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혼란 속 환영…입시전문가들 "정시비율 30~40% 될 것
대입 정시확대 방침에 교육단체들 "여론에 휘둘려" 우려 쏟아내
정부가 25일 서울 소재 대학의 정시모집 확대 방침을 거듭 밝히자 교육단체들은 "정부가 여론에 휘둘리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학부모들은 혼란스러워하면서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 후 브리핑에서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전형 비율이 높은 서울 소재 대학에 대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정시 비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면서 "상향률은 작년 대입개편 공론화 합의 내용과 현장 의견을 청취해 다음 달 중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계는 작년 큰 혼란과 유례없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2022학년도 대입에서 정시비율 30% 이상으로 높인다는 방침을 정한 지 불과 1년만에 정부가 또다시 정시비율 상향을 추진하는 데 우려를 쏟아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조성철 대변인은 "작년 공론화를 거쳐 결정된 방향을 안착시킬 시점인데 정치적 요구나 예단으로 졸속 개편안이 나와선 안 된다"면서 "대입제도는 교육부가 중심이 돼 여러 이해관계자 의견을 듣고 대학의 자율성과 공교육 정상화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교총은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을 언급하자 "당·정·청 간 엇박자를 드러낸 것으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혼란과 혼선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면서 "정치가 교육에 개입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진보 성향 교육단체들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공정성이 의심된다면 학종을 개선해야지 이를 빌미로 정시를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교육감협의회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인 정시는 교육과정 파행을 부추기고 문제풀이 중심의 수업을 낳았다"면서 "학종이 정착되면서 교육과정이 정성화되는 성과가 나고 있는 만큼 정시확대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교육부는 (지난해)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을 발표한 뒤 학교현장 혼란을 키운다는 이유로 정시확대 논의를 않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면서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입제도 개선안이 마련되도록 교육주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도 성명에서 "교육은 국면타개를 위한 제물이 아니다"라면서 "정시확대 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공교육 정상화에 초점을 맞춰 입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정시를 확대하면 고등학생들도 진로와 적성에 따라 수업을 선택해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고교학점제는 시행 전부터 어려움에 부딪힐 것"이라면서 "대학입시 공정성 확보라는 '미시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부모의 특권이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입 정시확대 방침에 교육단체들 "여론에 휘둘려" 우려 쏟아내
학부모들은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정시확대를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중학교 3학년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일반고에 진학하면 자율형사립고(자사고)나 특목고의 '수시 스펙 만들기'를 쫓아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일반고에서는 내신성적이 좋은 학생이 대체로 수능도 잘 본다.

(자사고 등만큼) 수시 준비를 못 시키는 일반고 학부모에게는 (정시가 확대돼) 수시와 정시비율의 균형이 맞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서울 강남권 학부모들은 정시확대를 좋아한다"라면서 "예상을 못 했더라도 일단 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소장은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들 가운데 정시 비율을 '30% 이상' 수준으로만 늘린다고 해서 자사고나 특목고를 포기하고 일반고에 간 학생들의 경우 정시비율이 대폭 확대된다면 억울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학들도 우수 학생을 선점하려는 욕심에서 수시를 선호하는 것이지 학생선발 편의성 측면에서는 정시를 더 좋아한다"면서 "대학들은 수시에서 학생을 뽑지 못해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을 고려해 정시 비율을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내신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이 좋은 학생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정시확대를 환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오 이사는 "정시 비율을 갑작스럽게 많이 높이면 대입제도 큰 틀이 흔들린다"면서 "대학들이 정시비율을 30~40% 수준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