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형 신형 싼타페 '제 4세대 셩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중국형 신형 싼타페 '제 4세대 셩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의 영향력이 점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차의 가격경쟁력 확보와 확실한 브랜드 포지셔닝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23일 중국승용차정보연석회의(CPCA)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 내 지난달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6.5% 감소한 178만1000대에 그쳤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판매량도 전년동기대비 8.6% 줄어든 1478만2000대로 집계됐다.

문제는 9월이 중국 자동차 시장의 전통적인 성수기라는 점이다. 중국 내수 시장 약세가 겹치면서 현대차의 중국 전략에 새 그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중국 불황에도 끄떡없는 독일차
메르세데스-벤츠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GLC 롱 휠베이스 버전 [사진=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벤츠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GLC 롱 휠베이스 버전 [사진=메르세데스-벤츠]
눈에 띄는 것은 현대차의 부진이다. 현대차의 베이징 법인인 베이징현대는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4.7% 감소한 6만27대의 판매량을 기록, 시장 점유율 3.4%로 12위에 랭크되며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무엇보다 간판 모델의 판매량 감소가 뼈아프다. 지난해 9월 3만2100대가 팔렸던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는 지난달 2만2600대 판매에 그쳤고 SUV인 투싼은 1만2300대에서 3000대로 급감했다. 기아차의 K2, K3 판매량도 같은 기간 각각 69%(4900대→1500대), 31%(5500대→3800대)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이치폭스바겐은 중국 전용 신규 브랜드인 제타와 아우디 브랜드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업계 1위를 지켰다. 이 업체의 9월 판매량은 전년동월대비 6% 증가한 19만2800만대에 달하며 점유율도 유일하게 두자릿수(10.80%)를 유지했다. 독일의 벤츠 판매량도 20.5% 가량 늘어나며 저력을 과시했다.

중국 브랜드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시장 침체에도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의 대표 자동차 회사인 지리자동차는 판매 감소폭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전기차 디하오와 신규 브랜드 '링크앤코' 판매 호조에 5위권을 유지했다.

중국 SUV 명가 창청자동차의 판매량은 프리미엄 브랜드 '웨이'와 SUV 트렌드로 인해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업체의 9월 판매량은 대대적인 가격 할인에 힘입어 전년동월대비 17.9% 늘어난 8만2700만대를 기록했다. 또다른 중국 자동차 업체 창안자동차도 10위권을 수성했다.

◆ '가격 경쟁력' 일본 친환경차 독주
가격 경쟁력 확보한 일본 친환경차 [사진=도요타 유튜브 캡처]
가격 경쟁력 확보한 일본 친환경차 [사진=도요타 유튜브 캡처]
현대차가 미래 먹거리로 사활을 걸고 있는 친환경차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일본계 브랜드가 하이브리드차를 앞세워 중국 시장에서 고속 성장을 이루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친환경 승용차 시장에서 도요타가 점유율 11.1%로 2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수소전기차를 모두 포함한 것이다.

1위는 15.8%의 점유율을 차지한 중국 업체 비야디이고 2위는 도요타였다. 이어 베이징자동차(6.1%), 벤츠(6.0%), 중국 지리(5.7%), 상하이차 로웨(4.9%)가 순서를 이뤘다. 이 업체들이 중국 친환경 승용차 시장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모델별로 보면 판매 1위는 도요타 코롤라(15만7077대)다. 10위권에 혼다 CR-V(5만2070대·7위), 도요타 아발론(4만2872대·9위) 등 일본계 브랜드 하이브리드차가 3개 들어갔다. 여기에 2위인 벤츠 C클래스(9만4955대)만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중국 브랜드다.

현대차는 순위권과는 거리가 멀다. 베이징현대의 친환경차 판매량은 올해 들어 8월까지 1621대다. 엘란트라 전기차가 1000대에 약간 못미치고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가 591대다.

◆ "현대차 포지셔닝 확실하게 가져가야"

중국형 신형 싼타페 '제 4세대 셩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중국형 신형 싼타페 '제 4세대 셩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줄어든 가장 이유는 시장 자체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15개월 연속 수요가 감소하는 등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실제 지난달 승용차와 상용차를 포함한 중국의 자동차 소매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감소한 180만7000대를 기록했다. 특히 승용차 판매가 178만1000대로 7% 줄었다.

이에 따라 전체 생산 규모도 감소 중이다. 9월 자동차 생산은 전년 대비 7% 줄어든 187만4000대 수준으로 나타났다. SUV 생산량이 1% 줄어든 가운데 세단의 인기가 크게 떨어지면서 13%나 감소했다. 게다가 위안화 약세와 경기 둔화, 미중 무역갈등도 자동차 시장 위축을 장기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통상적으로 시장이 위축되면 중간 가격대 브랜드의 힘이 빠진다.

친환경차는 일본 브랜드에 비해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다. 도요타 코롤라 하이브리드 모델은 가격이 14만17만6000위안으로 일반 내연기관 모델(10만8000~16만위안)과 큰 차이가 없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차 비중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한편, 모터와 동력제어유닛(PCU·엔진과 전기모터 통합제어 장치)을 현지 생산해서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중국 승용차 시장에서 친환경차 비중이 올해 10%(200만대)에서 2026년 37%(1천100만대)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친환경차 가격경쟁력과 시장점유율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벤츠 등 독일차는 자동차라기보다 명품으로 인식돼 자동차 시장 불황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며 "친환경차는 일본 브랜드가 약진 중이고 SUV는 중국 업체들이 치고 나오는 형국이어서 현대차가 포지셔닝을 확실하게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