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결정 이후 유럽으로 노동력 유출…인력난 더욱 악화할 것"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가 또 다시 연기될 상황에 놓이며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에서 브렉시트가 초래한 일손 부족으로 막대한 양의 농산물이 수확되지 못하고 썩어가고 있다.

영국 전국농민연맹(NFU)은 사과 1천600만개에 달하는 분량의 과일과 야채가 농장과 과수원 등지에서 고스란히 썩고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FU가 영국 농민들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수확철에 이미 사과 1천147t(톤)이 버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심각한 인력난이 벌어진 건 브렉시트 이후에 대한 두려움으로 영국 내 EU 회원국 국민들이 영국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EU 회원국 국민들은 브렉시트가 이뤄질 경우 '이동의 자유'가 제한되고 입국심사도 더욱더 까다로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NFU는 이번 인력난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잿빛' 전망을 내놨다.

지난 8월만 해도 노동력이 17% 부족한 수준이었으나 지난달에는 이 수치가 20%로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달에는 수치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NFU 원예·감자위원회의 알리 캐퍼 위원장은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인력난은 매년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렉시트 결정이 내려진 이후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절하되면서 영국 내 계절노동자들이 독일, 네덜란드 등의 EU 회원국들로 떠나고 있어서다.

캐퍼 위원장은 브렉시트 자체가 "사람들이 이곳에서 환영받고 있지 못하다는 인식을 줬다"며 비판했다.

캐퍼 위원장은 또한 브렉시트로 인해 EU 회원국 국민들은 수많은 '물음표'를 품게 됐다며, 이들이 "'내가 내년에 돌아올 수 있을까?', '여권이 필요하게 될까?', '국경에서 검문을 받게 될까?'" 등의 걱정에 불안해졌다고 설명했다.

NFU는 인력난 해결을 위해 영국 정부에 EU 회원국 외에서 받아들이는 노동자의 수를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영국 정부 대변인은 "영국이 EU를 떠나면, 농민은 물론 영국 전체에 이득이 되는 이민 체계를 도입할 것"이라며 '계절노동자 계획'(SWP) 를 시행해 수확철의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