전쯤엔 이런 여행하기 좋은 가을, 어디로 떠날까 정하려고 하면 평소 신문에서 보고 스크랩도 했던 멋진 풍경 가득한 기사를 통해 목적지를 정하고, 더 자세한 정보를 찾고자 느려터진 인터넷을 검색하곤 했다. 그러다 서점으로 가 더 많은 지역여행 정보를 찾아보고, 이런저런 가이드북도 살펴보며 숙소 예약과 맛집 정보 등을 정리 완료하고 출발했던 게 당시 풍속도다.

2019년 10월의 가을엔 스마트폰을 연다. 지금 어디 풍경이 좋은지, 어디가 나의 ‘소확행’ 여행지인지, 내가 원하는 정보가 가득하다. 숙소 예약도 원스톱으로 해결하고. 더 많은 정보는 가면서 찾자며 출발한다. 이렇게 요즘 여행정보는 손안의 컴퓨터, 스마트폰에서 얻는다.

‘2018 국민여행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여행 정보 획득 경로로 인터넷 사이트와 모바일 앱을 선택(중복 선택 가능)한 응답자가 19.3%에 달했다. 이는 주변인(61.3%)과 과거 방문 경험(38.3%)에 이은 세 번째 응답으로 기사나 방송(13.5%), 광고(10.9%), 관광안내 서적(6.2%)을 앞섰다.

주요 인터넷 검색경로는 네이버, 다음, 구글 등 포털과 여행 관련 블로그, 페이스북 등 SNS, ‘트립어드바이저’와 ‘호텔스닷컴’ 같은 여행 앱이라 한다. 이런 잘 알려진 루트 외에도 여행 계획과 기록 공유를 테마로 한 ‘여행노트’, 퇴근 후 여행 즐기기 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프립(Frip)’과 같은 관광벤처기업의 여행 전문 앱도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대한민국구석구석’은 전국의 다양한 여행정보를 얻을 수 있는 대표 사이트다. 최근 서비스를 개시한 ‘어디?!’는 공사가 통신사, 소셜미디어, T맵, 기상청 날씨 정보 등 다양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제공하는 여행정보 서비스다. 관심 여행 지역과 동반자, 테마 등을 선택하면 그에 맞는 여행지를 추천해준다. 나만의 해설 서비스인 ‘오디(Odii)’, 도보여행과 자전거여행의 동반자인 ‘두루누비’도 현장 활용도가 높은 여행 앱이다. 민간기업과 정부가 운영하는 이 정도만 잘 활용해도 훌륭한 ‘스마트여행자’가 될 수 있다. 우리의 스마트 기술은 이미 세계적이기 때문이다.

조금 아쉬운 점도 있다. 실제 여행하다 보면 현지에서나 알 수 있는 세세한 정보를 찾기 어렵고, 콘텐츠도 제한적이다. 이는 여행자가 머무는 시간을 단축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홈페이지와 앱에 지역 알짜 정보를 담은 문화·관광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콘텐츠의 질이 높아지면 이를 활용한 스마트 관광기업이 생겨날 수 있다. 일자리를 늘려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관광업계의 적극적인 지원과 참여가 필요한 까닭이다.

머잖아 내가 가는 곳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열어 오디오 가이드를 듣고, 갈림길에서 당황하지 않고 안전하게 길을 찾을 수 있기 바란다. 또 여행자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콘텐츠가 담긴 스마트 앱이 개발돼 하루 여행자가 이틀, 사흘 여행자가 됐으면 한다. 그때가 되면 여행작가인 나는 스마트여행자의 아날로그 밥집을 열어야겠다. 산골 어드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