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종 항체 라이브러리 보유…면역항암제 국산화 이룰 것"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박영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
고령화 시대, 항체의약품 부각
합성의약품보다 약효 오래가
고령화 시대, 항체의약품 부각
합성의약품보다 약효 오래가
“항체의약품은 합성의약품보다 약효가 오래가고 안정적입니다. 인구가 고령화될수록 투여 횟수가 적은 항체의약품의 장점이 부각될 수밖에 없어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셈이죠. 와이바이오로직스가 면역항암제 같은 항체의약품 개발에 집중하는 배경입니다.”
박영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63)는 “글로벌 리딩 항체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와이바이오로직스가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은 모두 면역항암제다.
차별화된 항체 기술을 내세워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가장 ‘핫한’ 분야인 면역항암제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MSD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앞서가고 있는 분야지만 반드시 ‘면역항암제 국산화’를 이뤄내 한국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유전공학에 끌리다
가정형편 때문에 의대 진학을 포기한 박 대표는 서울대 미생물학과에 입학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하자 유전공학 붐이 일기 시작했다. 1980년대 초 미국 바이오기업 제넨텍이 세계 최초로 사람 유래 인슐린을 생산하면서다. 합성의약품 복제약을 만드는 수준에 그쳤던 국내 제약사들이 바이오의약품에 눈을 뜨게 된 계기였다. 삼성 LG 포스코 대우 한화 등 대기업들이 앞다퉈 바이오산업에 진출했다.
그는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친 1985년 LG생명과학에 입사했다. 그해 말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럭키바이오텍으로 발령이 나서다. 미국의 앞선 유전공학 기술을 배우려고 LG그룹이 세운 미국 현지 연구소였다. 이곳에서 꼬박 8년6개월을 근무했다. 회사 지원을 받아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대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1999년 귀국한 박 대표는 항체 의약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면역세포인 T세포에 있는 면역활성화 수용체 4-1BB를 연구하는 게 첫 프로젝트였다. 4-1BB를 억제하면 T세포 활동이 억제된다. 4-1BB를 촉진하면 T세포도 활발해진다. 면역세포가 몸속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류머티즘 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은 4-1BB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치료하고 암은 4-1BB를 촉진해 T세포 활동을 늘리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그는 “LG생명과학에 20년을 근무하면서 유전자조작 연구를 주로 했다”고 했다.
2000년대 들어 박 대표는 항체 의약품의 가능성에 눈뜨기 시작했다. 제넨텍 등 글로벌 바이오기업들이 사업의 무게중심을 항체 의약품으로 옮겨가던 때다. 그는 회사에 항체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LG생명과학은 신약은 합성의약품에서 찾고 바이오 분야에서는 생산공정이 중요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로 방향을 잡고 있었다. 결국 박 대표는 2005년 생명공학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항체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서였다.
박 대표가 항체 의약품에 주목하는 것은 반감기(몸속 약물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가 긴 특성 때문이다. 주사제가 대부분인 바이오의약품은 합성의약품에 비해 복용 편의성이 크게 떨어진다. 알약이 대부분인 합성의약품은 매일 복용해도 큰 불편이 없지만 주사는 매일 맞기가 수월하지 않다. 이 때문에 바이오의약품은 약효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느냐가 관건이다. 박 대표는 “인슐린 성장호르몬 등은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고 RNA와 DNA 기반 약물은 반감기가 짧은 단점이 있다”며 “반감기가 평균 3주가량으로 긴 항체 의약품이 바이오의약품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했다.
1000억 종 인간항체 라이브러리 확보
박 대표가 LG생명과학에 재직할 때 공을 들였던 연구 분야 중 하나는 ‘파아지 디스플레이(phage display)’였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서 처음 시작한 연구분야다. 그는 “항체를 파아지에 발현시켜보자고 생각했다”며 “2000년대 초 연구를 시작했던 당시에는 국내에서도 생소한 신기술이었다”고 했다.
