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 21일 오후 3시12분

KB증권이 기업어음(CP) 시장에서 ‘선두 굳히기’에 나섰다. 지난해 단기금융업(발행어음사업) 자격을 획득한 뒤 CP 인수 1위로 올라선 데 이어 올해 압도적인 실적으로 다른 증권사들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마켓인사이트] 발행어음 자격 취득한 KB證…CP시장서 쾌속 질주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KB증권은 올해 1~9월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22조2833억원어치 CP를 인수했다. 지난해 연간 인수 물량(17조4327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KB증권은 2016년 CP 인수 순위가 15위(7285억원)에 불과했지만 이후 빠르게 실적을 쌓아올리며 지난해 처음으로 선두 자리를 꿰찼다.

KB증권이 적극적으로 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은 중견·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기업금융사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기업들은 짧은 만기로 CP를 자주 발행하기 때문에 이를 활발히 인수할수록 발행기업과 만날 기회가 늘어난다. 인수 수수료를 받는 데서 끝나는게 아니라 해당 기업의 또 다른 자금 조달이나 지배구조 재편, 인수합병(M&A) 등에 관여할 영업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단기금융업 자격을 얻으면서 대규모 실탄을 조달할 수 있게 된 것도 CP 인수 영업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평가다.

CP 인수 2위는 BNK투자증권으로 같은 기간 12조7129억원어치를 인수했다. 기존 CP 시장의 강자인 SK증권과 KTB투자증권 주요 임직원을 영입한 지난해부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다. 2017년까지 1위였던 KTB투자증권은 3위로 밀렸다. 그 뒤를 이어 하이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4위와 5위에 올랐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KB증권은 기업들의 장기자금 조달무대인 채권발행시장뿐만 아니라 단기자금 조달처인 CP 시장까지 장악했다”며 “초대형 IB들이 발행어음사업을 통해 CP 시장을 포함한 단기자금 조달시장에서 더 공격적으로 영업을 펼칠 힘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