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반대로도 가보자
영어 교육시장에 '에듀테크'
바람 일으킨 산타토익
‘산타토익’으로 유명한 에듀테크(교육기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뤼이드의 장영준 대표(사진)는 지금의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떠올렸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대기업 생태계에 기생하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독립 플랫폼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뛰다 보니 지금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돈 안 되는 교육 플랫폼” 편견에 맞서
그의 첫 일터는 미국 실리콘밸리였다. 미국 UC버클리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북미 지역 웹툰 플랫폼 ‘타파스미디어’에 공동창업자로 합류했다, 장 대표는 첫 번째 정식 투자유치 단계인 시리즈A를 성공시킨 뒤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자기만의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남아달라는 동료들의 만류를 뿌리쳤다.
그는 국내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던 교육 스타트업 시장을 눈여겨봤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교육 플랫폼은 적지 않게 있었지만, 성인 대상 교육 플랫폼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기존 학원들은 스타 강사에 의존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에듀테크’의 개념은 있었지만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도 드물었다.
막상 교육 사업을 하겠다고 선언하자 주변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벤처캐피털(VC)에 몸담고 있는 지인들은 “교육 스타트업은 돈을 못 번다”고 입을 모았다. 스타강사의 수업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들이 플랫폼 교육기업을 찾겠냐는 얘기였다.
장 대표는 ‘시험’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뒀다. 실력 향상도 좋지만 당장 점수가 급한 사람들이 많다고 봤다. 데이터 기반의 AI 기술로 '시험 잘 보게 해주는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다. 2014년 5월 혼자 뤼이드를 설립한 뒤 기획자와 개발자를 한 명씩 영입했다. 이듬해 1월 첫 작품인 모바일 오답노트 ‘리노트’가 나왔다.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시작한 리노트는 제목과 번호만 넣으면 알아서 오답을 분석해주는 서비스였다. 32만 건 이상의 오답 데이터가 모이자 고정 팬들이 생겼다. 하지만 한계가 뚜렷했다. 이미지 오답 데이터를 분석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한방’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장 대표는 특정과목에 집중한 텍스트 기반 학습 플랫폼으로 눈길을 돌렸다.
산타토익으로 ‘아·태지역 톱10’ 달성
맞춤형 토익 공부 앱(응용프로그램) 산타토익은 만만찮은 도전이었다. 장 대표는 “기존 학원과 동영상 서비스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한다는 생각으로 산타토익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첫 사업 아이템을 토익으로 정한 것은 대학수학능력시험처럼 사회적 논란이 될 가능성이 적으면서도 응시자의 규모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2016년 1월부터 2017년 말까지는 산타토익 1.0의 시대다. 이용자의 토익 공부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한편으로는 산타토익에 적용할 AI 기술을 개발했다. 산타토익 1.0은 AI 기반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답 분석 잘해주는 앱’으로 소문나면서 30여만 명의 이용자가 몰렸다.
2년여간 가능성을 확인한 장 대표는 지난해 1월 AI를 적용한 산타토익 2.0을 출시했다. 동시에 무료 서비스를 유료 서비스로 전환했다. 돈을 받는 서비스로 바뀌었지만 오히려 이용자는 더 늘었다. 한 달 기준 1만~2만원인 요금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AI가 이용자의 학습패턴을 분석해 ‘더 해야 할 공부’와 ‘하지 말아야 할 공부’, ‘당신이 맞힐 문제’와 ‘맞히지 못할 문제’를 세밀하게 분석한 게 인기 비결이었다. 산타토익 2.0의 이용자는 이달 기준 100만 명을 달성했다.
산타토익 2.0이 크게 성공하면서 VC들도 태도를 바꿨다. 뤼이드는 지난해 4월 115억원의 시리즈B 투자유치를 마친 데 이어 지난 6월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미국에서도 뤼이드의 비즈니스 모델을 주목하고 있다. 뤼이드는 미국 에듀테크 전문지 ‘에듀케이션 테크놀로지 인사이트(Education Technology Insights)’가 이달 초 선정한 ‘아·태지역 10대 에듀테크 스타트업’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검색엔진 바이두의 교육 자회사 줘예방(Zuoyebang), 호주의 클라우드구루(A Cloud Guru) 등과 이름을 나란히 한 것.
뤼이드는 미국 수학능력시험(SAT), 공무원·자격증 시험 분야에도 산타토익과 같은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내년 1분기에는 ‘산타수학’도 선보인다. 장 대표는 “AI 기술이라는 키워드 하나만 보고 창업했다가 실적을 내지 못하는 스타트업이 부지기수”라며 “내가 도전하는 분야에 AI가 먹힐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