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초체력 튼튼"에서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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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세계 경제 '동반 경기 침체' 오나
한은, 추가 금리 인하 시사…"정책기조 바꿔야" 목소리 커
한은, 추가 금리 인하 시사…"정책기조 바꿔야" 목소리 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진행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미·중 무역 분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세계 경제가 빠르게 악화되고,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엄중한 상황을 맞고 있다”고 우려했다. 하루 앞서 열린 7대 종단 지도자들과의 오찬에서는 “세계경기가 아주 빠르게 하강하는 가운데 우리 경제도 여전히 많은 어려움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전에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성장세는 건전하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은 튼튼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던 것과 사뭇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3개월 만에 낮춘 금리…“더 내릴 여력 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를 포함해 정부에서 누구도 현 경제상황을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위기감을 전했다.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나흘 후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로 낮춰 잡았다. 6개월 만에 0.6%포인트나 떨어졌다.
한국은행도 금융통화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연 1.50%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올해 2%대 성장이 불투명해진 데다 대내외 경기 여건이 빠르게 나빠진 데 따른 결정이다. 지난 7월 기준금리를 낮춘 뒤 석 달 만에 다시 인하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기준금리는 2016년 6월~2017년 11월의 사상 최저 수준(연 1.25%)으로 다시 낮아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교역 위축으로 수출과 투자가 부진하고, 소비 증가세도 약화됐다”고 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또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7월 전망치(2.2%)를 밑돌 것”이라고 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수출 지표가 나빠졌고,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가계 소비와 기업의 투자도 급격히 위축된 여파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2%대 성장률 달성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연 1.25%로 낮췄지만 금융·경제 상황 변화에 대응할 여력이 아직 남아 있다”며 추가 인하 가능성도 시사했다.
정부는 재정 더 풀겠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을 더욱 풀겠다는 입장이다.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될지 모른다는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청와대는 “곳간을 채워 넣는 이유는 힘들고 어려울 때 쌀을 빼서 먹으라는 의미이지 쌀을 전시해 놓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한다. 문 대통령 역시 “한국은 재정 건전성 면에서 최상위 수준”이라며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 대외충격의 파고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9.3% 늘어난 513조5000억원 규모로 잡았다. 재정으로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현 정부가 금기시했던 경기 부양을 위한 ‘건설 투자’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17일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경제장관회의에서 “민간 활력을 높이는 데 건설 투자의 역할도 크다”고 강조했다. 과거 정부에서 해온 대대적인 ‘토목식 건설사업’을 의미한 것은 아니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녹록지 않은 경제 상황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전문가들 “정책 변화로 기업 활력 불어넣어야”
정부가 근본적인 정책 변화 없이 해외 변수만을 탓하고 있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수출 증가율 등 대부분 지표가 ‘경제 위기’를 가리키고 있지만 “경제위기설은 과장됐다(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는 낙관론이 여전히 정부 내 팽배하다. 이에 따라 지나친 낙관론이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소득주도성장을 고집할 게 아니라 전향적인 정책 변화를 통해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청와대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알고 있는 만큼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면서도 “경제민주화에서 부동산 부양으로 선회한 이전 정부의 오류를 따라가는 것은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기조 변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상조 실장은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만 (잘못을) 몰고 가는 것은 경제학자들이 반드시 피해야 하는 확증편향”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재원 한국경제신문 정치부/김익환 경제부 기자 wonderful@hankyung.com
3개월 만에 낮춘 금리…“더 내릴 여력 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를 포함해 정부에서 누구도 현 경제상황을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위기감을 전했다.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나흘 후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로 낮춰 잡았다. 6개월 만에 0.6%포인트나 떨어졌다.
한국은행도 금융통화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연 1.50%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올해 2%대 성장이 불투명해진 데다 대내외 경기 여건이 빠르게 나빠진 데 따른 결정이다. 지난 7월 기준금리를 낮춘 뒤 석 달 만에 다시 인하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기준금리는 2016년 6월~2017년 11월의 사상 최저 수준(연 1.25%)으로 다시 낮아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교역 위축으로 수출과 투자가 부진하고, 소비 증가세도 약화됐다”고 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또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7월 전망치(2.2%)를 밑돌 것”이라고 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수출 지표가 나빠졌고,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가계 소비와 기업의 투자도 급격히 위축된 여파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2%대 성장률 달성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연 1.25%로 낮췄지만 금융·경제 상황 변화에 대응할 여력이 아직 남아 있다”며 추가 인하 가능성도 시사했다.
정부는 재정 더 풀겠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을 더욱 풀겠다는 입장이다.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될지 모른다는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청와대는 “곳간을 채워 넣는 이유는 힘들고 어려울 때 쌀을 빼서 먹으라는 의미이지 쌀을 전시해 놓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한다. 문 대통령 역시 “한국은 재정 건전성 면에서 최상위 수준”이라며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 대외충격의 파고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9.3% 늘어난 513조5000억원 규모로 잡았다. 재정으로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현 정부가 금기시했던 경기 부양을 위한 ‘건설 투자’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17일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경제장관회의에서 “민간 활력을 높이는 데 건설 투자의 역할도 크다”고 강조했다. 과거 정부에서 해온 대대적인 ‘토목식 건설사업’을 의미한 것은 아니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녹록지 않은 경제 상황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전문가들 “정책 변화로 기업 활력 불어넣어야”
정부가 근본적인 정책 변화 없이 해외 변수만을 탓하고 있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수출 증가율 등 대부분 지표가 ‘경제 위기’를 가리키고 있지만 “경제위기설은 과장됐다(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는 낙관론이 여전히 정부 내 팽배하다. 이에 따라 지나친 낙관론이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소득주도성장을 고집할 게 아니라 전향적인 정책 변화를 통해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청와대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알고 있는 만큼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면서도 “경제민주화에서 부동산 부양으로 선회한 이전 정부의 오류를 따라가는 것은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기조 변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상조 실장은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만 (잘못을) 몰고 가는 것은 경제학자들이 반드시 피해야 하는 확증편향”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재원 한국경제신문 정치부/김익환 경제부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