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의 유럽형 크루즈 카페리선 ‘퀸메리호’. 지난해 3월부터 목포~제주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씨월드고속훼리 제공
국내 최대 규모의 유럽형 크루즈 카페리선 ‘퀸메리호’. 지난해 3월부터 목포~제주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씨월드고속훼리 제공
전남 목포에 본사를 둔 씨월드고속훼리(회장 이혁영)가 국내 연안여객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대형 크루즈 건조를 기반으로 한국 최고 수준의 복합 해상운송사로 도약하고 있다. 지난 7월 울산 현대미포조선에서 강재절단식을 연 뒤 건조를 본격화한 ‘퀸제누비아호’는 국내 최대 크기의 유럽형 카페리다. 지난해 9월 씨월드고속훼리가 680억원을 들여 발주했다. 퀸제누비아호는 기존 여객선의 개념을 벗어나 사생활이 보호되는 고급스러운 객실과 대형 아트리움, 아고라 분수대, 오픈 테라스 등 해외 크루즈선에 버금가는 시설을 갖춘다. 길이 170m, 너비 26m, 높이 20m, 국제톤수 2만7000t 규모로 1300여 명의 여객과 470여 대의 차량(승용차 기준)을 수송할 수 있다. 퀸제누비아호는 2020년 9월부터 목포~제주 항로에 투입될 예정이다.

1998년 9월 목포~제주 노선에 ‘씨월드고속훼리호’로 첫 운항에 들어간 이 회사는 지난 21년 동안 제주항로의 치열한 주도권 경쟁 속에서도 차별화 전략 및 혁신으로 대형 크루즈 카페리 시대의 새로운 지평을 열며 국내 1위 선사로 성장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유럽형 크루즈 카페리선 ‘퀸메리호’가 ‘씨스타크루즈호’를 대신해 지난해 3월 목포~제주 노선에 신규 취항했고, 전천후 Ro-Ro(트레일러) 화물선 ‘씨월드마린호’도 같은 노선에 추가 투입됐다. 목포와 제주를 야간 운항하는 ‘산타루치노호’와 쾌속선 ‘퀸스타2호’를 더해 모두 네 척의 선박을 운항 중인 씨월드고속훼리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국내 연안 여객선 문화를 한층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다양한 선박 운항, 편리한 접근성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 중인 ‘퀸제누비아호’의 중앙계단. 해외 크루즈선에 버금가는 시설을 갖춘다.  씨월드고속훼리 제공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 중인 ‘퀸제누비아호’의 중앙계단. 해외 크루즈선에 버금가는 시설을 갖춘다. 씨월드고속훼리 제공
주력 여객선인 퀸메리호(1만3665t)는 여객 정원 1264명, 차량 490대(승용차 기준)를 한번에 싣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여객선이다. 고품격의 다양한 객실과 편의시설을 갖춰 승객에게 쾌적하고 편안한 공간을 제공한다. 연중무휴 운항하는 퀸메리호는 눈 앞에 펼쳐진 탁 트인 바다 배경이 장점인 식당 그린테리아, 커피와 베이커리를 즐길 수 있는 카페, 생맥주를 판매하는 오션뷰펍 등을 갖췄다. 영화관, 공연장, 오락실, 샤워실, 편의점 등도 선내 구석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밤바다의 낭만과 함께하는 산타루치노호는 야간 운항선박이다. 1425명의 여객과 500여 대(승용차 기준)의 차량 선적이 가능하다. 밤 12시30분에 목포항을 출발해 이른 아침 제주항에 도착한다. 한라산 트레킹이나 골프투어, 자전거 라이딩하는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해남 우수영에서 추자도를 경유해 제주를 오가는 퀸스타2호는 최대 35노트를 내는 쾌속선이다. 해남 우수영에서 추자도까지 1시간30분, 추자도에서 제주까지 1시간이면 도착한다. 명량대첩 전승지로 유명한 우수영과 추자도, 제주도를 삼각 관광 구도로 만들었다. 씨월드마린호는 지난해 1월 신규 취항한 5724t 규모의 화물선이다. 연중무휴 육지와 제주 간 물류 운송체계 기반을 확고히 다져 씨월드고속훼리가 복합해상운송기업의 초석을 다지는 데 기여하고 있다.

승객 안전 최우선, 일자리 창출도 기여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 중인 ‘퀸제누비아호’의 선내 아고라 분수대. 해외 크루즈선에 버금가는 시설을 갖춘다. 씨월드고속훼리 제공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 중인 ‘퀸제누비아호’의 선내 아고라 분수대. 해외 크루즈선에 버금가는 시설을 갖춘다. 씨월드고속훼리 제공
씨월드고속훼리의 경영철학은 ‘승객 안전이 우리의 안전이며, 경영의 최우선 과제’다. 1998년 운항 이래 선박 사고가 단 한 차례도 없다. 14년 연속 제주 기점 수송률 1위라는 기록을 가진 배경이다. 회사 관계자는 “선박 전문가로 이뤄진 임원진과 100여 개 선박 전문 업체와의 공조로 짜인 체계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이 가장 큰 자랑거리”라며 “풍부한 해상 경력이 겸비된 전문인력, 국제선을 제외한 연안여객 선사 중 선원 평균 급여 및 복지 1위와 전 선원 정규직 채용 등 국내 선사에서 찾기 힘든 경영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임직원 35명의 작은 회사로 출발해 21년 동안 임직원 수 150명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회사 성장에 발맞춰 목포에만 30여 개의 제휴 선박수리업체가 생겨났고, 씨월드고속훼리만을 위한 하역사도 목포와 제주에 70명이나 고용됐다. 박종엽 씨월드고속훼리 사장은 “2020년까지 퀸제누비아호 운항을 위해 50여 명의 직원을 추가 채용하겠다”며 “지역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국내 최대 복합 해상운송기업으로서의 역할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최고 연안여객선사 우뚝

씨월드고속훼리는 네 척의 선박 운영과 항로 다변화로 제주 뱃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2018년 기준 제주 기점 선사 중 전체 여객의 54%(71만210명), 차량 53.4%(24만2069대)를 수송했다. 2004년에는 연안 여객선사 최초로 자체 예약프로그램을 개발한 뒤 철도와 선박을 연계한 KTX 연계상품을 도입해 철도와 배편 동시 할인이라는 이용자 중심의 상품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최근 확산되는 일본 여행 거부 운동의 영향으로 대체 여행지를 찾는 관광객을 위해 연말까지 ‘나라사랑 뱃길사랑’ 이벤트도 열고 있다. 제주로 향하는 교통운임을 20% 할인 지원해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행사다.

안전분야에서도 잇단 수상으로 신뢰성을 입증받고 있다. 씨월드고속훼리는 2014년 근접무선통신(NFC)을 활용한 ‘스마트 안전솔루션’을 선보여 해양수산부 주관 해양안전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고, 2016년에는 스마트 비컨을 활용한 3차원(3D) 해상 안전솔루션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2018년에는 안전한 수학여행을 위한 찾아가는 현장 안전교육으로 최우수상을, 올해에는 영산강 하구둑 개방관찰을 통한 자체대응 시스템 운영 방안으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이혁영 씨월드고속훼리 회장은 “국내 연안 해운업계의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경영혁신 및 중장기 로드맵 마련에 노력하겠다”며 “연안대표 여객선사로서 가진 모든 노하우를 신조 선박 ‘퀸제누비아호’에 집중해 제주 기점 1위 선사로서의 위상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목포=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