파아지는 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다. 대장균 같은 숙주를 만나면 DNA만 숙주 안으로 들어가 번식한 뒤 숙주 밖으로 빠져나오는 특성이 있다. 증식 속도도 빠르다. 이 때문에 유전자를 이식할 때 파아지가 이용된다. 파아지 디스플레이는 인간 항체 라이브러리 제작 기술이다. 파아지 표면에 유전자 조작 등을 거친 항체 같은 단백질을 발현시킨 것이다. 이를 통해 특정 단백질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를 스크리닝할 수 있다. 연매출 23조원이 넘는 세계 1위 의약품인 휴미라가 파아지 디스플레이로 탄생한 최초의 바이오 의약품이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현재 1000억여 종의 인간 항체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고 있다. 항체 라이브러리는 항체 DNA를 갖고 있는 형질전환된 대장균 집합체다. 박 대표는 “골수에서 유래한 면역세포로부터 인간 항체 라이브러리를 확보하는 독자 기술을 개발했다”며 “국내 다른 바이오 회사 대다수가 항체 라이브러리를 외부에서 들여오는 것과 달리 항체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했다.
박 대표는 생명공학연구원으로 옮기고 2년이 지난 2007년 에이엔알티(ANRT)를 공동 창업했다. 항체 신약을 개발하는 데 토대가 되는 항체 라이브러리 등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바이오 투자가 활발하지 않던 때여서 자금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 과제 등을 수주해 항체 플랫폼을 구축했다. 박 대표는 2014년 또 한 번의 승부수를 던졌다. 항체 신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결심하고 와이바이오로직을 세웠다. 하지만 바이오기업 두 곳과 연구원 생활을 병행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결국 연구원 생활을 접고 2016년 와이바이오로직과 에이엔알티를 합병한 뒤 사명을 와이바이오로직스로 바꿨다. 그때부터 항체 신약 개발을 본격화했다.
한국과 호주에서 임상 시작
와이바이오로직스가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은 10종이다. 단일 항체 치료제와 항체약물접합체(ADC)가 7종, 이중항체 치료제가 3종이다. 모두 면역항암제다. 대부분이 기초물질 발굴단계 또는 전임상 단계다. 박 대표는 “2015년부터 항체 발굴을 시작해 파이프라인 대부분이 아직 개발 초기 단계”라면서도 “항체 라이브러리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항체 신약 발굴 속도에서는 다른 바이오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개발 단계가 가장 앞서 있는 후보물질은 ‘YBL-006’이다. 단일 항체 기반인 YBL-006은 현재 시판 중인 면역관문억제제 MSD의 키트루다, BMS의 옵디보 등과 같은 계열이다. 암세포의 표면에 있는 단백질인 PD-L1, PD-L2가 면역세포인 T세포의 표면에 있는 단백질인 PD-1과 결합하면 T세포는 암세포를 제대로 인식할 수 없어 공격하지 못한다. YBL-006은 T세포의 PD-1 수용체에 달라붙어 암세포의 회피 기능을 억제한다. 암세포가 T세포를 속이지 못하도록 해 암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연내 한국과 호주에서 임상 1상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3~4년 뒤에는 YBL-006의 시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CAR-T 치료제 등과 병용 투여하는 쪽으로도 개발할 계획이다. 그는 “PD-1 타깃의 면역관문억제제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며 “키트루다 옵디보 등이 이미 선점하고 있는 선진 시장보다는 이머징마켓을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국적 제약사들이 선점한 면역항암제 시장에 국산 제품이 나오면 가격 하락 등으로 환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한국 기술로 개발한 면역항암제로 다국적 제약사와 경쟁한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했다.
와이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제약시장의 공룡인 다국적 제약사들이 주도하는 면역항암제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고 자신하는 것은 앨리스(ALiCE: antibody-like cell engager)라는 차별화된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앨리스는 암세포와 T세포 양쪽에 결합하는 이중항체 기술이다. T세포는 활성화시키면서 동시에 암세포가 면역세포를 속이지 못하도록 한다. 연내에 미국 특허 등록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독성시험 단계다. 그는 “기존 T세포 이중항체 대비 효능은 떨어지지 않으면서 독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제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고 했다.
“내년 코스닥 상장 추진”
박 대표는 연구 생산성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선진 제약사들을 빠르게 따라잡기 위해서다.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과감하게 도입한 배경이다. 실험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리포트를 작성하는 일은 컴퓨터가 알아서 해준다. 연구원들이 일상적인 리포트 작성에 시간을 뺏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항체 스크리닝 자동화 시스템도 갖췄다. 국내 바이오벤처로는 드물게 하루 1만 개 이상의 인간 항체 스크리닝이 가능한 수준이다. 박 대표는 “4년 전 유치한 투자금 160억원 가운데 상당액을 시설 투자에 썼다”며 “연구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개발 속도가 예전보다 빨라졌다”고 했다.
