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도 믿기지 않는 일들이 자꾸 벌어진다. 매맞고 욕먹고 조롱당하는 대한민국 공권력 얘기다. 그제 경찰이 미국 대사관저 담을 넘어 시위를 벌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현장에서 오간 대화는 글로 옮기기도 민망하다. 대진연 측은 “양아치 XX” “용역 깡패만도 못한 XX들아” “놀러 왔어?” 등의 욕설·막말을 퍼붓고 방해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욕은 하지 맙시다” “책임자 대화 뒤 결정하시죠” 등 쩔쩔맸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대진연의 ‘월담 시위’(18일)에서 드러난 경찰의 안이한 대처는 한심하다 못해 참담하다. 담을 넘는데도 경찰봉도 없는 의경 세 명이 속수무책이었고, 성희롱 시비를 의식해 여경이 올 때까지 여성 시위대를 체포하지도 못했다. 어느 선진국 경찰이 외국공관 침입을 이토록 무기력하게 대처할까 싶다.

물러터진 공권력 문제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민노총 노조원들의 폭력, 욕설, 조롱은 일상다반사나 다름없다. 노조원이 경찰을 패는 것은 보통이고, 경찰은 정권 눈치를 보느라 노조의 폭행·업무방해 정도는 수수방관하기 일쑤다. 이런 식이니 시위대든, 주폭이든 공권력을 갈수록 우습게 여긴다.

공권력이 공권력답지 못한 것은 경찰의 ‘어두운 과거’의 업보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인권을 빌미로 공권력의 손발을 묶은 정부와 허술한 법제도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경찰 내규상 경찰봉 테이저건 권총 등 장비 사용요건이 까다롭기 그지없고, 적극 대처해 피의자가 다치기라도 하면 경찰 개인에게 배상 책임을 지운다. 법원도 공무집행 방해에는 유독 관대해 피의자 구속비율이 10% 남짓한 수준이다.

법치수호의 보루여야 할 공권력이 무기력해지면 그로 인한 피해는 대다수 선량한 시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누가 경찰을 조롱거리로 만들고 있는지 진지한 반성과 개선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