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금융시장 50년來 최대변화…리보금리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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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조작 휘말린 리보 신뢰 추락
담보부 조달·익일 환매 금리 부상
새 기준금리의 요건 '대표·보편성'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담보부 조달·익일 환매 금리 부상
새 기준금리의 요건 '대표·보편성'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인가 내릴 것인가, 즉 금리 변경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투자자를 비롯한 경제주체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변경, 특히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변경에 관심이 높았고 금융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도 컸다.
하지만 2020년 이후에는 ‘금리 변경’보다 ‘금리 교체’ 여부가 더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1960년대 중반 이후 국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 기준금리로 활용해온 ‘리보(Libor)’가 새로운 금리로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50년 만의 최대 변화로 평가된다.
금리 교체란 종전의 기준금리를 새로운 기준금리로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1960년대 후반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 대표금리였던 리보금리가 교체되는 것은 각종 조작 사건에 휘말리면서 생명줄이라고 할 수 있는 신뢰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다른 기준금리도 금융시장 여건이 변화하면서 유용성이 크게 하락했다.
신뢰 추락은 금융위기 이후에 심했다. 2008년 미국 상품선물위원회(CFTC) 조사를 시작으로 2009년에는 영국 금융감독원(FSS)과의 수사 공조가 이뤄졌다. 2012년 바클레이즈은행에 첫 벌금이 부과됐고 2015년에는 도이체방크에 25억달러의 대규모 벌금이 매겨졌다. 끊이지 않는 금리 조작 사태에 당사국인 영국은 2021년까지 리보금리 퇴출을 결정했다.
Fed와 잉글랜드은행을 중심으로 리보금리를 대체할 새로운 기준금리 도입이 진행됐다. 가장 먼저 제시된 것이 ‘담보부 조달금리(SOFR)’다. 산출 방식이 시장 참가자의 실제 거래금액을 감안한 중간 금리라는 점은 리보금리와 비슷하다. 하지만 무담보인 리보금리와 달리 SOFR은 담보부 금리인 데다 익일물 확정금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루 평균 거래액도 최소 8000억달러가 넘어 5억달러에 불과한 리보금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조작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앞으로 SOFR을 기준금리로 사용할 경우 국제금융시장은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조달 기준금리를 어느 국가의 것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국제금융 중심지가 이동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 통화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리보금리를 기준금리로 삼아왔다. 국제금융 중심지가 ‘런던’이라는 의미다.
그 이후 리보금리가 각종 조작 사건에 휘말림에 따라 미국의 3개월짜리 재무부 증권금리로 대체되면서 ‘뉴욕’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로 잠시 주춤거린 적이 있지만 모든 면에 걸쳐 국제금융 중심지는 뉴욕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2021년 리보금리 퇴출 이후 SOFR로 대체될 경우 뉴욕의 위상은 더 다져질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를 느낀 영국도 2021년 폐지 방침을 밝힌 리보금리 대신 ‘소니아(SONIA)’를 새로운 기준금리로 검토해왔다. 하지만 결정 방식이나 무담보 금리라는 점에서 리보금리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환매 금리, 즉 레포(Repo)도 검토했으나 다른 금리와의 연계성 등 금리체계에 한계를 갖고 있다.
리보금리를 SOFR로 대체하는 문제와 별도로 Fed는 기준금리로 사용해온 연방기금금리(FFR)를 ‘익일 환매 금리(ON RRP)’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한 뒤 2015년 2분기부터 보조지표로 삼아왔다. 통화정책의 기준금리로 갖춰야 할 기능이 FFR보다 뛰어나 2020년대 들어서는 Fed 통화정책의 새로운 기준금리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SOFR, ON RRP 등이 새로운 기준금리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가지가 전제돼야 한다. 하나는 국제금융시장을 상징할 수 있을 정도의 대표성을 띠어야 하고, 다른 하나는 인식 차원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정도의 보편성을 지녀야 한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존재하는 각종 금리 간 체계(interest system)에서도 기준이 돼야 한다. 그래야 국제금융시장 상황을 잘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새로운 기준금리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거래 규모부터 늘어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금융 인프라 측면에서도 중층적인 발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기준금리 도입 초기에는 부작용이 예상되지만 국제금융시장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다.
