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즉위와 관련한 일련의 행사 비용으로 약 160억엔(약 1천700억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마사코(雅子) 왕비의 건강이 좋지 않은 점과 시대상황이 바뀐 점을 고려해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 때와 비교해 이번 즉위 행사의 일부를 간소화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왕 거처인 고쿄(皇居) 궁전에서 국내외 초청객을 상대로 여는 즉위 축하 '향연'(리셉션) 의식이다.

일본 정부는 나루히토 일왕의 부친인 아키히토 전 일왕의 즉위 선포 행사 때는 국내외에서 약 3천400명을 초청해 7차례나 향연을 열었다.
간소화했다지만 일왕 즉위 행사에 1700억원 쓴다
그러나 이번에는 향연 횟수를 4차례로 해 참석 대상을 2천600명으로 줄이고, 향연 형식도 2차례는 선 채로 음식을 먹도록 하는 '입식(立食)'으로 바꾸었다.

또 즉위 선포 의식을 위해 아키히토 전 일왕 때 궁전 안뜰에 만들었던 하객용 가설석을 악천후 가능성을 고려해 이번에는 설치하지 않았다.

그 대신 총 30대의 대형 모니터를 궁전 곳곳에 설치해 의식 진행 상황을 쉽게 볼 수 있도록 했다.

고령의 왕족 인사들이 늘어난 점을 고려해 이들이 전통 복장이 아닌 연미복 등 간편한 양장 차림으로도 참석할 수 있게 했다.

즉위 의식 선포 행사의 전체 참석자 수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했다.

그러나 수교국이 아키히토 전 일왕 즉위 때와 비교해 30개국 정도 늘어난 데다가 정치인들이 차지하는 부대신(부장관) 직위 신설, 참석 대상인 문화훈장 수상자 증가 등이 고려돼 전체 참석자 수는 이전 규모(초청 2천500명, 참석 2천200명)를 유지하는 쪽으로 정리됐다.

다만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배우자를 동반하지 않도록 했다.

이 영향 등으로 이번 즉위 선포 의식의 실제 참석자 수는 직전보다 200명가량 줄어 186개국·5개 국제기구 대표 423명과 국내 초청객 등 총 1천999명으로 집계됐다.

일부 행사가 간소화되고 전체 참석자 수는 줄었지만 일련의 즉위 의식을 치르는 데 드는 전체 비용은 직전보다 37억엔가량(약 400억원) 늘어난 160억엔이 될 것으로 일본 정부는 보고 있다.
간소화했다지만 일왕 즉위 행사에 1700억원 쓴다
아사히신문은 인건비 등의 부담이 커진 것이 전체 비용을 늘리는 주된 요인으로 분석했다.

지난 5월 1일 일왕가에 전해지는 상징물로 알려진 이른바 삼종신기(三種神器)를 넘겨받는 '겐지토 쇼케이 노 기'(劍璽等承繼の儀)라는 의식을 시작으로 일련의 즉위 의식을 치러온 나루히토 일왕은 내달 10일 자신의 즉위를 알리는 '카퍼레이드'(祝賀御列の儀)를 한다.

이어 내달 14~15일 즉위 후 처음 거행하는 추수 감사 의식인 '대상제'(大嘗祭·다이조사이)를 치르는 등 올 12월까지 다양한 즉위 의식을 이어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