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김녕만 '기억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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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시골 아낙이 길을 걷고 있다. 작은 보따리를 이고, 한 손에는 토종닭 한 마리를 들었다.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가 보다. 여인의 어깨 너머, 택시 한 대가 먼지를 일으키며 비포장 길을 달리고 있다. 둥근 산과 부드럽게 굽어진 길을 배경으로 펼쳐진 이 장면은, 사진가 김녕만의 ‘기억의 시작’전의 한 작품으로 김씨가 1976년 전북 고창에서 담은 것이다.
1970년대 20대 청년이던 작가는 농촌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신작로, 빨래터, 초가지붕 등 아직 도시화되지 않은 시절의 풍경과 사람들을 흑백필름에 담았다. 김씨는 다큐멘터리 사진을 하는 젊은이라면 누구나 매료됐을 법한 극적인 상황을 찾아다니지 않았다. 대신 한국적이면서도 해학과 풍자가 있는 서민들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췄다.
거창한 이념이나 사상을 담아내려 하지 않은 그의 작품들은 4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요즘 더욱 큰 감흥을 준다. 분명히 우리의 일부였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져 버리고, 기억 속에만 희미하게 남아 있는 정겨운 그 장면들이 김씨의 사진을 통해 우리 앞에 남게 됐다. (스페이스22, 11월 19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1970년대 20대 청년이던 작가는 농촌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신작로, 빨래터, 초가지붕 등 아직 도시화되지 않은 시절의 풍경과 사람들을 흑백필름에 담았다. 김씨는 다큐멘터리 사진을 하는 젊은이라면 누구나 매료됐을 법한 극적인 상황을 찾아다니지 않았다. 대신 한국적이면서도 해학과 풍자가 있는 서민들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췄다.
거창한 이념이나 사상을 담아내려 하지 않은 그의 작품들은 4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요즘 더욱 큰 감흥을 준다. 분명히 우리의 일부였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져 버리고, 기억 속에만 희미하게 남아 있는 정겨운 그 장면들이 김씨의 사진을 통해 우리 앞에 남게 됐다. (스페이스22, 11월 19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