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당 7천200만원 등 분양가 보장, '재산상 이익 제공 행위'로 위법 판단
갈현1구역 등 다른 정비사업도 점검키로…"입찰제안서 법률 검토 거쳐 행정조치"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수주전이 과열되고 있는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건설사들의 입찰제안서 내용에 불법 행위가 있다고 보고 서울시와 함께 특별 점검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22일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한남3구역의 수주전이 과열되면서 건설사들이 법에서 금한 불법 사업 제안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세부 내용이 확인되는 대로 법률 검토를 거쳐 필요한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건설사들이 조합 측에 제시한 입찰제안서 내역을 입수할 것을 서울시에 요청했다.

18일 입찰을 마감한 한남3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 3개 사가 참여했다.

국토부는 모 건설사가 분양가 상한제 미적용시 일반분양가를 3.3㎡당 7천200만원에 보장하겠다고 제안한 것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를 위반한 행위로 보고 있다.

이 법 132조에서는 추진위원, 조합 임원 선임 또는 시공사 선정에 따른 계약 체결과 관련해 금품, 향응 또는 그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받거나(또는 하거나) 제공의사를 표시·약속·승낙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국토부 "한남3구역 시공사 제안서 다수 위법"…특별점검 착수
이를 위반할 경우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이러한 '재산상의 이익'을 약속한 건설사에 대해서는 공사비의 20%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시공사 선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처벌 규정이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가 보장처럼 조합원 분담금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은 재산상 이익을 약속한 행위와 같다"며 "이는 도정법 위반 사항으로 해당 제안을 제안한 시공사는 물론 이를 수용한 조합 집행부까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 회사가 제안한 ▲ 조합원 분양가 3.3㎡당 3천500만원 이하 보장 ▲ 상업시설 분양가 주변 시세의 110% 보장 ▲ 조합사업비 전액 무이자 대여 등도 모두 도정법 132조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사업비 무이자 대여는 다른 2개 사도 공통으로 제안했다.

모두 1조1천억∼1조5천억원 상당의 사업비를 무상으로 빌려주겠다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사가 조합에 제시한 정확한 문구를 확인해봐야겠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만 보면 상당수가 불법"이라며 "일부 건설사가 조합원 분담금을 입주후 1년 간 금융비용 없이 연기해주겠다고 한 대목에 대해서도 위법성 여부를 판단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건설사가 제안한 '임대아파트 제로(0)'는 현실성 없는 계획이라고 일축했다.

이 업체는 임대주택 사업을 하는 AMC 자회사를 통해 서울시의 매입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재개발 임대주택을 매입해 조합원의 수익을 높이고, 추가분담금을 낮춰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 조례 28조에서 재개발 사업시행자는 임대주택을 건설해 서울시장에 처분하도록 명시돼 있다.

서울시는 현재 재개발 사업에서 나오는 임대아파트를 SH공사를 통해 전량 매입하고 있다.

국토부는 3개 사가 공동으로 제시한 이주비 추가 지원에 대해서는 은행 이자 수준을 받고 빌려줄 수 있지만, 이자없이 무상 지원하는 경우는 처벌 대상이라고 못 박았다.

3개 사는 모두 조합원 이주비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70∼100%까지 지원하겠다고 제시했다.

국토부는 이들 이주비 지원에 대해서도 이자 대납 등 불법이 없는지 따져볼 계획이다.
국토부 "한남3구역 시공사 제안서 다수 위법"…특별점검 착수
일부 업체가 제시한 '혁신설계'는 조합측 설계를 모두 변경해야 해 서울시 공공관리제 지침에 위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건설사 대안설계의 허용 범위를 1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국토부는 조만간 입찰에 참여한 3개 건설사의 제안서가 확보되는 대로 세부 법률 검토를 거친 뒤 위반사항이 적발될 경우 행정지도나 시정명령, 형사고발 등을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현재 한남3구역 입찰공고 상에는 부정당(不正當)업자의 입찰을 제한하는 동시에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서울시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 등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해당 건설사의 입찰 자격을 박탈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서울시의 합동 점검 결과가 시공사 선정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남3구역 조합은 시공사의 제안 내용을 면밀히 분석한 뒤 오는 12월 18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선정한다.

국토부는 서울시와 함께 한남3구역 외에 은평구 갈현1구역 등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다른 정비사업장에 대해서도 불법 행위 여부를 점검할 방침이다.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선정에 민감한 것은 건설사들이 공사 수주를 위해 무리한 사업조건을 제시하면서 주변 집값을 자극하고, 시공 계약 후에는 해당 비용을 다른 사업비나 공사비 등에 전가하거나 갈등을 유발해 사업이 지연되는 등 결국 조합원들의 피해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는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법, 비리를 '생활형 적폐'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며 "주택시장을 교란하는 행위에 대해 철저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와 함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 아파트 등 일부 재건축 조합이 추진 중인 일반분양분 '통매각'과 관련해서도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 조례에서 체비시설인 일반분양분은 일반 청약자를 대상으로 분양해야 하고 설사 통매각을 하더라도 조합원 총회를 거쳐 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인가 변경 인가를 받아야 한다"며 "조합원의 동의를 얻어내기 힘들뿐더러 인허가를 받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은 아예 기업형 임대사업자에 통매각을 불허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가능성이 큰 반포 등 강남권에서는 사실상 통매각의 길이 막힌 셈이다.

이와 관련해 재건축·재개발조합 연합모임인 미래도시시민연대는 분양가 상한제 지역에서도 통매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제16조 제6항'의 개정을 청원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정부의 '불허'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국토부는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 적용 기준을 낮춘 주택법 시행령이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이달 29∼30일께 공포, 시행하고 내달 초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상한제 적용 지역을 선정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