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
30대 여배우의 충격적인 데이트 폭력 사건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배우 하나경은 남자친구가 이별을 요구하자 여러차례 폭행하고 승용차로 남자친구를 향해 돌진하거나 남성이 승용차 보닛 위로 올라간 상황에서도 승용차를 그대로 출발시켜 도로 위에 떨어지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남자친구가 경찰에 신고하자 격분해 폭행을 했고, 카카오톡 대화방에 남성의 지인 80명을 초대해 사생활을 폭로하고 비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경은 1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그는 자신의 아프리카TV 방송을 통해 "호스트바에서 만난 남자친구에게 1억원을 털렸고, 도리어 제가 폭행을 당했다"면서 "카톡방에 남자친구의 여자 손님을 초대해 그 사람이 내게 한 짓을 설명했다. 다른 피해자가 생기면 안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나경은 "사랑한 죄 밖에 없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그는 과거 교제했던 남성들에게도 데이트 폭력을 행사하다 여러번 벌금형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데이트 폭력은 실제로 주변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의식하지 못했을 뿐이지 우리 스스로도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나 피해자 일 수 있다.

데이트 폭력이란 포괄적으로 미혼의 연인 사이에서 나타나는 폭력이나 위협을 뜻한다. 폭력적 행위와 정신적인 압박을 가하며 권력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언어폭력 등의 비물리적 행위도 포함된다.

청주에선 30대 남성이 여자친구에게 끓고 있는 찌개를 몸에 뿌려 2도 화상을 입히기도 했다. 그는 전 남자친구 이야기를 했다는 이유로 여자친구의 목을 조르고 폭행하는 등 범행이 반복됐다.

한 20대 남성은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에게 호감을 보였다는 이유로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하기도 했다.
'데이트폭력'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배우 하나경 /사진=한경DB
'데이트폭력'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배우 하나경 /사진=한경DB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데이트폭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 201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총 3만3325명이 데이트폭력으로 검거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평균 9521명, 매일 평균 26명이 검거된 셈이다.

전국에서 발생한 데이트 폭력은 2014년 6675건, 2015년 7692건, 2016년 8367건, 2017년 1만303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2016년과 2017년 발생한 데이트 폭력을 유형별로 보면 폭행·상해가 1만3785건으로 가장 많았고, 감금·협박 등 2206건, 살인(미수 포함) 119건, 성폭력 362건 등이다. 이 기간 모두 866명이 구속되고, 1만7804명이 입건됐다.

하나경 사건 처럼 여성이 가해자인 경우도 많았다. 광주에서 한 10대 여성은 남자친구가 이별을 통보하자 술을 마시고 불을 질렀다.

울산의 30대 여성은 이별을 통보했다는 이유로 화가 나 남자친구의 외제차를 음주 상태로 몰아 주차된 차량을 고의로 들이받기도 했다. 2016년에는 전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를 만나는 데 앙심을 품은 50대 여성이 농약을 탄 맥주와 우유로 두 사람을 살해하려는 범행 계획을 세웠다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데이트 폭력은 가정폭력에 비해 구속력이 덜한 연인 관계라는 점이 적극적인 대처를 어렵게 만들었다. 단순 폭행을 넘어 심각한 범죄로 발전할 위험이 크지만 '연인', '사랑'이라는 이유와 보복 범죄 등 2차 피해를 우려해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등장할 법한 벽치기 키스(벽에 상대를 밀친 후 키스하는 것) 또한 데이트 폭력이다. 미디어에서는 상대방을 거칠게 끌고가는 부분이 로맨틱하게 묘사되거나, '너무 사랑했기에 그랬다'는 식의 연출로 데이트폭력을 포장하고 있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여성이 약하기 때문에 당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여성이 가해자이고 남성이 피해자인 데이트 폭력도 늘고 있는 추세다. 한쪽 젠더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정서적·언어적·성적 폭력은 여성이 경험하는 비율이 더 높았으나, 신체적 폭력은 여성이 남성에게 더 많이 행사하고 있다는 조사도 있었다.

소병훈 의원은 데이트폭력을 근절시키기 위해서 제도 뿐만 아니라 인식 변화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귀는 사이이기에 신고를 꺼리거나 일방적으로 참는 경우가 많다"며 "예방대책과 인식 변화를 위한 노력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사이버상담센터는 데이트 폭력이 발생했다면 반드시 112에 신고하라고 조언했다.

센터는 "신고하지 못한 경우 상처나 폭력의 흔적을 사진으로 찍어두고 반드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후 진단서를 발급받아야 한다"며 "증거확보는 폭력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이 된다"고 했다. 분실의 위험을 대비해 속옷 등 증거물은 코팅 되지 않은 종이봉투에 보관해야 한다.

데이트 폭력이 발생했을 때 '단호한 태도'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상대가 용서와 화해를 구하고 눈물을 보이더라도 흔들리지 말고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용서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폭력이 발생했다면 △가해자와 단둘이 만나지 않기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기 △전문기관에 상담 받기 △ 폭력 행사 날짜와 시간을 기록하고 문자 메시지, 녹음 등의 증거물 남기기를 해야 한다.
<청소년 사이버상담센터가 공개한 데이트폭력 체크리스트>
  • 당신이 공포를 느끼거나 위협이라고 느껴진다면 폭력입니다.
  • 성적 수치심이 드는 말과 행동은 데이트 폭력입니다.
  • 일방적인 스킨십이나 성관계를 요구하는 경우는 데이트폭력에 해당합니다.
  •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싫어하고 과도한 집착과 소유욕을 보이는 너! 지나친 질투는 소유욕과 신뢰부족의 모습입니다.
  • 사소한 일에도 감정폭발, 폭언을 일삼는 너! 감정폭발과 변덕은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라 학대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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