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퇴조하는 자유무역
대규모 보복관세로 세계 경제 타격
![< 눈싸움하는 트럼프 - 시진핑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다음달 16~17일 칠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의에서 만나 미·중 1단계 무역협상에 서명할지 논의한다. 사진은 지난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회의 때 미·중 정상회담 모습. 한경DB](https://img.hankyung.com/photo/201910/AA.20823946.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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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전을 거듭하던 미·중은 지난 10~11일 워싱턴DC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협상에서야 가까스로 1단계 합의안을 도출했다. 중국이 400억~500억달러어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고 금융시장 개방을 확대하는 대신 미국은 10월 15일 예정됐던 25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계획(25%→30%)을 보류하는 조건이었다. 합의 내용이 적어 ‘미니딜’로 불린다.
최종 합의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11월 회담에서 미·중 정상이 1단계 합의에 서명할지 불확실하다. 서명이 이뤄지더라도 2, 3단계 협상이 남아 있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이전 강요, 보조금 지급 등 구조개혁 문제를 2단계, 중국의 합의이행 강제장치 마련을 3단계로 꼽으며 2, 3단계 합의가 “진짜 알맹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중국은 구조적 문제에 대해선 중국의 핵심 이익이 걸린 만큼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최근 들어 홍콩 민주화 시위, 대만 이슈, 중국의 인권 탄압 등을 거론하며 중국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24일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 주최로 워싱턴DC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이 문제를 다시 제기했다. 이에 중국 매체들은 냉전적 사고라며 강력 반발했다.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미·중 무역전쟁을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의 경쟁에 비유하며 해결에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소련과의 협상에서 결실을 보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며 “중국과의 협상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제대로 풀어야 하고 미국은 10년이 걸리더라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강 중국 국민경제연구소 소장도 “미·중 무역전쟁은 미래 산업과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기 때문에 결코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시 주석의 중국몽(中國夢: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 정면으로 맞부딪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의 42%를 차지하는 미·중 갈등 이후 자유무역이 퇴조하고 보호주의가 거세졌다. 그 여파로 미·중은 물론 세계 각국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3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0%에 그쳐 27년여 만에 최저로 추락했다. 4분기엔 5% 후반대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5.8%로 예상했다. 5%대 성장이 현실화되면 1979년 중국 개혁개방 이후 처음이다.
미국 경제도 점점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하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8, 9월 두 달 연속 기준선(50)을 밑돌며 경기 후퇴 우려가 커졌다. 특히 9월 PMI는 47.8에 그쳐 2009년 6월 이후 10년여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PMI가 50보다 낮으면 경기수축을 의미한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은 2분기 마이너스 성장(-0.1%)에 이어 3분기에도 부진을 면치 못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도 2분기 성장률이 -0.2%로 역성장했다. 한국은 미·중 무역전쟁 여파 등으로 올해 1%대 성장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IMF는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손실이 내년까지 세계 총생산의 0.8%인 7000억달러(약 82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미·중 무역전쟁이 이보다 길어지면 세계 경제에 대한 악영향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어날 수밖에 없다.
베이징=강동균/워싱턴=주용석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