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을 방문해 “보기만 해도 기분 나빠지는 남측 시설들을 남측과 합의해 싹 들어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남북한 평화협력의 상징이자 이산가족 상봉 현장인 금강산에 대해 이같이 발언하면서 남북 관계가 또 한 번 중대 기로에 놓였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3일 김정은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찾아 고성항과 해금강호텔, 온천빌리지, 제2 온정각 등 우리 측이 건설한 시설들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쉽게 관광지를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됐다”며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금강산관광 주사업자인 현대아산은 이날 “관광 재개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보도에 당혹스럽지만 차분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금강산관광과 관련해 50년 독점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다. 금강산에 투자한 금액은 7670억원이다.

청와대는 별도 입장을 내지 않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통일부는 “북측이 요청하면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남북 합의 정신 차원에서 언제든지 (북측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