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성장률에 인하 점쳤지만
부채 증가·외국자본 이탈 우려
통화정책 속도 조절 나서
중국 인민은행은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연 4.20%로 21일 고시했다. 전달과 같은 수준이다. 5년 만기 LPR도 9월과 같은 연 4.85%로 유지했다.
인민은행은 18개 시중은행으로부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에 기반해 산정한 LPR을 보고받은 뒤 평균치를 매달 발표한다. 인민은행은 그간 1년 만기 대출금리를 기준금리로 써왔으나 지난 8월부터 LPR을 사실상 기준금리로 활용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경기가 갈수록 둔화하자 인민은행은 LPR을 8월과 9월 연속으로 내렸다. 또 올 들어 세 차례에 걸쳐 은행권의 지급준비율을 인하했다.
시장에선 인민은행의 LPR 동결을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18일 발표된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분기 기준으로 27년 만에 최저인 6.0%로 떨어진 것을 감안할 때 인민은행이 이달 LPR을 0.1~0.2%포인트 더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정부가 연초부터 2조1500억위안(약 357조원) 규모 인프라 투자와 2조위안 규모의 감세정책을 펴며 경기 부양에 힘썼지만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한 만큼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살리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인민은행은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회색 코뿔소를 차단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해석이다. 중국 지도부와 전문가들은 정부·기업·가계 부채와 그림자금융, 부동산 거품을 중국 경제의 3대 회색 코뿔소로 꼽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올 들어 회의 때마다 회색 코뿔소를 철저히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금리를 내리면 당장 중국의 부채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중국의 기업과 가계, 정부 등 전체 부채비율은 국내총생산(GDP)의 303%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97%)보다 6%포인트 올라간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새로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중국 정부가 경제 전반에 걸쳐 이미 높은 수준에 이른 부채 문제를 걱정해 광범위한 통화완화 정책을 피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최근 위안화 가치 약세와 맞물려 중국 금융시장에서 외국 자본의 대거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이 표면적으론 완화도 긴축도 아닌 ‘온건한 통화정책’ 기조를 견지하면서도 연말까지 LPR을 점진적으로 낮추고 지준율도 한두 차례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