한국은행도 새로운 기준금리가 도입될 것에 대비해 제반 과제를 지금부터 착실히 준비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2020년 이후에는 ‘금리 변경’보다 ‘금리 교체’ 여부가 더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1960년대 중반 이후 국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 기준금리로 활용해온 ‘리보(Libor)’가 새로운 금리로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50년 만의 최대 변화로 평가된다.
금리 교체란 종전의 기준금리를 새로운 기준금리로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1960년대 후반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 대표금리였던 리보금리가 교체되는 것은 각종 조작 사건에 휘말리면서 생명줄이라고 할 수 있는 신뢰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다른 기준금리도 금융시장 여건이 변화하면서 유용성이 크게 하락했다.
신뢰 추락은 금융위기 이후에 심했다. 2008년 미국 상품선물위원회(CFTC) 조사를 시작으로 2009년에는 영국 금융감독원(FSS)과의 수사 공조가 이뤄졌다. 2012년 바클레이즈은행에 첫 벌금이 부과됐고 2015년에는 도이체방크에 25억달러의 대규모 벌금이 매겨졌다. 끊이지 않는 금리 조작 사태에 당사국인 영국은 2021년까지 리보금리 퇴출을 결정했다.
Fed와 잉글랜드은행을 중심으로 리보금리를 대체할 새로운 기준금리 도입이 진행됐다. 가장 먼저 제시된 것이 ‘담보부 조달금리(SOFR)’다. 산출 방식이 시장 참가자의 실제 거래금액을 감안한 중간 금리라는 점은 리보금리와 비슷하다. 하지만 무담보인 리보금리와 달리 SOFR은 담보부 금리인 데다 익일물 확정금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루 평균 거래액도 최소 8000억달러가 넘어 5억달러에 불과한 리보금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조작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앞으로 SOFR을 기준금리로 사용할 경우 국제금융시장은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조달 기준금리를 어느 국가의 것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국제금융 중심지가 이동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 통화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리보금리를 기준금리로 삼아왔다. 국제금융 중심지가 ‘런던’이라는 의미다.
그 이후 리보금리가 각종 조작 사건에 휘말림에 따라 미국의 3개월짜리 재무부 증권금리로 대체되면서 ‘뉴욕’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로 잠시 주춤거린 적이 있지만 모든 면에 걸쳐 국제금융 중심지는 뉴욕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2021년 리보금리 퇴출 이후 SOFR로 대체될 경우 뉴욕의 위상은 더 다져질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를 느낀 영국도 2021년 폐지 방침을 밝힌 리보금리 대신 ‘소니아(SONIA)’를 새로운 기준금리로 검토해왔다. 하지만 결정 방식이나 무담보 금리라는 점에서 리보금리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환매 금리, 즉 레포(Repo)도 검토했으나 다른 금리와의 연계성 등 금리체계에 한계를 갖고 있다.
리보금리를 SOFR로 대체하는 문제와 별도로 Fed는 기준금리로 사용해온 연방기금금리(FFR)를 ‘익일 환매 금리(ON RRP)’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한 뒤 2015년 2분기부터 보조지표로 삼아왔다. 통화정책의 기준금리로 갖춰야 할 기능이 FFR보다 뛰어나 2020년대 들어서는 Fed 통화정책의 새로운 기준금리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SOFR, ON RRP 등이 새로운 기준금리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가지가 전제돼야 한다. 하나는 국제금융시장을 상징할 수 있을 정도의 대표성을 띠어야 하고, 다른 하나는 인식 차원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정도의 보편성을 지녀야 한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존재하는 각종 금리 간 체계(interest system)에서도 기준이 돼야 한다. 그래야 국제금융시장 상황을 잘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새로운 기준금리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거래 규모부터 늘어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금융 인프라 측면에서도 중층적인 발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기준금리 도입 초기에는 부작용이 예상되지만 국제금융시장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다.
한국은행도 새로운 기준금리가 도입될 것에 대비해 제반 과제를 지금부터 착실히 준비해 나가야 한다.