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가족'의 조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천자 칼럼] '가족'의 조건](https://img.hankyung.com/photo/201910/AA.20815598.1.jpg)
지난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에선 가족 구성원이 더 파격적이다. 할머니의 연금과 좀도둑질로 살아가는 이 가족은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큰딸, 어린 아들, 새로 들어온 어린 딸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고 법적으로도 아무 관계가 없다.
대법원이 최근 다른 사람의 정자로 인공수정하거나 혼외관계 등을 통해 낳은 자녀와 부친의 유전자가 다른 것을 알게 됐더라도 뒤늦게 친자(親子)관계를 부인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결혼 중 출생 자녀 친생(親生)추정’이란 36년 전 판례를 유지한 것이다. 유전자 검사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과거 잣대로 판결했다는 일부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혈연관계 없이 형성된 가족관계도 민법이 보호해야 하고, 이런 지속된 관계의 신뢰도 보호해야 한다”는 판결 취지는 많은 사람의 공감을 받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9월 발표한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7%가 “혼인과 혈연 여부에 상관없이 생계와 주거를 공유한다면 가족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입양 가족, 미혼모 가족, 비혼동거 가족 등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사회적 포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김태철 논설위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