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농업인단체 만나 의견 수렴…이르면 25일 결정 관측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22일 세계무역기구(WTO) 농업 분야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문제와 관련, "미래에 전개될 WTO 협상에서도 개도국 특혜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이날 서울 대한상의에서 민관합동 농업계 간담회를 열고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문제와 관련해 농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등 '가장 부유한 나라'들이 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90일 시한 내 조처가 없다면 해당 국가를 개도국으로 대우하지 않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부가 이르면 25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WT0 개도국 지위 포기 여부를 확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 "미래 WTO 협상서 개도국 특혜유지 가능할지 고민 필요"
김 차관은 "올해 초부터 WTO에서 개혁 과제의 하나로 개도국 특혜 이슈를 논의 중으로, 우리는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농업 분야에서만 예외적으로 개도국 특혜를 인정받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지금은 1996년 당시에 비해 우리 경제 위상이 크게 높아졌고 WTO 내에서도 이 이슈가 본격 논의됨에 따라 미래에 전개될 WTO 협상에서도 개도국 특혜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개도국 특혜는 향후 국내 농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으로서, 정부는 농업계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듣고 최대한 고려해 신중하게 정부 입장을 마련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관은 "이달 들어 이미 두 차례 농업계 간담회를 개최했고 농업계 대표들이 여러 좋은 의견을 주셨지만, 제가 직접 농업계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부 입장 결정에 참고할 사항이 있는지 점검하고 싶어 자리를 다시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개도국 특혜 관련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고려해야 할 우리 농업의 현실이 어떤지, 향후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어떠한 정부의 정책과 지원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 고견을 달라"고 부탁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부 측에서 기재부·산업통상자원부·농림수산식품부의 담당 국·과장들이, 농업인단체에서 한국농축산협회·한국농업인단체연합·축산관련단체협의회·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한국낙농육우협회·한국토종닭협회 회장·대표 등이 참석했다.

농업인단체는 간담회장에서 'WTO 개도국 포기 방침 철회'라고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종이 피켓을 든 채 정부 방침에 항의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는 당초 정부 당국자와 농업인단체 대표 간 비공개로 열릴 예정이었으나, 농업인단체 측이 공개적인 진행을 요구하면서 간담회 진행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정부 측 요구로 간담회는 결국 비공개로 열렸지만 이 과정에서 고성과 실랑이가 오갔다.
정부 "미래 WTO 협상서 개도국 특혜유지 가능할지 고민 필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