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역전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장기간 이어진 주식 약세, 채권 강세(금리 하락) 국면이 끝나고 본격적인 주가 상승, 채권 약세(금리 상승) 국면이 시작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지난해 이후 장기화된 주식 약세, 채권 강세의 기술적인 되돌림에 불과하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올해 특별한 이벤트만 없다면 이 같은 ‘주가 복원 시도 및 금리 되돌림’ 현상은 달러 강세 완화 움직임과 함께 2020년 자산시장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8월부터 표면화되고 있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단기자금공급 확대 △유럽 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재개 △미·중 무역갈등 봉합 시도 △글로벌 재정정책 확대 △글로벌 경기사이클의 회복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따라서 6~12개월 정도를 투자기간으로 생각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이고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줄이는 전술적인 자산배분을 해보는 것도 좋다.
그러나 긴 호흡에서 본다면, 저성장 저금리 구도에 맞춰 주식 비중을 줄이고 채권 비중을 늘리는 것이 좋다. 또 해외 투자와 리츠(REITs) 등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무역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수출 환경 개선이 지연되고 투자 부진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빠른 고령화 진행으로 인해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고, 이는 자산 배분의 중요한 잣대인 금리의 장기적인 하락으로 이어진다.
최근 일부 분석기관들이 4년 이내에 국채 금리가 0% 이내로 진입할 것이라는 분석 자료를 발표했다. ‘금리 0% 시대’의 현실화를 고민해야 한다. 제로금리 시대에 자산 배분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첫째, 명목금리가 ‘제로’에 가깝다는 것은 경제성장의 정체를 말한다. 확장경제가 아닌 수축경제를 의미한다는 얘기다. 주식시장에서는 주주가치를 중시하는 기업 또는 일부 성장산업에 해당하는 주식만이 차별화될 수 있다.
둘째, 제로금리가 대출 증가를 수반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대출이 억제될 수도 있다. 고령화에 따른 부작용으로 디플레이션이 수반될 수 있어서다.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 억제와 함께 채권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셋째, 임대료 수익이 보장되는 입지가 좋은 부동산을 보유한 리츠 자산 등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실물자산에 대한 수요를 높인다는 측면에서다.
결론적으로, 다가올 제로금리 시대에는 △주주가치 및 성장산업 중심의 주식 차별화 △채권 등 안전자산 선호심리 강화 △리츠 등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는 대체투자자산 증가가 일반화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류용석 KB증권 WM스타자문단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