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이중삼중 분양가 규제에…강남 재건축 단지들 "法 고쳐달라"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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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 규제·상한제 피해 일반분양분 통매각 추진
국토부·서울시 불가 방침에…조합 "법 고쳐달라"
국토부·서울시 불가 방침에…조합 "법 고쳐달라"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일반분양분의 ‘통매각’을 허용해달라며 관련 법 개정을 청원하고 나섰다. 통매각은 이중삼중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일반분양 예정 아파트를 임대사업자에게 전량 넘기는 방식이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불허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분양가 규제, 어떻게든 피하자”
22일 재건축조합 연합체인 미래도시시민연대에 따르면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 일부 개정 청원이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게시판에 지난 21일 게재됐다. 통매각을 막고 있는 이 법의 예외조항을 삭제해달라는 게 골자다. 민특법은 사업주체가 공공지원민간임대나 장기일반민간임대 방식을 추진할 경우 해당 주택을 임대사업자에게 우선 공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주택은 예외로 하고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는 즉시 이 조항이 발효돼 재건축조합들은 통매각 방식의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된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이 같은 방식의 사업 추진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러나 조합들이 법 개정까지 청원하고 나선 건 사실상 퇴로가 없기 때문이다. 일반분양분을 선분양 할 경우 주변 시세보다 낮게 분양가를 책정해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받을 수 있다. HUG의 분양보증이 필요없는 후분양을 한다면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조합의 수익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 궁여지책으로 이 물량을 임대사업자에게 통으로 매각해 조합원들의 수익을 보전하는 사업 방식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조합들은 통매각 방식이 중산층용 임대주택의 가격 안정과 로또 분양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구철 미래도시연대 조합경영지원단장은 “시세보다 싼 로또 아파트로 인한 청약과열이 기존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폐해를 막기 위해선 통매각을 오히려 장려해야 한다”며 “상한제로 피해를 보는 조합원들의 저항감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잠실 진주아파트와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원베일리’)는 아예 공식적으로 통매각을 추진 중이다. 신반포3차·경남의 경우 분양가 상한선은 3.3㎡당 4800만원 수준이다. 인근 ‘아크로리버파크’는 3.3㎡당 1억원대에 거래됐다. 결국 가장 먼저 공고를 낸 끝에 입찰하는 사업자가 나타났다. 변호사 중개법인 트러스트의 자회사인 트러스트스테이가 일반분양분 346가구에 대해 3.3㎡당 6000만원대의 매각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세보단 낮지만 일단 분양가 규제 수준을 크게 웃도는 가격대다. 조합 관계자는 “실제 계약 여부는 검토를 해봐야 안다”며 “대의원 회의나 조합원 총회 결의를 통해 선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통매각이 성사된다면 ‘임대 후 분양’도 가능해진다. 8년 동안의 의무임대기간이 끝난 뒤 분양전환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분양가나 공급 대상은 사업주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는 조합이 통매각가 그대로 다시 임대사업자에게 주택을 사들여 일반분양에 나설 수도 있다.
◆국토부·서울시 “절대 불허”
다만 실제 계약 성사와 사업 진행 여부는 불확실하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거듭해서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어서다. 통매각을 타진하는 조합들도 공고문을 통해 ‘관련 법이나 인허가 관청의 결정으로 입찰 진행이 불가능할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서울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미 한 차례 불가 방침을 통보했는데도 재공고를 내는가 하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조합이 늘고 있어서다. 이달 중으로 정비사업 일반분양분의 통매각을 막는 내용을 담은 지침을 마련키로 한 이유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한제가 시행되면 민특법에 따라 임대사업자에게 우선공급하는 게 불가능해진다”면서 “사업을 추진하려면 정비계획부터 이를 반영해 변경해야 하지만 이 같은 사전 요건도 전혀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구청이 인허가권을 가진 사업시행계획이나 관리처분계획과 달리 정비계획은 서울시가 인허가권을 갖고 있다. 정비계획을 변경하려면 서울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단순히 분양가 규제를 회피하려는 목적의 정비계획 변경이라면 심의를 통과할 확률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국토부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 여부에 따른 민특법과 관계없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서 이미 통매각이 막혀 있다는 입장이다. 도정법은 재건축·재개발사업의 토대가 되는 법이다. 이 법은 제79조에서 ‘조합원분양분을 제외한 물량은 보류지로 정하거나 조합원 또는 토지등소유자 이외의 자에게 분양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둘 중 하나를 택일해야 하는 강행규정”이라며 “통매각 등 다른 방식의 사업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조합들이 행정허가도 받지 않고 막무가내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정비업계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한 별도의 참고자료를 만들어 배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분양가 규제, 어떻게든 피하자”
