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 없는' 코리아세일페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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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뒤늦게 백화점 참여 독려 나섰지만
백화점 "참여는 해도 할인은 없다"
공정위 뒤늦은 세일 지침 수정
정기 세일만도 못한 행사 반복
백화점 "참여는 해도 할인은 없다"
공정위 뒤늦은 세일 지침 수정
정기 세일만도 못한 행사 반복
코리아세일페스타는 2015년 10월 처음 열렸다. 의도는 좋았다. 중국 ‘광군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에 맞설 만한 초대형 세일 행사를 한국도 한번 해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정부 주도 행사가 대부분 그렇듯 말만 화려했다. 살 물건은 없고 할인율은 낮았다. 소비자들과 유통회사 모두 “이럴 거면 뭐하러 하느냐”고 했다. 광군제는커녕 백화점 정기세일만도 못한 행사는 이런 따가운 시선에도 매년 반복됐다.
올해는 더 심각하다. 행사의 핵심 주체인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은 모두 세일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가뜩이나 부족하던 백화점들의 참여 의지를 공정거래위원회가 ‘세일지침’으로 더 꺾어놓았다”고 했다.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세일 없는 세일’ 행사로 전락했다.
백화점 “세일보다 경품 정도만”
행사를 주최하는 코리아세일페스타 추진위원회는 24일 기자들을 모아놓고 “백화점들이 행사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행사 참여 기업은 600개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백화점이 중요한 이유는 세일 분위기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진위의 발표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대형 백화점 관계자는 이 기자회견 직후 한목소리로 “행사에 참여는 하겠지만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에 세일 계획을 잡지 못했다”고 밝혔다. 행사 참여 방식은 상품권 증정, 경품 추첨 정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추진위는 참여로 해석해 발표했다. 백화점들은 이미 10월 가을 세일을 했다. 12월에는 겨울 세일도 해야 한다. 매달 세일을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이유는 또 있다.
초라한 세일 행사로 전락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올해 더 ‘초라한 세일 행사’가 된 것은 정부가 초래한 면이 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초 이달 말부터 ‘대규모 유통업 분야의 특약 매입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 지침’을 일부 바꿔 시행하려고 했다. 세일지침이라고 부른다. 개정안은 백화점이 할인 행사를 할 때 비용 부담을 크게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은 할인 행사를 열어 1만원을 깎아주면 1000원을 백화점이 부담하고, 나머지 9000원은 물건을 파는 브랜드가 책임진다. 새로운 세일지침은 최소 절반 이상을 백화점이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정위는 이 지침을 10월 31일부터 시행할 방침이었다.
백화점들은 반발했다. 적자를 감내하고 세일 행사를 할 수 없다며 코리아세일페스타에서 빠지기로 잠정 결정하고 이를 정부에 통보했다. 행사를 주도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난감해졌다. 올해부터 민간(추진위원회) 주도로 바뀌기는 했지만 원래 이 행사는 산업부 주관이었다. 산업부는 공정위에 세일지침 시행을 늦춰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빨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행사를 1주일 앞둔 이날에서야 공정위 관계자는 “시행일을 이달 31일에서 내년 1월 1일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업계 의견을 감안해 행정예고했던 심사 지침 내용을 수정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국가적 행사에 공정위가 몽니를 부리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
e커머스 등도 시큰둥해
하지만 판도를 돌려놓기엔 이미 늦은 듯 보인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시행 시기를 늦춰준다 해도 시간이 1주일밖에 없어 코리아세일페스타에서 세일 행사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 눈치를 봐서 세일 행사에 참여는 하지만 세일은 하지 않는다’는 이상한 결론이 나온 셈이다. 1주일도 안 되는 시간에 백화점에 들어와 있는 브랜드를 설득해 세일을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고, 공정위로부터 공식적인 통보는 이날까지도 받지 못했다.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시큰둥하기는 다른 유통사들도 마찬가지다.
행사 주최 측은 “600여 개 기업이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존 기업들 행사에 코리아세일페스타란 ‘이름표’만 단 것이 많다. 이마트가 그렇다. 이마트는 올 하반기 들어 대대적인 초저가 행사를 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창사 이래 처음 적자를 냈을 정도로 영업이 잘 안됐기 때문이다. 다음달 예정된 행사도 매년 11월 하는 창립 기념행사일 뿐이다.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염두에 두고 하는 세일은 없다.
e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들이 하는 세일도 비슷한 모양새다. 추진위는 “11번가, G마켓, 옥션 등이 대규모 할인 행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했으나, 이는 대부분 코리아세일페스타 행사로 기획된 것이 아니다. 11번가는 매년 11월 하고 있는 ‘십일절’ 행사를, G마켓과 옥션은 ‘빅스마일데이’ 행사를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에 포함시켜 포장만 했을 뿐이다.
