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결위, 내년도 예산안 공청회…'513조 슈퍼예산'에 전문가 의견 엇갈려
국가채무 건전성 이견…"저금리 주목해야", "국가채무 지속가능성 떨어져"
"현상황서 확장재정은 경제 ABC", "지출증대 아닌 제도개선해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1일 개최한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은 513조5천억원 규모로 편성된 2020년도 정부 예산안을 놓고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대내외로 어려운 경제 여건을 고려해 정부가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과 과도한 재정확장 정책은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재정 건전성만 해칠 수 있다는 견해가 엇갈렸다.

조영철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때 이명박 정부는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고 확장적 재정정책을 썼고 그 덕에 신속하게 위기에서 극복할 수 있었다"며 "경제 불황 상황에서 정부는 적자를 감수하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써야 한다는 것은 경제학의 ABC"라고 주장했다.

조 위원은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초슈퍼 예산'이라고들 하는데 내수 위축에 저물가 상황을 감안하면 오히려 부족한 규모"라며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가는 오히려 장기적 재정 건전성 차원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경제 성숙에 따른 생산성 증가율 둔화 현상을 제어하기 위해선 확장적 재정정책·통화정책은 물론 각종 구조개혁 정책을 총동원해야 한다"며 "2020년대 중후반으로 가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대 중반으로 떨어질 텐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재정 확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기존의 틀로 보면 중장기 재정 전망에 위험요인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아직은 여러모로 재정 여력이 존재하고 조세부담률도 인상할 여지가 있는 만큼 확장 재정의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상황서 확장재정은 경제 ABC", "지출증대 아닌 제도개선해야"
반면 현진권 국민대 경제학과 겸임교수는 "한때 재정경제학이 주류를 이루기도 했지만, 지금은 많은 경제학자가 케인즈주의에 반대하고 있다"며 "정부가 돈을 써서 경제를 성장시키는 정책은 세계 경제 위기와 같은 외부 환경이 닥쳤을 때나 쓸 수 있는 단기적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현 교수는 이어 "내년 예산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걷는 세금에 비해 세출 규모가 너무 크다는 것"이라며 "올해보다 거의 44조원이 증가했는데 이는 국민이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간 재정 확대로 경제가 얼마나 성장했는지에 대해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자본 유출입이 자유로운 소규모 개방경제에서 재정정책은 효과가 없다는 사실은 경제학 교과서에서 다룰 정도다.

지출 증대가 아닌 제도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재정 확장정책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바는 크겠으나 부정적 파생 효과에 따른 비용 측면에서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가장 합리적 대책인지에 대해서는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2020년도 예산은 올해 대비 9.3% 증가했는데 이는 2% 초반대의 올해 경제성장률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국민 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국회의 예산 심의가 보다 면밀하고 치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상황서 확장재정은 경제 ABC", "지출증대 아닌 제도개선해야"
이들은 대규모 국채발행을 통한 예산안 편성을 놓고도 정반대의 인식을 드러냈다.

재정지출의 증가로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상영 교수는 "국가채무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지 않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면서 "지난 3년간 균형·긴축 기조를 유지함에 따라 국가채무비율로 보나 정부의 순자산 규모로 보나 재정 여력이 강화된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채무비율이 올라가더라도 이자율이 낮아져서 지급 비용은 크게 변하지 않을 수 있다"며 "단순한 국가채무 수준보다 소득 대비 이자 감당 능력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영철 위원도 "5∼7%대였던 국채 금리는 만기가 되고 이제 1%대 신규 국채가 발행될 것"이라며 "국가채무 증가량만큼 이자 비용이 증가하지 않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현진권 교수는 "내년 예산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국가 채무"라며 "일각에서는 국제 지표를 들어 채무 건전성을 주장하는데 이는 대한민국에는 적용될 수 없는 지표"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이 계속 적자인데 이는 모두 정부 예산으로 충당된다"며 "이들 연금에 대한 '충당 부채'도 결국 나랏빚이지만 국가 채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준모 교수는 "국가 채무의 이자도 빚을 내서 갚아야 해 국가채무의 지속가능성이 떨어진 이상 예산 절약이 우선돼야 한다"며 "재정지출 증가는 국민 부담을 늘리고 경제 활성화 효과도 제한적이니 국채 발행액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결위는 공청회에서 지적된 사항들을 토대로 ▲ 28∼29일 국무총리 등을 상대로 한 종합정책질의 ▲ 30일·11월 4일 경제부처 예산심사 ▲ 11월 5∼6일 비경제부처 예산심사를 벌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