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로는 '철거 실무' 외에 금강산 포괄 논의 어려워…정부 대응 고심
금강산 시설철거 '문서협의' 제안한 北…'창의적 해법' 난항예상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시한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에 대해 북한이 25일 통지문을 통해 정식 협의를 제안해왔지만, 앞으로 해법 도출이 쉽지는 않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이날 오전 통일부 앞으로 금강산 관광 시설 철거 문제를 문서교환 방식으로 논의하자는 통지문을 보내왔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김 위원장의 철거 지시가 지난 23일 공개된 지 이틀 만에 북한이 신속하게 후속 움직임에 나선 것이다.

주목할 대목은 북한이 실무적 문제에 대해 직접 대면 협의가 아닌 문서교환 방식의 협의를 제안했다는 부분이다.

북한이 문서 협의를 제안한 것은 시설 철거 외에 실질적 쟁점에 대해서는 남측과 직접 만나 논의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문서를 주고받는 방식은 대면 협의와 달리 사무적이고 실무적인 수준의 의사 교환밖에 이뤄질 수 없다.

정부는 이날 북측의 통지문 발송에 대해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를 최우선한다는 방침 하에 적극 대처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강산 지역에는 북한이 2010년 몰수한 이산가족면회소와 소방대, 문화회관, 온천장, 면세점 등 정부 및 한국관광공사 소유의 자산과, 동결한 금강패밀리비치호텔, 금강펜션타운, 해금강호텔 등 민간 소유 자산이 있다.

북한이 혹시라도 이들 자산에 대해 철거를 강행한다면 재산권에 큰 타격을 입는 만큼 다각적인 설득과 해법 모색이 필요한데, 문서교환 형식으로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북한에 보낼 답신 내용과 향후 대응 시나리오 등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북측에서 통지문이 왔다고 해서 그대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당초 정부는 남측 관계 부문과 '합의'하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방침에 따라 남북 당국 간 의사소통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북한과 금강산 재개 및 활성화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할 대비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꽉 막힌 남북관계에 역설적으로 새로운 '틈'이 열릴 수도 있다는 인식에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역(逆)제안을 통해 금강산과 관련한 논의의 공간을 적극적으로 열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이날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의 면담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모으는 것도 중요하다", "전반적으로 달라진 환경을 위한 창의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을 수 있다.

전날 열린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도 이런 인식에 대응 방안이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논의 주제를 '시설 철거'를 위한 실무적 문제에 한정하고, 남측에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한다면 정부의 구상도 기회를 잡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일단은 북한이 통지문 수신처를 '남측 통일부' 앞으로 명시해 당국 간 대화 여지를 둔 만큼 정부로서는 최대한 적극적 대응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로서는 '금강산 시설 철거'의 파장이 다른 남북관계 사안으로 확산하는 것도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김연철 장관은 이날 윤상현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북측의 금강산 조치가 개성공단에까지 이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고 윤 위원장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