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태풍 하기비스 피해를 복구하기도 전에 제20호 태풍 너구리의 영향으로 폭우가 예상되면서 비상이다.

21일 일본 웨더뉴스 등 일본 현지 언론은 북상 중인 제20호 태풍 너구리가 21일 밤부터 일본 킨키 지역을 중심으로 폭우를 내릴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가장 비가 강해지는 시기는 21일 밤부터 22일 오전까지로 1시간에 80mm 이상 번개를 동반한 맹렬한 비가 미에 현과 나라 현 남부, 아카야마 현 남부 지역에 뿌려질 것으로 관측됐다. 해당 지역들은 앞서 제19호 태풍 하기비스의 기록적인 폭우로 피해를 입었던 곳이다.

하기비스의 폭우로 하천이 범람한 지역은 배수로에 들어간 토사도 아직 제거하지 못했다. 너구리로 하천이 범람할 경우 다시 침수 피해가 우려된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미에 현 남부는 지난 18일 일 강수량 563mm가 내리는 등 지반이 느슨해져 토사 재해 등의 2차 피해가 예상된다"며 "기상 정보와 지자체 정보에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22일 오전부터는 도쿄 도심 등 간토 남부 지역에도 1시간에 30mm 이상의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분에 이날 나루히토 일왕 즉위 행사도 축소될 전망이다.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은 이날 오후 1시부터 30분간 진행된다.

이미 일본 정부는 하기비스로 피해를 본 주민들을 고려해 일왕 즉위 행사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카퍼레이드를 다음달 10일로 연기했다. 전날 미치코 상왕후의 생일 기념 행사도 태풍 피해를 고려해 취소했다. 이 상황에서 너구리의 북상으로 일왕 즉위식 행사가 추가적으로 축소될 위기에 처한 것.

즉위식은 일왕이 다카미쿠라로 불리는 자리에 올라 자신의 즉위 사실을 밝히고 총리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궁의 마당에 있는 소나무 사이로 전통 의상을 입은 궁내청 직원 78명이 화려한 깃발을 든 채 서있어야 하기에 비가 오면 의식에 차질이 생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의복이나 깃발이 비바람에 약해 날씨가 안 좋으면 인원 수를 줄여 실내에 배치하고 깃발도 철거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너구리는 21일 오전 3시 기준 일본 오키나와 동쪽 약 320km 부근 해상에서 일본 도쿄를 향해 시속 34km의 속도로 북동진 중이다. 소형 태풍 너구리의 중심기압은 985~994hPa(헥토파스칼)이며 최대 풍속은 97km에 달한다.

기상청은 태풍 너구리가 오는 22일 오전 3시께 일본 도쿄 남서쪽 약 420km 부근 해상에서 소멸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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