직원들의 급여도 국내 바이오벤처 업계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그는 “대기업 수준에 맞추기 위해 올해 직원들의 연봉을 큰 폭으로 인상했다”며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내년 코스닥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 박 대표는 “YBL-006의 글로벌 임상이 시작되는 데다 다른 파이프라인도 속속 임상에 진입하면 자금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내년에 상장을 통해 자금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박영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63)는 “글로벌 리딩 항체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와이바이오로직스가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은 모두 면역항암제다.
차별화된 항체 기술을 내세워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가장 ‘핫한’ 분야인 면역항암제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MSD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앞서가고 있는 분야지만 반드시 ‘면역항암제 국산화’를 이뤄내 한국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유전공학에 끌리다
가정형편 때문에 의대 진학을 포기한 박 대표는 서울대 미생물학과에 입학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하자 유전공학 붐이 일기 시작했다. 1980년대 초 미국 바이오기업 제넨텍이 세계 최초로 사람 유래 인슐린을 생산하면서다. 합성의약품 복제약을 만드는 수준에 그쳤던 국내 제약사들이 바이오의약품에 눈을 뜨게 된 계기였다. 삼성 LG 포스코 대우 한화 등 대기업들이 앞다퉈 바이오산업에 진출했다.
그는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친 1985년 LG생명과학에 입사했다. 그해 말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럭키바이오텍으로 발령이 나서다. 미국의 앞선 유전공학 기술을 배우려고 LG그룹이 세운 미국 현지 연구소였다. 이곳에서 꼬박 8년6개월을 근무했다. 회사 지원을 받아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대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1999년 귀국한 박 대표는 항체 의약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면역세포인 T세포에 있는 면역활성화 수용체 4-1BB를 연구하는 게 첫 프로젝트였다. 4-1BB를 억제하면 T세포 활동이 억제된다. 4-1BB를 촉진하면 T세포도 활발해진다. 면역세포가 몸속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류머티즘 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은 4-1BB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치료하고 암은 4-1BB를 촉진해 T세포 활동을 늘리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그는 “LG생명과학에 20년을 근무하면서 유전자조작 연구를 주로 했다”고 했다.
2000년대 들어 박 대표는 항체 의약품의 가능성에 눈뜨기 시작했다. 제넨텍 등 글로벌 바이오기업들이 사업의 무게중심을 항체 의약품으로 옮겨가던 때다. 그는 회사에 항체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LG생명과학은 신약은 합성의약품에서 찾고 바이오 분야에서는 생산공정이 중요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로 방향을 잡고 있었다. 결국 박 대표는 2005년 생명공학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항체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서였다.
박 대표가 항체 의약품에 주목하는 것은 반감기(몸속 약물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가 긴 특성 때문이다. 주사제가 대부분인 바이오의약품은 합성의약품에 비해 복용 편의성이 크게 떨어진다. 알약이 대부분인 합성의약품은 매일 복용해도 큰 불편이 없지만 주사는 매일 맞기가 수월하지 않다. 이 때문에 바이오의약품은 약효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느냐가 관건이다. 박 대표는 “인슐린 성장호르몬 등은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고 RNA와 DNA 기반 약물은 반감기가 짧은 단점이 있다”며 “반감기가 평균 3주가량으로 긴 항체 의약품이 바이오의약품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했다.
1000억 종 인간항체 라이브러리 확보
박 대표가 LG생명과학에 재직할 때 공을 들였던 연구 분야 중 하나는 ‘파아지 디스플레이(phage display)’였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서 처음 시작한 연구분야다. 그는 “항체를 파아지에 발현시켜보자고 생각했다”며 “2000년대 초 연구를 시작했던 당시에는 국내에서도 생소한 신기술이었다”고 했다.
파아지는 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다. 대장균 같은 숙주를 만나면 DNA만 숙주 안으로 들어가 번식한 뒤 숙주 밖으로 빠져나오는 특성이 있다. 증식 속도도 빠르다. 이 때문에 유전자를 이식할 때 파아지가 이용된다. 파아지 디스플레이는 인간 항체 라이브러리 제작 기술이다. 파아지 표면에 유전자 조작 등을 거친 항체 같은 단백질을 발현시킨 것이다. 이를 통해 특정 단백질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를 스크리닝할 수 있다. 연매출 23조원이 넘는 세계 1위 의약품인 휴미라가 파아지 디스플레이로 탄생한 최초의 바이오 의약품이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현재 1000억여 종의 인간 항체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고 있다. 항체 라이브러리는 항체 DNA를 갖고 있는 형질전환된 대장균 집합체다. 박 대표는 “골수에서 유래한 면역세포로부터 인간 항체 라이브러리를 확보하는 독자 기술을 개발했다”며 “국내 다른 바이오 회사 대다수가 항체 라이브러리를 외부에서 들여오는 것과 달리 항체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했다.
