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1월말 준공 예정인 부산 해운대 ‘엘시티’ 전경 <㈜엘시티PFV 제공>
올 11월말 준공 예정인 부산 해운대 ‘엘시티’ 전경 <㈜엘시티PFV 제공>
국내 두 번째 높이의 초고층 건물이자 부산시 최고층 건물인 해운대의 101층 엘시티가 11월말 준공 예정으로 마감공사가 한창이다.

엘시티는 준공되면 부산시에서는 유일한 100층 이상 마천루가 될 전망이다. 해운대 센텀시티에서 추진되던 100층 이상 초고층 개발사업이 사업성을 고려하여 지난달 74층 규모로 축소되었고, 중구 중앙동 옛 부산시청 부지에 계획된 부산롯데타워도 올초 초고층 건설 계획이 철회되고 전망타워 형태로 사업계획이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일반 고층 건물에 비해 훨씬 높은 건축비용과 공사기간 등 때문에 10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은 사업추진이 이처럼 쉽지는 않지만, 좁은 땅을 효율적이면서도 환경친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장기적으로 볼 때에는 우리나라에서도 개발사례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초고층 건물은 건축물 내구연한이 일반 건물보다 3~10배 이상까지 길고 각종 첨단 시스템이 적용되는 등의 장점도 있다. 초고층 건물을 중심으로 한 고밀도 복합개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들이 기존의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권장하고 있다. 도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핵심 지역에서 초고층 건축 계획이 포함된 복합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초고층 건물은 도시의 상징이자 관광자원으로서 지역발전에 기여가 큰 반면, 집약적 공간 이용으로 인해 안전 시스템을 더욱 철저히 갖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국내외에서 끊이지 않는 대형 화재와 지진 등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상주하는 초고층 건물의 안전 역시 시대적 관심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에 지어지는 고층·초고층 건물에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화재 방지 기술과 첨단소재가 속속 적용되고 있다.

엘시티는 국내 최초로 성능위주설계 및 사전재난영향평가 결과를 반영하여 시공되는 건물이다. 현행 소방관련법의 기준을 뛰어넘는 방재안전성능을 확보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또 유리와 알루미늄 소재로 된 100% 불연성 외장재를 사용해 불이 나도 불길이 외벽을 타고 번지지 않게 한다. 또 일반 콘크리트의 3배 강도에 내화성이 뛰어난 초고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하고, 초동 진화를 위한 스프링클러도 일반 고층건물보다 더 촘촘하게 설치되어 있다.

엘시티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의 현장 관계자는 "일반 아파트와는 달리 3시간 내화 콘크리트와 불연성 특수 방화제를 사용하며, 각 세대 내부 창가에 약 1.8m 간격으로 윈도우 스프링클러까지 설치해서 불길이 창을 통해 다른 층으로 번지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엘시티는 만일의 화재 시 대피를 위하여 피난안전구역과 피난층 전용 승강기를 두고 있다. 초고층 건물의 경우 20~40층마다 1개 층씩 마련하게 되어 있는 피난안전구역은 불길과 연기가 침투하지 못하도록 제연시스템을 갖추며, 식수 급수전, 긴급 조명 및 통신시설, 소방설비, 응급장비 등이 구비된다. 피난층 전용 승강기는 승강로 가압 제연방식을 적용하여 피난 시 안전성을 제고했다.

건물이 높을수록 지진에 더 취약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여전하고, 특히 해변 지역인 해운대는 지진으로 인한 해일 피해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난 대비 시스템과 구조를 더 엄격하게 갖춘 고층건물일수록 오히려 더 안전할 수 있다”며, “안전은 고층이냐 저층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높이에 맞는 시스템과 구조를 얼마나 적절히 설계하고 적용했는지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반이 단단하지 않은 사막도시 두바이에는 세계 최고층 건물인 부르즈 칼리파가 세워졌고, 1년에 두 차례 이상 지진이 발생하는 대만에서 ‘지진에 가장 안전한 곳은 타이페이101’이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995년 대지진 후 일본 고베는 지진에 취약한 저층 대신 고층건물이 즐비한 도시로 재탄생되었다. 화재뿐만 아니라 지진에 대해서도 초고층건물일수록 더욱 까다로운 안전기준에 따라 설계되고 관리된다는 얘기이다.

국내 초고층빌딩은 법에 따라 규모 6.0 이상의 내진설계를 갖춘다. 이 정도 설계라면 설사 그 이상의 지진에도 구조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시각이다. 또 한반도에서 발생 가능한 최대 지진은 동일본 대지진의 여진 정도에 불과한 규모 6.5 정도며, 연안 수심이 낮아 대규모 쓰나미가 발생하기도 어렵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엘시티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의 한 관계자는, “엘시티는 규모 6.5의 지진에도 견디도록 설계되어 있고, 건물의 척추 역할을 하는 코어 월이 강한 암반층에 뿌리를 두고 있어 그 이상의 강진도 이겨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두께가 1.5m에 달하는 코어 벽체가 든든한 척추 역할을 하고, 역도선수의 허리벨트처럼 일정한 층 간격마다 건물 한 층의 기둥을 고강도 콘크리트로 시공하는 '아웃리거 벨트월'이 건물의 중간중간을 잡아줘서 내진·내풍 성능을 높여 준다”며, “지진·태풍 등의 하중이 건물에 미치는 영향을 계측하는 구조안전모니터링시스템도 건물의 안전관리에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엘시티는 방파판과 내진 스토퍼 등 소방시설 내진설계를 적용하고, 비상발전기를 지상층에 설치하여 만일의 침수에도 대비하며, 방재센터 고장 시 예비방재센터가 즉각 가동될 수 있도록 화재수신반을 이중으로 구축하고 있다.

엘시티는 오는 11월말 준공과 함께 ‘엘시티 더샵’ 아파트 882세대가 입주를 시작하고, 12월말에는 ‘엘시티 더 레지던스’가 입주할 계획이다.

주거시설 외의 관광상업시설들은 내년 6월 그랜드 오픈이 예정이므로 준공 이후에도 해당 시설들의 인테리어 공사는 계속된다. 관광시설 중 가장 눈에 띄는 시설인 실내외 워터파크(지상 4~6층)는 현재 공정률이 90%를 넘은 상황이며, 내년 그랜드 오픈 전까지 물놀이시설물 시운전, 전산시스템 개발 등 사전 점검 및 운영 준비를 해나갈 계획이다.

엘시티 워터파크는 해운대에서도 랜드마크 건물에 위치해 있는 ‘도심형 워터파크’인데다가, 62m 길이의 국내 최대 규모 인피니티풀, 찜질방과 사우나 등 규모와 시설 면에서 압도적인 온천시설이라는 점에서 온천관광지 해운대를 대표할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엘시티 인근 달맞이고개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해운대 토박이 ㄱ씨(55)는, “엘시티가 하루 빨리 완공되어 인근 지역이 정비되고 지역경제도 살아났으면 한다”며, “공사가 끝까지 안전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시공사 등 관계자들이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경규민 한경닷컴 기자 gyu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