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개월 만에 나타난 이설주 > 조선중앙통신이 23일 공개한 김정은의 금강산 현지 지도 사진에는 지난 4개월 가까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이설주 모습이 포착됐다. 연합뉴스
< 4개월 만에 나타난 이설주 > 조선중앙통신이 23일 공개한 김정은의 금강산 현지 지도 사진에는 지난 4개월 가까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이설주 모습이 포착됐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갑작스러운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발언’으로 정부가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평화경제’를 강조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북측이 금강산 내 ‘남측 시설’을 철거하겠다고 나서면서 자칫 남북한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초청 정책간담회에서 “현재 남북관계가 결코 좋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비판적·부정적 발언을 한 것은 주목해봐야 할 대목이 있다”며 “선대의 정책에 대해서 사실상 비판하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에 진짜 정책 전환인지, 아니면 다른 시그널인지 좀 더 분석해봐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북한의 입장을 명확히 분석하는 게 먼저”라고 말을 아꼈다. 앞서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도 “정부는 북측의 의도와 구체적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지난 22일 시정연설을 통해 “평화경제 기반 구축에도 힘쓰겠다. 북한의 밝은 미래도 그 토대 위에서만 가능할 것”이라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한다”고 강조한 직후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 기대와 달리 실제 남북관계가 알려진 것 이상으로 좋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청와대도 최근 “남북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줄곧 밝혀왔다. 김정은의 방문 가능성을 열어둔 채 다음달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준비하던 청와대로서는 김이 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데도 청와대는 되레 ‘김정은의 몽니’가 남북 간 소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남북 협의로 막혀 있는 남북 간 소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부인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후 ‘긍정 조짐으로 보기에는 남북의 온도가 안 맞는다’고 재차 묻자 “부인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렇다’라고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말을 바꿨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