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자산 선호심리 살아나며
금·달러·채권 고공행진 주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가격은 g당 190원(0.34%) 오른 5만625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소폭 오르긴 했지만 지난 8월 16일 장중 한때 사상 최고치인 6만2580원까지 치솟았던 금값은 이후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타다가 이달 중순께 5만6000원대로 주저앉았다.
올 들어 몸값이 크게 뛴 미국 달러도 시들해지기는 마찬가지다. 8월 13일 달러당 1222원20전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현재 1170원대로 뚝 떨어졌다. 주식 등 위험자산을 피해 투자 자금이 몰렸던 채권시장에서도 지난달부터 시중금리가 상승 국면으로 접어들자 채권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8월 19일 연 1.093%(3년 만기 국고채 금리)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뒤 현재 연 1.3~1.4%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올 들어 인기가 하늘을 찔렀던 이들 안전자산 삼총사가 최근 주춤한 이유는 미·중 무역분쟁, 노딜 브렉시트 등 대외 불확실성의 완화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다소 살아났기 때문이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이달 11일 끝난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산 수입품(2500억달러) 관세 부과가 유예되고 미국산 농산물(400억달러) 수입이 재개되는 등 ‘스몰딜(부분 합의)’에 도달한 데다 영국과 유럽연합(EU)도 16일 브렉시트 초안에 합의하는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10조원 넘게 순유입됐던 채권형 펀드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가는 모양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채권형 펀드 271개에서 지난 한 달간 순유출된 자금은 8073억원에 달했다. 올 들어 이들 펀드에 10조4158억원이 순유입된 것을 감안하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 셈이다.
“불확실성 여전…저가 매수 기회”
대부분 전문가들은 안전자산 삼총사의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에서 미국의 최종 목표가 (중국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첨단산업 발전 제재인 만큼 단기간 내 양국 간 빅딜(최종 합의)이 이뤄질 확률은 낮다”며 “특히 내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승리할 경우 양측 간 무역분쟁이 확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영국 하원이 보리스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법안을 사실상 부결하는 등 또다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독일 분데스방크가 최근 3분기 경제성장률의 마이너스 가능성을 추가로 밝히는 등 유로존 국가들의 경기 침체도 본격화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런 까닭에 최근 국면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발표될 한국은행 3분기 경제성장률(속보치)도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 수준의 가격이라면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