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지역내 커피·육류 가공수출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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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규제완화 추진
환적물량 '세계 2위' 부산항
규제 탓에 수입품 보관·배송만
환적물량 '세계 2위' 부산항
규제 탓에 수입품 보관·배송만
부산의 중견 식품가공업체 A사는 지난해 부산항 자유무역지역에 육류가공 공장을 지으려고 했다. 세금과 임차료가 낮은 자유무역지역의 이점을 활용해 다양한 가공식품을 싼 가격에 수출하기 위해서다. 350억원을 들여 관련 시설을 짓고 직원 120명을 새로 뽑기로 했다. 하지만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농림축산물 제조·가공업체는 자유무역지역 입주를 제한한다’는 산업통상자원부 고시에 발목이 잡힌 것. A사 외에도 3개 업체가 자유무역지역 문을 두드렸으나 같은 이유로 투자를 보류했다.
농림축산물 가공제조업체들의 속을 태우던 자유무역지역 가공수출 규제가 풀린다. 투자·수출 부진이 심화되자 밀수 증가 등을 우려해 14년간 틀어막았던 규제를 없애기로 했다. 업계에선 규제 완화로 내년에만 1000억원이 넘는 신규 투자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낡은 규제에 투자 유치 번번이 무산
24일 정부 각 부처와 국회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산업부 관세청 농림축산식품부는 자유무역지역 내 농림축산물 제조·가공업체의 입주를 불허하던 규제를 완화하기로 합의했다. 여당도 규제 완화 취지에 공감해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당 내용을 담은 ‘자유무역지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이날 대표 발의했다.
자유무역지역 입주 기업에는 관세·부가가치세 면제, 낮은 임차료 등 혜택이 주어진다. 부산과 전남 광양, 인천 등 항만형 자유무역지역은 배로 들여온 수입품을 곧바로 가공·제조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도 있다. 신선도가 생명인 농림축산물 분야 가공업체들이 입주를 원하는 이유다.
부산시도 관심이 크다. 부산항은 국내로 들여온 컨테이너를 다시 해외로 운송하는 환적 물량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하지만 부산항 자유무역지역 입주 기업 대부분은 수입품을 단순 보관·배송만 한다. 부가가치가 별로 창출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항만형 자유무역지역 수출액은 작년 6800만달러에 그쳤다. 부산시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돌파구로 농림축산물 가공수출을 지목했지만, 규제 때문에 번번이 무산됐다. 정부 관계자는 “규제를 풀면 자유무역지역이 무관세란 점을 악용해 농산물 밀반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고 말했다.
투자 부진에 규제 개선으로 선회
올 들어 심화된 투자·수출 부진은 이런 정부 입장을 180도 돌려놨다. 수출이 10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설비투자가 6분기 연속 감소 추세를 보이자 “낡은 규제를 풀어야 투자와 수출이 산다”는 분위기가 정부 안팎에서 형성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안전장치를 두기로 했다. 가공제품을 전량 수출하고 밀수를 방지하기 위한 물품관리 체계를 구축한 기업만 입주를 허락하기로 했다.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에 바뀐 제도가 시행된다. 커피 원두로 로스팅 커피를 만들거나 분유로 프리믹스(빵·케이크 등을 만드는 가루)를 제조하는 등 다양한 사업이 가능해진다. 산업부 관계자는 “커피·유제품·육류 가공 등 분야에서 4개 업체의 투자 수요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예정된 투자금액은 960억원에 이른다. 360명의 신규 고용 창출도 예상된다.
산업계에선 경제를 살리려면 큼지막한 규제 개혁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세계에서 미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앞다퉈 투자하고 있는 스마트 헬스케어, 빅데이터, 공유경제 등 신산업이 대표적인 분야다. 이련주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기존 주력산업의 성장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에 신산업 규제 혁신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농림축산물 가공제조업체들의 속을 태우던 자유무역지역 가공수출 규제가 풀린다. 투자·수출 부진이 심화되자 밀수 증가 등을 우려해 14년간 틀어막았던 규제를 없애기로 했다. 업계에선 규제 완화로 내년에만 1000억원이 넘는 신규 투자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낡은 규제에 투자 유치 번번이 무산
24일 정부 각 부처와 국회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산업부 관세청 농림축산식품부는 자유무역지역 내 농림축산물 제조·가공업체의 입주를 불허하던 규제를 완화하기로 합의했다. 여당도 규제 완화 취지에 공감해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당 내용을 담은 ‘자유무역지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이날 대표 발의했다.
자유무역지역 입주 기업에는 관세·부가가치세 면제, 낮은 임차료 등 혜택이 주어진다. 부산과 전남 광양, 인천 등 항만형 자유무역지역은 배로 들여온 수입품을 곧바로 가공·제조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도 있다. 신선도가 생명인 농림축산물 분야 가공업체들이 입주를 원하는 이유다.
부산시도 관심이 크다. 부산항은 국내로 들여온 컨테이너를 다시 해외로 운송하는 환적 물량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하지만 부산항 자유무역지역 입주 기업 대부분은 수입품을 단순 보관·배송만 한다. 부가가치가 별로 창출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항만형 자유무역지역 수출액은 작년 6800만달러에 그쳤다. 부산시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돌파구로 농림축산물 가공수출을 지목했지만, 규제 때문에 번번이 무산됐다. 정부 관계자는 “규제를 풀면 자유무역지역이 무관세란 점을 악용해 농산물 밀반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고 말했다.
투자 부진에 규제 개선으로 선회
올 들어 심화된 투자·수출 부진은 이런 정부 입장을 180도 돌려놨다. 수출이 10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설비투자가 6분기 연속 감소 추세를 보이자 “낡은 규제를 풀어야 투자와 수출이 산다”는 분위기가 정부 안팎에서 형성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안전장치를 두기로 했다. 가공제품을 전량 수출하고 밀수를 방지하기 위한 물품관리 체계를 구축한 기업만 입주를 허락하기로 했다.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에 바뀐 제도가 시행된다. 커피 원두로 로스팅 커피를 만들거나 분유로 프리믹스(빵·케이크 등을 만드는 가루)를 제조하는 등 다양한 사업이 가능해진다. 산업부 관계자는 “커피·유제품·육류 가공 등 분야에서 4개 업체의 투자 수요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예정된 투자금액은 960억원에 이른다. 360명의 신규 고용 창출도 예상된다.
산업계에선 경제를 살리려면 큼지막한 규제 개혁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세계에서 미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앞다퉈 투자하고 있는 스마트 헬스케어, 빅데이터, 공유경제 등 신산업이 대표적인 분야다. 이련주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기존 주력산업의 성장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에 신산업 규제 혁신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