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시정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예산안 시정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발언 후폭풍이 거세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시정연설에서 정시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김승환 전북교육감과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23일 '정시 확대가 가져올 학교교육과정 파행을 우려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두 사람 모두 진보 성향 교육감이다.

두 교육감은 성명서에서 "문 대통령 시정연설에 우려를 표한다"며 "학생부종합전형과 학생부교과전형이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 교육현장의 노력이 성과를 나타나고 있는 때에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설득력이 없다"고 했다.

두 교육감은 "학생부종합전형이 고교교육과정 운영의 정상화에 기여해온 긍정적 측면을 배제한 채, 공정성 확보를 위해 정시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학교 현장을 혼란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논평을 통해 "대통령 발언 한마디로 대입 체제 개편 논의가 좌지우지되는 것은 교육 백년대계라는 차원에서 볼 때 대단히 불행한 일"이라며 "대통령이 입시제도의 한 유형까지 언급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교조는 "대통령으로서 '공정함'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수용하고 민심을 달래는 자세는 필요하다"면서도 "이를 대입제도 개편과 연관해 발언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보 성향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논평을 통해 "정시 비중을 상향했을 때 고소득 계층일수록 수혜를 입고 이들이 정시를 선호한다는 사실이 통계나 논문을 통해 증명이 됐다"면서 정시 확대 발언을 비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모집 비율 상향을 포함한 대입 개편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정시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더불어민주당은 시정연설 후 "당론으로 정시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특히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그동안 여러 차례 '정시 확대' 가능성을 일축해 왔다. 대통령 시정연설 하루 전인 21일 국정감사에서도 유 장관은 "정시 확대 요구는 학종에 대한 불신 때문으로, (정시 확대 대신) 학종 공정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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