안재광/이태훈 기자 ahnjk@hankyung.com
올해는 더 심각하다. 행사의 핵심 주체인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은 모두 세일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가뜩이나 부족하던 백화점들의 참여 의지를 공정거래위원회가 ‘세일지침’으로 더 꺾어놓았다”고 했다.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세일 없는 세일’ 행사로 전락했다.
백화점 “세일보다 경품 정도만”
행사를 주최하는 코리아세일페스타 추진위원회는 24일 기자들을 모아놓고 “백화점들이 행사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행사 참여 기업은 600개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백화점이 중요한 이유는 세일 분위기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진위의 발표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대형 백화점 관계자는 이 기자회견 직후 한목소리로 “행사에 참여는 하겠지만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에 세일 계획을 잡지 못했다”고 밝혔다. 행사 참여 방식은 상품권 증정, 경품 추첨 정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추진위는 참여로 해석해 발표했다. 백화점들은 이미 10월 가을 세일을 했다. 12월에는 겨울 세일도 해야 한다. 매달 세일을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이유는 또 있다.
초라한 세일 행사로 전락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올해 더 ‘초라한 세일 행사’가 된 것은 정부가 초래한 면이 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초 이달 말부터 ‘대규모 유통업 분야의 특약 매입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 지침’을 일부 바꿔 시행하려고 했다. 세일지침이라고 부른다. 개정안은 백화점이 할인 행사를 할 때 비용 부담을 크게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은 할인 행사를 열어 1만원을 깎아주면 1000원을 백화점이 부담하고, 나머지 9000원은 물건을 파는 브랜드가 책임진다. 새로운 세일지침은 최소 절반 이상을 백화점이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정위는 이 지침을 10월 31일부터 시행할 방침이었다.
백화점들은 반발했다. 적자를 감내하고 세일 행사를 할 수 없다며 코리아세일페스타에서 빠지기로 잠정 결정하고 이를 정부에 통보했다. 행사를 주도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난감해졌다. 올해부터 민간(추진위원회) 주도로 바뀌기는 했지만 원래 이 행사는 산업부 주관이었다. 산업부는 공정위에 세일지침 시행을 늦춰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빨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행사를 1주일 앞둔 이날에서야 공정위 관계자는 “시행일을 이달 31일에서 내년 1월 1일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업계 의견을 감안해 행정예고했던 심사 지침 내용을 수정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국가적 행사에 공정위가 몽니를 부리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
e커머스 등도 시큰둥해
하지만 판도를 돌려놓기엔 이미 늦은 듯 보인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시행 시기를 늦춰준다 해도 시간이 1주일밖에 없어 코리아세일페스타에서 세일 행사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 눈치를 봐서 세일 행사에 참여는 하지만 세일은 하지 않는다’는 이상한 결론이 나온 셈이다. 1주일도 안 되는 시간에 백화점에 들어와 있는 브랜드를 설득해 세일을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고, 공정위로부터 공식적인 통보는 이날까지도 받지 못했다.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시큰둥하기는 다른 유통사들도 마찬가지다.
행사 주최 측은 “600여 개 기업이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존 기업들 행사에 코리아세일페스타란 ‘이름표’만 단 것이 많다. 이마트가 그렇다. 이마트는 올 하반기 들어 대대적인 초저가 행사를 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창사 이래 처음 적자를 냈을 정도로 영업이 잘 안됐기 때문이다. 다음달 예정된 행사도 매년 11월 하는 창립 기념행사일 뿐이다.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염두에 두고 하는 세일은 없다.
e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들이 하는 세일도 비슷한 모양새다. 추진위는 “11번가, G마켓, 옥션 등이 대규모 할인 행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했으나, 이는 대부분 코리아세일페스타 행사로 기획된 것이 아니다. 11번가는 매년 11월 하고 있는 ‘십일절’ 행사를, G마켓과 옥션은 ‘빅스마일데이’ 행사를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에 포함시켜 포장만 했을 뿐이다.
안재광/이태훈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