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이어 유기농 배에 승부 건 '철학도 청년농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주원농원 김후주 대표
부모님 유기농 과수원 이어받아
농약·화학비료·성장촉진제 안 써
당도 높고 산미 풍부한 배 내놔
부모님 유기농 과수원 이어받아
농약·화학비료·성장촉진제 안 써
당도 높고 산미 풍부한 배 내놔
“샤인머스켓 포도는 아무리 비싸도 팔리죠. 맛있으니까요. 소비자들은 이제 값싸고 큰 것보다는 비싸더라도 질 좋은 농산물을 원하고 있어요. 배도 마찬가지입니다.”
충남 아산시 둔포면에 있는 주원농원은 4만9500㎡ 규모의 과수원에서 배를 키운다. 둔포면 일대는 예전부터 배 과수원이 많았다. 기후 등의 자연조건이 배를 키우기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주원농원이 주변 과수원들과 다른 점은 유기농법으로 배를 키운다는 것이다. 김후주 주원농원 대표는 “농약과 화학비료, 성장 촉진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일반 배에 비해 크기는 일정하지 않은 편이지만 당도가 높고 산미가 잘 느껴지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주원농원은 3대째 이어져오고 있다. 할아버지인 김주원 씨가 1958년 배나무를 심은 것이 농원의 시작이다. 유기농법을 도입한 것은 김 대표의 아버지인 김경석 씨다. 김 대표는 “아버지가 유기농을 선택한 것은 환경보호 같은 거창한 이유가 아니었다”며 “자신의 건강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농사를 지을 때 농약을 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가 아니라 농부라고 생각하셨어요. 가장 가까운 데서 농약을 맞아야 하잖아요.”
김경석 씨의 유기농 도입은 순탄치 않았다.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을 중단하자 나무가 열매를 맺지 않았다. “첫해는 아예 배가 안 열렸어요. 나무에서 이파리가 다 떨어져 이대로 나무가 다 죽는가 싶었죠. 과수원의 핵심은 나무인데 그게 다 죽어버리면 망하는 거죠.”
유기농 인증 과정도 험난했다. 과일을 재배하는 데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을 수 없다는 인식 때문에 유기농 인증을 신청하고 검증받는 절차가 아예 없었던 게 문제였다. “담당 공무원이 실제 농약을 쓰지 않는지 등을 검사하지도 않고 ‘유기농 인증을 내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하더라고요. 아버지는 결국 미국에 가서 미국 농림부의 유기농 인증을 먼저 받으셨어요. 그 후에 다시 국내 기관에 유기농 인증 신청을 했고, 유기농 배 인증을 받은 1호 농가가 됐죠.”
김 대표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석사학위까지 마치고 진로를 고민하던 중 귀향을 결심했다. 아버지가 일궈온 유기농 과수원이 이어받을 사람이 없어 사라지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었다.
김 대표는 유기농 배의 가장 큰 특징으로 맛있다는 점을 꼽는다. “화학비료는 식물을 성장시키는 필수 요소들로 구성돼 있어요. 질소, 요소 등 구성이 단순하죠. 하지만 자연퇴비에는 미량의 미네랄이 다양하게 들어 있어요. 그래서 자연비료로 키운 유기농 과일은 일반 과일보다 다양한 맛을 낼 수 있죠. 소비자들 중에선 그걸 청량감, ‘옛날에 먹던 배의 맛’ 등으로 표현하는 분이 많더라고요.”
성장 호르몬을 쓰지 않는 것도 유기농 배의 장점이다. 추석 때 출하되는 배는 성장 호르몬을 사용해 과일을 비대하게 만든 경우가 적지 않다. 올해처럼 이른 추석일 경우엔 그 비중이 더 늘어난다. “소비자들이 차례상에 올리기 위해 크고 모양 좋은 배를 고르기 때문에 농민들도 모양이 좋도록 성장 호르몬을 씁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제대로 성숙되지 않은 배를 출하하게 됩니다. 올 추석 때 과일 맛이 없다고 느끼셨다면 당연한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유기농 배는 자연의 시간에 맞게 가장 성숙했을 때 수확하기 때문에 당도가 높고 산미도 더 풍부하다는 게 김 대표 설명이다.
유기농산물의 가장 큰 애로점은 판로다. 도매시장에서 별도의 규격으로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농부가 직접 판로를 찾아야 한다. 소비 트렌드가 모양보다는 맛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유기농부에겐 희망적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배는 대부분 신고 품종이다. 크고 껍질 빛깔이 좋은 게 특징이다. 모양을 중시하던 예전 소비 트렌드가 반영된 것이다. 주원농원도 대부분 신고를 키운다. 하지만 김 대표는 다양한 품종을 실험하고 있다. 8월 말 원황, 9월 초 화산, 9월 중순 신화에 이어 10월 초에는 추황과 감천 품종을 수확한다. 모양은 신고보다 못하지만 다양한 맛이 난다. “새로운 배를 소비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포도 시장도 위축되다가 샤인머스켓이 등장하면서 급성장했잖아요. 원황, 화산, 추황 같은 품종은 맛으로 승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여요.”
