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의 지주사인 BTC홀딩컴퍼니 매각건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기존 인수 희망자의 자금 미납으로 매각이 불발한 가운데 국내 다른 인수 희망자가 나타났지만 빗썸 측은 미국 중국 등의 해외 인수자를 물색하고 있다.
꼬여버린 빗썸 매각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체결된 BTHMB홀딩컴퍼니의 BTC홀딩컴퍼니 지분 인수 계획이 지난달 말 최종 파기됐다. BTC홀딩컴퍼니는 빗썸 지분 7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당시 인수계약을 맺은 BTHMB홀딩컴퍼니는 BK성형외과 원장인 김병건 BK그룹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다. BTHMB홀딩컴퍼니를 실질적으로 소유한 싱가포르법인 SG BK그룹의 지분 100%를 김 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은 본래 약 4000억원을 들여 BTC홀딩컴퍼니 지분 50%+1주를 매입할 예정이었다. 매입이 완료되면 김 회장은 빗썸 지분 38%를 보유한 1대주주에 오른다.

문제는 지지부진한 잔금 납입이었다. 김 회장은 1·2차 인수 금액을 시기에 맞춰 납입했지만 이후 잔금 납입일을 지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15일 완료됐어야 할 인수계약이 3월 31일, 지난달 30일로 두 차례 연기됐다.

지난달 30일은 마지막 잔금 납입일이었다. 이 날짜를 넘기면 계약이 자연 파기되는 절차였다. IB업계에서 이번 매각건을 ‘없던 일’이라고 얘기하는 이유다. 김 회장이 최종 납입일을 넘겼기 때문이다.

이 기간 매입을 주관해온 김 회장 측에 변화가 생겼다. 코너스톤네트웍스의 조윤형 회장이 SG BK그룹 지분 절반 이상을 인수하며 빗썸 인수전에 대신 참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한마디로 BTC홀딩컴퍼니 지분을 인수하는 주체가 김 회장에서 조 회장으로 바뀌었다.

美·中 등서 희망자 물색

조 회장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이달 안에 빗썸 인수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달 말 이미 파기된 계약을 자력으로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빗썸 주주들은 “이해할 수 없는 행보”라고 반응했다. BTC홀딩컴퍼니에서 종료를 선언한 인수건을 어떻게 조 회장이 이어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실제 빗썸 주주들은 이번 빗썸 매각건을 ‘끝난 딜’로 인지하고 있다. BTC코리아닷컴 지분 10.5%를 보유하고 있는 비덴트는 지난달 30일 공시를 통해 “BK컨소시엄으로부터 잔금을 납입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인수계약이 만료됐음을 강조했다.

조 회장의 연장 요청을 주주 측에서 거절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BTC코리아닷컴의 한 주주사 관계자는 “조 회장이 잔금 납입일을 연장할 수 있느냐고 요청해왔고, 우리는 안 된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빗썸 인수건이 코너스톤네트웍스의 기업 홍보에 이용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최대 가상화폐거래소인 빗썸의 인수자로 참여했다는 사실 자체로 코너스톤네트웍스의 시장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해석했다. 이런 가운데 업계 한 관계자는 “김병건 회장과 조윤형 회장의 일과는 무관하게 빗썸 측은 미국 중국 등 해외 인수자를 물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빗썸 매각건이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자 빗썸 이용자 사이에선 “도대체 거래소가 어떻게 된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BTC코리아닷컴 관계자는 “지주사 대주주 사이의 문제와 별개로 빗썸은 안정적인 가상화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