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코스닥시장이 급락한 상황에서 국내 증권사는 주요 종목들에 줄곧 ‘매수’를 외쳤다. 증권사 리포트를 믿고 투자한 개인들은 결과적으로 손실을 피하기 어려웠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가 이들 기업에 대해 낸 투자 의견은 ‘중립’과 ‘매도’ 의견도 적지 않았다.

'팔자' 없는 코스닥 리포트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는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8개 기업에 대해 이날까지 모두 495건의 리포트를 냈다. 이 가운데 ‘매수’ 의견이 481건으로 전체의 97.2%를 차지했다. ‘중립’은 14건(2.8%)이었고 ‘매도’는 하나도 없었다. 매수 추천을 많이 받은 종목일수록 주가는 부진했다. 연초 이후 117건의 매수 의견을 받은 스튜디오드래곤은 연초 대비 26.52% 하락한 가격에 이날 장을 마감했다.

반면 이들 기업에 대해 외국계 증권사가 낸 투자의견은 중립이나 매도가 적지 않았다.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해서는 크레디트스위스, 노무라증권, 모건스탠리 등 세 곳이 중립 또는 매도 의견을 냈다.

국내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부정적 내용의 리포트를 내면 개인투자자의 항의가 빗발치는데 이 경우 소속 증권사가 소명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애널리스트는 “분석 대상 기업이 일종의 갑(甲) 위치라 부정적 의견을 내면 기업 탐방 초청 대상에서 배제되기도 한다”고 했다.

이에 비해 외국계 증권사는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에 대한 내부 간섭이 비교적 적고, 국내 기업의 눈치를 덜 보기 때문에 매도 의견을 자유롭게 낸다는 게 증권업계의 평가다. 물론 일각에선 애널리스트와 기관 펀드매니저가 대체로 ‘갑을 관계’인 만큼 주로 외국계 기관이 ‘매도 포지션’을 취할 때 바람잡이 역할을 하기 위해 매도 리포트를 써낸다는 분석도 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