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 삼성SDI 사장(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23일 울산사업장 안전성 평가동 앞에서 ‘특수 소화 시스템’ 시연이 끝난 뒤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삼성SDI 제공
전영현 삼성SDI 사장(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23일 울산사업장 안전성 평가동 앞에서 ‘특수 소화 시스템’ 시연이 끝난 뒤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삼성SDI 제공
지난 23일 삼성SDI 울산사업장 안전성 평가동. 등에 ‘SAFETY FIRST(안전 제일)’라고 쓰인 조끼를 입은 직원 두 명이 가스 버너에 불을 붙였다. 불이 타오르자 한 직원이 버너에 첨단소방약품 캡슐이 붙어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모듈 뚜껑을 갖다 댔다. ‘타다다다닥’ 캡슐 터지는 소리가 나더니 약 10초 만에 불이 꺼졌다.

삼성SDI는 이날 ‘ESS 특수 소화 시스템’ 시연회를 열었다. 잇단 화재로 ESS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자사 제품의 안전성을 강조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 임영호 중대형전지사업부장(부사장), 권영노 경영지원실장(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특수 소화 시스템은 배터리 화재가 ESS 전체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삼성SDI가 선제적으로 개발한 소방 솔루션이다. 이날 울산사업장에선 신개념 열확산 차단재 시연도 진행됐다. 차단재를 설치한 배터리와 아닌 제품에 불을 붙이고 주변 배터리 온도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불 붙은 배터리 온도가 300도까지 올라가는 건 같았다. 차단재가 있을 땐 주변 배터리 온도가 40도 정도에 머물고 불이 확산되지 않았다. 차단재가 없을 땐 주변 배터리가 200도 가까이 뜨거워졌고, 약 5분 뒤엔 불꽃을 튀기며 폭발했다. 시연을 맡은 허은기 중대형시스템개발팀 전무는 “추가 폭발이 사고를 키우는 요인”이라며 “셀(배터리) 하나에 화재가 발생했다 해도 추가 셀 폭발을 방지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이달 말까지 고전압 안전 대책, 퓨즈를 통한 과전류 차단, 센서 부착 등 여섯 가지 ESS 안전 대책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날 시연한 특수 소화 시스템은 향후 7~8개월에 거쳐 적용되는 ‘추가 대책’이다. 대상은 삼성SDI 배터리가 들어간 전국 1000여 개 ESS 사이트다.

이 회사 올 2분기 영업이익(1573억원)보다 많은 2000억원 정도가 투입된다. 전 사장은 “특수 소화 시스템이 적용되면 배터리 안전성이 99.9%에서 100%로 높아질 것”이라며 “ESS 생태계를 하루빨리 복원해 세계 ESS산업을 리드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안전 경영’을 중요한 경영 원칙으로 삼고 관심을 가져온 삼성 오너 일가의 ‘의지’도 삼성SDI가 특수 소화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ESS 화재와 관련해 ‘강력한 안전 대책 마련’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 관계자는 “ESS 화재가 삼성SDI 배터리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업계 1위 업체로서 ‘책임감’을 갖자는 것”이라고 배경을 전했다.

울산사업장 곳곳에선 직원들이 최첨단 장비로 배터리 전 생산 과정을 면밀하게 살피고 있었다. 배터리는 ‘극판(소재 제조)→조립→화성(검사)’ 공정을 거쳐 약 15일 만에 완성된다. 품질 검사에만 열흘 이상 걸린다는 게 삼성SDI 현장 직원들 설명이다. 검사 항목만 5000여 개에 달한다. 전 사장은 “배터리가 시장에 출하되기 전에 품질과 안전을 선제적으로 컨트롤해야 한다”며 “안전은 어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경영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울산=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