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 353세대 아파트…3가구 중 2가구꼴 누수·곰팡이 등 하자 신청
주민들 "일상생활 마비…시공사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부실 대처"
건설사 "섀시 등 하자…내부 벽면 타고 곰팡이 번진 듯"
"집이 아니라 워터파크" 입주 10개월 만에 누더기된 아파트
"저희 입주민들은 아파트 이름을 '워터파크'라고 부릅니다.

오죽하면 그러겠어요.

해도 너무합니다.

"
22일 부산 해운대구 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 A씨의 말이다.

두산건설이 시공해 올해 1월 말부터 입주가 시작된 이 아파트는 최근 심각한 하자로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에 따르면 전체 353세대 중 200여 가구 이상에 비와 태풍이 왔을 때 물이 새고 곰팡이가 피는 현상이 발생했다.

"집이 아니라 워터파크" 입주 10개월 만에 누더기된 아파트
A씨 안내로 찾아간 31층 한 집은 새집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누더기가 돼 있었다.

현관부터 시작해 거실로 이어지는 복도 하부는 시공사가 곰팡이가 핀 벽지를 뜯어내고 임시방편으로 비닐을 노란 테이프로 고정해 붙여놓고 있었다.

3개의 방과 거실 하부도 예외 없이 곰팡이 피해를 입어 비닐 처리가 곳곳에 덕지덕지 돼 있었다.

벽면 아래 마룻바닥은 원래 색깔을 잃었다.

시커멓게 변색이 이뤄지고 있었다.

쿰쿰한 냄새도 집안 곳곳에서 났다.

집주인 B씨는 "냄새가 나고 두통에 시달렸는데 처음에는 원인도 몰랐다"면서 "벽지에 곰팡이 스는 것을 벽지를 뜯어내 봤는데 경악했다"고 말했다.

"집이 아니라 워터파크" 입주 10개월 만에 누더기된 아파트
42층 집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 집은 올해 8월 하자 보수를 이미 한 상태였는데도 벽지 곳곳에 곰팡이가 다시 피어나고 있었다.

특이하게도 벽 주변을 따라 누수된 것이 아니라 거실 한복판에서 물이 올라와 바닥이 시커멓게 변색한 모습도 관찰됐다.

이 집 세입자인 C씨는 "9월 태풍 때 집을 비웠다가 다음날 왔는데 거실 한복판과 작은 방에 물이 고여 난리인 상황인 펼쳐진 것을 보고 기가 막혔다"면서 "아파트 하자가 심각하다고 생각해 집을 나가겠다고 집주인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올해 9월 태풍 타파 때는 누수 현상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입주자 대표위원회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천장 벽지가 축축하게 젖어있거나, 창틀 섀시에서 물이 새는 모습 등을 쉽게 관찰 할 수 있었다.

입주자 대표위원회가 공개한 사진과 동영상만 100개가 넘는 상황이다.

이들 사진 중 에는 한 주민 섀시 틈에 있는 물을 제거하기 위해 빨대 3개를 연결하자 대야가 찰 정도로 물이 줄줄 흐르는 장면도 있다.

"집이 아니라 워터파크" 입주 10개월 만에 누더기된 아파트
한 주민은 "입주 초부터 70가구 정도에 곰팡이 피해가 발생했고, 태풍으로 200여가구까지 피해가 증가했다"면서 "주민들은 일상생활이 마비되는 등 고통스러운데 두산건설은 제대로 원인 설명을 피하고 부실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두산건설에 항의하며 아파트 내에서 지난 21일 집회를 열기도 했다.

당시 지역구 의원인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참석해 시공사 하자를 질타했다.

두산 건설은 창틀 물 빠짐 부위가 역류하거나 실리콘이 태풍에 찢어지며 누수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벽면과 천장, 거실 한복판 누수에 대해서는 물이 벽면을 따라 타고 들어간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자 접수 70% 이상이 태풍 대파 때 발생한 것으로 기상의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외벽을 타고 하자보수가 진행돼야 하는데 최근 부산에 우천이나 강한 바람으로 인해 작업이 늦어졌다는 점도 해명했다.

주민들이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그것은 나중에 논의할 문제"라고 답했다.

두산 건설은 부산 북항 재개발지역 인근에서 2천세대 규모 아파트도 현재 시공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