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정의 확대 추진…담배 성분·첨가물 정보제공 의무화
제품 회수·판매금지 근거법안 마련…민관조사팀 유해성 조사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중단' 강력 권고…청소년 즉시중단
정부가 지난달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제'를 권고한 데 이어 '사용중단'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관리 대책 브리핑'을 열고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유해성 검증이 완료되기 전까지 사용을 중단해달라고 밝혔다.

특히 아동·청소년과 임산부, 호흡기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비흡연자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절대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현재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청소년의 경우 즉시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 가운데 기침, 호흡곤란, 가슴통증 등 호흡기 이상 증상이 나타나거나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 소화기 이상 증상, 피로감, 발열, 체중감소 등 기타 증상을 경험했다면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병의원을 방문해야 한다.

이는 미국에서 15일(현지시간) 기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관련 중증 폐 손상 사례가 1천479건, 사망사례가 33건 발생하고, 국내에서도 지난달 20일 이후 의심사례가 1건 보고된 데 따른 조치다.

국내 의심사례 환자는 30대로 궐련형 담배를 피워오다 최근 6개월 이내 액상형 전자담배를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흉부 영상에서 이상 소견이 있었지만,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검사가 음성으로 나왔다.

환자는 호전돼 퇴원한 상태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최근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과 관련해 폐 손상과 사망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국내에서도 유사한 의심사례가 신고되는 등 심각한 상황"이라며 "안전관리 체계 정비와 유해성 검증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한다"고 말했다.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중단' 강력 권고…청소년 즉시중단
◇ 담배성분 의무제출·가향물질 첨가 금지 등 법안 마련

복지부는 또 관계부처와 액상형 전자담배의 안전관리를 위한 2차 대책을 내놨다.

관리체계 강화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올해 안에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먼저 현재는 담배를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한 제품으로만 보고 있지만, 앞으로는 '연초의 줄기·뿌리 추출 니코틴 제품 등을 포함하도록 정의를 확대할 방침이다.

미국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담배를 넓게 정의하고 있고, 2007년 이후 담배제품에 대해서는 식품의약청(FDA)이 성분, 유해성, 공중보건 영향 등을 검토해 허가해야만 판매가 가능하다.

담배 제조·수입자가 담배와 담배 연기에 포함된 성분·첨가물 등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청소년이나 여성 등이 흡연을 쉽게 시작하도록 향을 내는 가향물질 첨가도 단계적으로 금지한다.

다만 이는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인 '담배정의 확대 법안', '담배 유해성분 제출 및 공개 의무화 법안', '가향물질 첨가 금지 법안'이 통과돼야 추진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또 이번 사용중단 권고 조치는 위해성 논란에도 사용자의 자발적인 노력에 기댈 뿐 제품 회수나 판매금지 등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복지부는 청소년 흡연을 유발하는 등 공중보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 제품을 회수하거나 판매금지 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건강증진법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정영기 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제품안전기본법에서는 유해성이 좀 나와야(인과관계가 확인돼야) 판매금지가 될 수 있다"며 "그래서 (공중보건학적 악영향을 미치면 판매금지할 수 있도록)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추진하고 이에 준하는 조치를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과 폐 손상 연관성 조사도 신속하게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품회수, 판매금지 등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액상형 전자담배 안에 대마 중 환각을 일으키는 주성분인 'THC'(tetrahydrocannabinol), 비타민 E 아세테이트 등 7개 유해성분 분석을 11월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인체유해성 연구 결과를 내년 상반기 안에는 발표할 예정이다.

질본과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전문가 등 민·관 합동 조사팀을 구성해 응급실·호흡기내과 내원자 중 중증 폐 손상자 사례를 조사하고 전방위적으로 추가 의심사례를 확보해 연관성을 밝히는데 속도를 낸다.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중단' 강력 권고…청소년 즉시중단
◇ 기기장치 무단개조·청소년 판매 등 단속 강화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관리와 니코틴액 수입 통관도 강화한다.

불법 판매행위 단속과 홍보 역시 강화할 방침이다.

국내 유통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11개 회사 36개 품목이다.

다만 담배로 관리되지 않는 줄기·뿌리 니코틴 등 담배 유사제품이 상당수 판매되고 있다.

올해 8월까지 액상형 전자담배 반출량과 전자담배용 니코틴액 수입량은 75억4천600만원으로 전년도 1억8천600만원보다 많이 증가했다.

이에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제조·수입업자에게 제품안전기본법,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THC, 비타민 E 아세테이트를 포함한 구성성분 정보제출을 요청할 계획이다.

니코틴 함량이 1% 이상인 경우 유독물질 수입신고 관련 서류를 구비하도록 하고, 줄기·뿌리 니코틴인 경우 통관 시 수출국 제조허가증 등 증빙자료를 제출하도록 통관절차도 강화한다.

해외직구나 특송화물로 반입되는 니코틴은 간이통관에서 배제하고, 불법의심 해외사이트에서 유입되는 제품에 대한 현장검사도 시행된다.

관세청은 중국, 미국 등 수출국 내 영사관 등 재외공관과 협조체계를 구축해 니코틴액 제조·수출자, 제조공정에 대해 검증을 하고, 줄기·뿌리 니코틴 관련 세액탈루, 부정·허위신고 혐의에 대한 철저한 관세 범칙조사 및 세액심사를 추진한다.

전자담배 기기 폭발 등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전자담배 기기장치 무단개조 및 불법 배터리 유통판매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법 위반자는 형사고발 조치할 예정이다.

청소년 대상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행위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각급 교육청, 학교 등을 통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의 위험성을 청소년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예정이다.

청소년 전자담배 사용률은 2011년 4.7%에서 계속 감소해 2017년 2.2%를 기록했지만 2018년 2.7%로 0.5%포인트 다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성인 사용률(2017년 기준 2.7%)과 유사한 수준이다.

박 장관은 "국회에 계류 중인 담배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법률안이 조속히 처리되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라며 "법률안이 개정되기 전까지 사용중단 강력 권고를 비롯한 관계부처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