22일 재건축조합 연합체인 미래도시시민연대에 따르면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 일부 개정 청원이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게시판에 지난 21일 게재됐다. 통매각을 막고 있는 이 법의 예외조항을 삭제해달라는 게 골자다. 민특법은 사업주체가 공공지원민간임대나 장기일반민간임대 방식을 추진할 경우 해당 주택을 임대사업자에게 우선 공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주택은 예외로 하고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는 즉시 이 조항이 발효돼 재건축조합들은 통매각 방식의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된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이 같은 방식의 사업 추진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러나 조합들이 법 개정까지 청원하고 나선 건 사실상 퇴로가 없기 때문이다. 일반분양분을 선분양 할 경우 주변 시세보다 낮게 분양가를 책정해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받을 수 있다. HUG의 분양보증이 필요없는 후분양을 한다면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조합의 수익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 궁여지책으로 이 물량을 임대사업자에게 통으로 매각해 조합원들의 수익을 보전하는 사업 방식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조합들은 통매각 방식이 중산층용 임대주택의 가격 안정과 로또 분양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구철 미래도시연대 조합경영지원단장은 “시세보다 싼 로또 아파트로 인한 청약과열이 기존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폐해를 막기 위해선 통매각을 오히려 장려해야 한다”며 “상한제로 피해를 보는 조합원들의 저항감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잠실 진주아파트와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원베일리’)는 아예 공식적으로 통매각을 추진 중이다. 신반포3차·경남의 경우 분양가 상한선은 3.3㎡당 4800만원 수준이다. 인근 ‘아크로리버파크’는 3.3㎡당 1억원대에 거래됐다. 결국 가장 먼저 공고를 낸 끝에 입찰하는 사업자가 나타났다. 변호사 중개법인 트러스트의 자회사인 트러스트스테이가 일반분양분 346가구에 대해 3.3㎡당 6000만원대의 매각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세보단 낮지만 일단 분양가 규제 수준을 크게 웃도는 가격대다. 조합 관계자는 “실제 계약 여부는 검토를 해봐야 안다”며 “대의원 회의나 조합원 총회 결의를 통해 선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통매각이 성사된다면 ‘임대 후 분양’도 가능해진다. 8년 동안의 의무임대기간이 끝난 뒤 분양전환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분양가나 공급 대상은 사업주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는 조합이 통매각가 그대로 다시 임대사업자에게 주택을 사들여 일반분양에 나설 수도 있다.
◆국토부·서울시 “절대 불허”
다만 실제 계약 성사와 사업 진행 여부는 불확실하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거듭해서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어서다. 통매각을 타진하는 조합들도 공고문을 통해 ‘관련 법이나 인허가 관청의 결정으로 입찰 진행이 불가능할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서울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미 한 차례 불가 방침을 통보했는데도 재공고를 내는가 하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조합이 늘고 있어서다. 이달 중으로 정비사업 일반분양분의 통매각을 막는 내용을 담은 지침을 마련키로 한 이유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한제가 시행되면 민특법에 따라 임대사업자에게 우선공급하는 게 불가능해진다”면서 “사업을 추진하려면 정비계획부터 이를 반영해 변경해야 하지만 이 같은 사전 요건도 전혀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구청이 인허가권을 가진 사업시행계획이나 관리처분계획과 달리 정비계획은 서울시가 인허가권을 갖고 있다. 정비계획을 변경하려면 서울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단순히 분양가 규제를 회피하려는 목적의 정비계획 변경이라면 심의를 통과할 확률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국토부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 여부에 따른 민특법과 관계없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서 이미 통매각이 막혀 있다는 입장이다. 도정법은 재건축·재개발사업의 토대가 되는 법이다. 이 법은 제79조에서 ‘조합원분양분을 제외한 물량은 보류지로 정하거나 조합원 또는 토지등소유자 이외의 자에게 분양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둘 중 하나를 택일해야 하는 강행규정”이라며 “통매각 등 다른 방식의 사업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조합들이 행정허가도 받지 않고 막무가내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정비업계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한 별도의 참고자료를 만들어 배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