박 대표는 생명공학연구원으로 옮기고 2년이 지난 2007년 에이엔알티(ANRT)를 공동 창업했다. 항체 신약을 개발하는 데 토대가 되는 항체 라이브러리 등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바이오 투자가 활발하지 않던 때여서 자금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 과제 등을 수주해 항체 플랫폼을 구축했다. 박 대표는 2014년 또 한 번의 승부수를 던졌다. 항체 신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결심하고 와이바이오로직을 세웠다. 하지만 바이오기업 두 곳과 연구원 생활을 병행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결국 연구원 생활을 접고 2016년 와이바이오로직과 에이엔알티를 합병한 뒤 사명을 와이바이오로직스로 바꿨다. 그때부터 항체 신약 개발을 본격화했다.
한국과 호주에서 임상 시작
와이바이오로직스가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은 10종이다. 단일 항체 치료제와 항체약물접합체(ADC)가 7종, 이중항체 치료제가 3종이다. 모두 면역항암제다. 대부분이 기초물질 발굴단계 또는 전임상 단계다. 박 대표는 “2015년부터 항체 발굴을 시작해 파이프라인 대부분이 아직 개발 초기 단계”라면서도 “항체 라이브러리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항체 신약 발굴 속도에서는 다른 바이오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개발 단계가 가장 앞서 있는 후보물질은 ‘YBL-006’이다. 단일 항체 기반인 YBL-006은 현재 시판 중인 면역관문억제제 MSD의 키트루다, BMS의 옵디보 등과 같은 계열이다. 암세포의 표면에 있는 단백질인 PD-L1, PD-L2가 면역세포인 T세포의 표면에 있는 단백질인 PD-1과 결합하면 T세포는 암세포를 제대로 인식할 수 없어 공격하지 못한다. YBL-006은 T세포의 PD-1 수용체에 달라붙어 암세포의 회피 기능을 억제한다. 암세포가 T세포를 속이지 못하도록 해 암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연내 한국과 호주에서 임상 1상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3~4년 뒤에는 YBL-006의 시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CAR-T 치료제 등과 병용 투여하는 쪽으로도 개발할 계획이다. 그는 “PD-1 타깃의 면역관문억제제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며 “키트루다 옵디보 등이 이미 선점하고 있는 선진 시장보다는 이머징마켓을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국적 제약사들이 선점한 면역항암제 시장에 국산 제품이 나오면 가격 하락 등으로 환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한국 기술로 개발한 면역항암제로 다국적 제약사와 경쟁한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했다.
와이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제약시장의 공룡인 다국적 제약사들이 주도하는 면역항암제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고 자신하는 것은 앨리스(ALiCE: antibody-like cell engager)라는 차별화된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앨리스는 암세포와 T세포 양쪽에 결합하는 이중항체 기술이다. T세포는 활성화시키면서 동시에 암세포가 면역세포를 속이지 못하도록 한다. 연내에 미국 특허 등록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독성시험 단계다. 그는 “기존 T세포 이중항체 대비 효능은 떨어지지 않으면서 독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제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고 했다.
“내년 코스닥 상장 추진”
박 대표는 연구 생산성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선진 제약사들을 빠르게 따라잡기 위해서다.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과감하게 도입한 배경이다. 실험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리포트를 작성하는 일은 컴퓨터가 알아서 해준다. 연구원들이 일상적인 리포트 작성에 시간을 뺏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항체 스크리닝 자동화 시스템도 갖췄다. 국내 바이오벤처로는 드물게 하루 1만 개 이상의 인간 항체 스크리닝이 가능한 수준이다. 박 대표는 “4년 전 유치한 투자금 160억원 가운데 상당액을 시설 투자에 썼다”며 “연구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개발 속도가 예전보다 빨라졌다”고 했다.
직원들의 급여도 국내 바이오벤처 업계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그는 “대기업 수준에 맞추기 위해 올해 직원들의 연봉을 큰 폭으로 인상했다”며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내년 코스닥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 박 대표는 “YBL-006의 글로벌 임상이 시작되는 데다 다른 파이프라인도 속속 임상에 진입하면 자금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내년에 상장을 통해 자금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