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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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휴가 나온 군인이 핑크색 좌석에 앉았다가 비난에 휩싸였고 결국 국방부 조사까지 받았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이 밖에도 한 아이돌 연습생 또한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임산부들이 마음 편히 이용하도록 만든 배려석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꾸준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발목 인대 수술을 받은 30대 남성 A 씨도 불가피하게 임산부 배려석에 앉았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퇴원 후에도 여전히 깁스를 한 상태였던 A 씨는 "오래 서 있거나 걷거나 하면 통증이 있는 상황이었지만 출근하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씨는 "10시 출근이라 9시쯤 지하철을 타는데 평소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그날따라 사람이 꽤 있었다. 노약자석은 꽉 차있고 일반 좌석도 만석이었던 터라 힘든 마음에 임산부석에 앉았다"면서 "임산부들을 위해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지만 임산부가 없으면 거동이 불편한 사람도 앉아도 되는 것 아닌가"라며 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A 씨는 임산부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임산부석에 앉았다.

그리고 몇 정거장 뒤, 한 여성이 지하철에 탔다. A씨는 "배도 전혀 나와있지 않았고, 사실 임산부임을 알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이 여성은 A 씨 앞에 서더니 "아 XX"이라며 욕을 했다.

A 씨는 잘 못 들은 줄 알고 여성을 쳐다봤고, 혹시 깁스로 발을 밟았나 싶어 아래를 내려봤다. 그제서야 임산부 배지가 보였다.

그는 급히 자리를 양보했다. 그런데 이 여성은 "XX 개념 없네"라고 막말을 했다.

A 씨는 "그땐 스스로 잘못한 거 같아 아무 말도 안 하고 조용히 서서 갔는데, 며칠 동안 계속 생각이 나고 너무 억울했다"면서 "나도 환자인데 왜 욕을 먹어야 하나. 임산부석은 정말 임산부 말고 앉으면 안 되는 자리인가"라고 토로했다.

네티즌들은 "임산부석엔 임산부만 앉아야 한다. 원칙적으로는 비워두는 게 맞다", "임신하기 전엔 굳이 자리를 비워둬야 하나 생각을 해봤지만, 막상 임신하고 나니 임산부 배지를 달고 있다고 해도 양보 받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비워두는게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타인의 배려에 욕을 하는 임산부 여성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반면 "약자를 배려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임산부가 앉든, 다친 사람이 앉든 무슨 상관이냐"는 의견도 있었다.

임산부배려석은 2013년 임산부의 편의를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이 자리는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역차별 아니냐", "남성들이 박탈감을 느낀다"는 의견과 함께 끊임없이 논란이 됐다.

서울지하철 1∼8호선 이용 시민 61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비임산부 응답자의 39%가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이 자리에 앉은 이유에 대해 자리가 ‘비워져 있기 때문’(54.64%)이라고 가장 많이 응답했다.

배려를 받지 못한 임산부들의 불편함은 민원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기준 임산부 배려석 관련 민원건수는 2만 7589건에 달했다. 하루 평균 약 80여 건이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임산부석은 배려석으로 대하는 게 맞다"며 "임산부가 아닌 사람이 이 자리를 이용하는 게 위법사항은 아니지만 비워두는 것을 권장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임산부가 아니면 앉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 인파가 몰리는 시간에는 다른 노약자도 앉을 수 있게 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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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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