아산=FARM 강진규 기자
전문은 ☞ m.blog.naver.com/nong-up/221665017631
충남 아산시 둔포면에 있는 주원농원은 4만9500㎡ 규모의 과수원에서 배를 키운다. 둔포면 일대는 예전부터 배 과수원이 많았다. 기후 등의 자연조건이 배를 키우기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주원농원이 주변 과수원들과 다른 점은 유기농법으로 배를 키운다는 것이다. 김후주 주원농원 대표는 “농약과 화학비료, 성장 촉진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일반 배에 비해 크기는 일정하지 않은 편이지만 당도가 높고 산미가 잘 느껴지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주원농원은 3대째 이어져오고 있다. 할아버지인 김주원 씨가 1958년 배나무를 심은 것이 농원의 시작이다. 유기농법을 도입한 것은 김 대표의 아버지인 김경석 씨다. 김 대표는 “아버지가 유기농을 선택한 것은 환경보호 같은 거창한 이유가 아니었다”며 “자신의 건강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농사를 지을 때 농약을 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가 아니라 농부라고 생각하셨어요. 가장 가까운 데서 농약을 맞아야 하잖아요.”
김경석 씨의 유기농 도입은 순탄치 않았다.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을 중단하자 나무가 열매를 맺지 않았다. “첫해는 아예 배가 안 열렸어요. 나무에서 이파리가 다 떨어져 이대로 나무가 다 죽는가 싶었죠. 과수원의 핵심은 나무인데 그게 다 죽어버리면 망하는 거죠.”
유기농 인증 과정도 험난했다. 과일을 재배하는 데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을 수 없다는 인식 때문에 유기농 인증을 신청하고 검증받는 절차가 아예 없었던 게 문제였다. “담당 공무원이 실제 농약을 쓰지 않는지 등을 검사하지도 않고 ‘유기농 인증을 내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하더라고요. 아버지는 결국 미국에 가서 미국 농림부의 유기농 인증을 먼저 받으셨어요. 그 후에 다시 국내 기관에 유기농 인증 신청을 했고, 유기농 배 인증을 받은 1호 농가가 됐죠.”
김 대표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석사학위까지 마치고 진로를 고민하던 중 귀향을 결심했다. 아버지가 일궈온 유기농 과수원이 이어받을 사람이 없어 사라지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었다.
김 대표는 유기농 배의 가장 큰 특징으로 맛있다는 점을 꼽는다. “화학비료는 식물을 성장시키는 필수 요소들로 구성돼 있어요. 질소, 요소 등 구성이 단순하죠. 하지만 자연퇴비에는 미량의 미네랄이 다양하게 들어 있어요. 그래서 자연비료로 키운 유기농 과일은 일반 과일보다 다양한 맛을 낼 수 있죠. 소비자들 중에선 그걸 청량감, ‘옛날에 먹던 배의 맛’ 등으로 표현하는 분이 많더라고요.”
성장 호르몬을 쓰지 않는 것도 유기농 배의 장점이다. 추석 때 출하되는 배는 성장 호르몬을 사용해 과일을 비대하게 만든 경우가 적지 않다. 올해처럼 이른 추석일 경우엔 그 비중이 더 늘어난다. “소비자들이 차례상에 올리기 위해 크고 모양 좋은 배를 고르기 때문에 농민들도 모양이 좋도록 성장 호르몬을 씁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제대로 성숙되지 않은 배를 출하하게 됩니다. 올 추석 때 과일 맛이 없다고 느끼셨다면 당연한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유기농 배는 자연의 시간에 맞게 가장 성숙했을 때 수확하기 때문에 당도가 높고 산미도 더 풍부하다는 게 김 대표 설명이다.
유기농산물의 가장 큰 애로점은 판로다. 도매시장에서 별도의 규격으로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농부가 직접 판로를 찾아야 한다. 소비 트렌드가 모양보다는 맛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유기농부에겐 희망적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배는 대부분 신고 품종이다. 크고 껍질 빛깔이 좋은 게 특징이다. 모양을 중시하던 예전 소비 트렌드가 반영된 것이다. 주원농원도 대부분 신고를 키운다. 하지만 김 대표는 다양한 품종을 실험하고 있다. 8월 말 원황, 9월 초 화산, 9월 중순 신화에 이어 10월 초에는 추황과 감천 품종을 수확한다. 모양은 신고보다 못하지만 다양한 맛이 난다. “새로운 배를 소비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포도 시장도 위축되다가 샤인머스켓이 등장하면서 급성장했잖아요. 원황, 화산, 추황 같은 품종은 맛으로 승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여요.”
아산=FARM 강진규 기자
전문은 ☞ m.blog.naver.com/nong-up/221665017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