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교역 조건이 22개월 연속으로 악화했다. 수출가격이 수입가격에 비해 더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9년 9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교역 조건을 나타내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지난달 91.80으로 전년 동월 대비 4.0% 하락했다. 2017년 12월부터 22개월 연속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12월부터 2012년 6월까지 31개월 연속 내려간 뒤 최장기간 하락이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 1단위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수입품 양을 뜻한다. 이 지수의 기준 시점인 2015년에 100만원어치를 수출해 그 금액 가치만큼 수입이 가능했다면 지금은 100만원어치를 수출하더라도 91만8000원어치만 수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교역 조건이 악화한 데는 수출금액지수가 급감한 영향이 컸다. 이 지표는 105.82로 12.7% 떨어져 지난해 12월부터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수출금액지수는 기준 시점인 2015년 수출총액을 100으로 놓고 수출총액이 얼마나 늘었는지 산출한 지표다.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 업종 수출총액이 전년 동월 대비 23.3% 급감해 전체 수출금액을 끌어내렸다. 이 중 반도체 등 집적회로 수출금액지수는 전년 대비 30.6% 줄었다. 2009년 3월(-38.3%) 후 10년6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수출 물량이 다소 늘고 있지만 전년 대비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금액에서 물가 요인을 제외해 산출하는 수출물량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1% 하락했다. 지난 5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이다. 디스플레이 등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2.6%) 기계 및 장비(-7.4%) 등 주력 산업 품목의 수출물량지수가 하락한 영향이 컸다.

지난달 수입금액지수는 107.56으로 작년 9월에 비해 5.7% 내렸다. 수입물량지수가 103.19로 1.6% 상승했지만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수입금액이 줄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